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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3개월 보장했지만...아이는 하루도 머물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아이들] 자리는 있는데 왜 아이들은 시설로 가나

26.04.22 06:50최종 업데이트 26.04.22 06:50

베이비박스 내부 모습. 김지영

2012년 8월 6일 새벽, 입양 절차에 출생 등록을 강제한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다음 날이었다. 베이비박스 문이 열렸다. 강보에 싸인 아이가 있었다. 쪽지에는 법 시행에 따른 출생 등록을 할 수 없었다고 적혀 있었다. 거기 함께 써진 이름은 민수(가명)였다.

절차에 따라 경찰과 구청에 동시 신고했다. 구청 보고를 받은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아동일시보호소에서 아이를 데려갔다. 아이는 일시보호소에서 3개월 동안 머물 법적 권리가 있었다. 소장 권한으로 한 번 더 연장하면 최장 6개월까지 가능했다.

법에 따르면 그 기간 동안 지자체는 보호자를 찾는 15일간의 공고 기간을 거친 후 성본창설을 법원을 통해 완료한다. 동시에 아동복지심의위원회(현 사례결정위원회)를 열어 아동복리에 가장 적합한 보호조치를 결정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과 헤이그협약에 따르면 해당 아동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결론은 입양이나 위탁 등의 가정형 보호다.

시설보호는 가장 최후의, 어쩔 수 없는 결론이어야 한다. 심지어는 해외 입양까지 고려한 끝의 보호조치가 시설이다. 3개월이면 이 모든 법적·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충분한 기간이다.

하지만 민수가 일시보호소에 머문 기간은 24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민수는 곧바로 장기양육시설로 인계되었다. 해당 시설장은 곧 민수의 법적 후견인이 되었다. 민수에 대한 모든 보호 권한과 권리는 국가에서 민간으로 이첩되었다. 공적 책임은 이로써 간단하게 종결되었다.

민수가 시설에서 사는 동안 국가는 그 아이를 다시 찾지 않았다. 아이의 보호조치가 옳았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른 보호조치의 가능성은 없는지 국가는 묻지 않았다. 국가가 한 일은 민수에게 할당된 보조금을 시설장을 통해 입금하는 일이 전부였다.

올해 15살 중학생인 민수는 지금도 시설에 살고 있다. 이 이야기는 민수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이 나라 아동일시보호소의 실제 작동 방식이었다.

제도의 공백이 아이들 삶에 깊은 상흔

당사자의 알권리를 위해 만든 좋은 법이 현실에서는 공식적으로만 1500여 명의 유기아동을 양산했다.김지영

1961년 12월, 아동복리법이 제정됐다. 아동일시보호시설이 법정 시설로 처음 명시된 순간이다. 조사하고 판단하는 동안 보호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곳. 설계 자체는 옳았다. 그러나 이후 60년 동안 시설 수는 2개에서 18개로 늘었지만 아직도 미설치 지자체가 남아 있고 설계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민수가 베이비박스에 놓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2012년 입양특례법은 입양을 위한 출생 등록을 의무화했다. 신원 노출을 꺼리는 생모들에게 출생 등록은 또 다른 벽이었다. 법 시행 전부터 입양 현장에서는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법 동시 입법을 요구했다.

당사자의 알권리를 위한 출생 등록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법의 사각지대를 만들게 분명했다. 유기아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과는 2015년 253명, 베이비박스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2024년 7월, 보호출산법이 시행됐다. 그해 유기아동 수는 30명으로 급감했다. 직전년도인 2023년 유기아동 수는 88명이었다. 12년 전 만들어졌어야 할 법이었다. 그 사이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2000명 넘는 아이 중 1500여 명이 민수와 같은 전철을 밟았다. 제도의 공백이 아이들 삶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아동복지법 시행규칙 제26조 제1항은 명확하다. 아동일시보호시설의 보호기간은 3개월 이내로 한다. 시설장이 특별한 사유를 인정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 3개월 범위에서 1회 연장 가능하다. 최장 6개월. 이것이 법이 유기아동에게 약속한 시간이었다.

민수에게도 그 시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었다. 기간 동안 상담·건강검진·심리검사·가정환경 조사가 이루어져야 했다. 지금의 사례결정위원회인 아동복지심의위원회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민수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보호조치를 결정해야 했다. 아동일시보호시설은 단순한 보호시설이 아니다. 판단의 관문이다. 이 관문이 작동하지 않으면 아이는 판단 없이 시설에 수용된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동은 962명이었다. 감사원이 이 시기를 들여다봤을 때 나온 수치는 단 하나로 귀결된다. 시설보호 96.6%. 가정보호로 이어진 아이는 3.4%에 불과했다. 베이비박스 아이들의 보호기관인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아동일시보호소의 변명은 늘 '전문인력과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10년 넘게 아이를 양육시설로 밀어내

정부는 위탁가정 우선보호로 방향을 잡았지만 위탁가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일시보호소의 역할이 아직은 필요한 시점이다.김지영

2015년 베이비박스 입소 최고점 당시 정원 100명 대비 현원 79명이었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함정이 있다. 베이비박스 아동은 예외 없이 0세 신생아다. 전체 정원이 아니라 영유아실 침상과 24시간 전담 보육 인력이 기준이어야 한다.

큰 아이들의 방이 비어 있어도 영유아실은 늘 포화였다. 더 결정적인 것은 2021년이다. 학대 피해아동 즉각분리 제도가 도입돼 분리 수요가 법적으로 확대된 바로 그 해, 정원이 100명에서 70명으로 30% 축소됐다. 수요는 늘리고 공급은 줄였다.

서울아동복지센터는 아이를 받은 지 24시간도 안 되어 전국 각지의 양육시설로 밀어내는 강제 순환을 10년 넘게 반복했다. 사실상 방치였다. 구조적 원인은 있었다. 정원은 처음부터 부족했고, 시설에서 가정으로 돌아오는 재배치 경로가 법적으로 없었다. 그리고 단기 순환 인력이 아무 의문 없이 아이가 오면 비어 있는 시설에 전화해서 인계하는 전임자 방식을 반복했다.

감사원은 2019년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입양 등 가정보호 우선의 원칙이 지켜지도록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라." 베이비박스 최성기는 2013~2015년이었다. 감사는 5년이 지나서야 이뤄진 것이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가정보호 우선 원칙을 실질화하기 위한 업무 절차 개선과 기준 마련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지만 7년 후인 지금까지 현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뒷북 행정마저 선언에 그칠 뿐이었다.

서울의 문제가, 있어도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면 지방은 층위가 다르다. 2024년 기준 전국 아동일시보호시설 20개소, 정원 691명이다. 그러나 현원은 248명, 정원 충족률은 35.9%에 불과하다. 17개 광역시도 중 세종 충북 충남 경남 4개 시도에는 전문 시설 자체가 없다.

미설치 지역에서 유기아동 또는 학대아동이 발생하면 경로는 단순해진다. 경찰 신고 → 지자체 인계 → 타 지역 시설 이송 또는 즉시 아동양육시설 배치. 판단의 공간이 없으니 판단도 없다. 상담·심리검사·가정환경 조사는 건너뛰어진다.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느냐가 아이의 첫 행선지를 결정한다.

일시보호시설이 감당해야 하는 수요는 두 종류다. 유기 등 비학대 보호대상아동의 일시보호 조치(2023년 308명)와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가정 분리 보호다. 2024년 학대 가정 분리는 2292건으로 이 중 즉각 분리만 1575건이었다. 합치면 연간 2600건이 넘는다.

학대피해아동의 일시보호가 제도적으로 강화되었지만 장시양육시설 중심의 뿌리 깊은 보호관행으로 일시보호소의 역할이 제한적이다.김지영

2024년 정원 691명에 현원 248명. 충족률 35.9%다. 2022년 223명이던 정원은 691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실제 입소 아동은 248명에 그친다. 정원의 35.9%만 채워졌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아이들이 일시보호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장기 시설로 이송되거나 입소 직후 즉시 전원 되거나.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다. 일시보호소는 판단의 공간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자리가 없다는 변명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2024년 피해 아동 즉각 분리는 1575건으로 2022년(1153건)보다 422건 더 늘었다. 수요는 늘었고 정원도 늘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머물지 않는다.

시작부터 국가로부터 배제된 아이들

아동보호선진국은 일시보호 정책도 위탁가정 제도를 활용한다. 우리나라도 시설 중심에서 가정 중심의 보호제도로 방향을 틀었지만 기본적인 인프라 자체가 부실하다.김지영

긴급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어떻게 처음 맞이하느냐. 나라별 답은 극명하게 갈린다. 일본은 한국과 구조가 가장 유사하다. 아동상담소 내 부설 일시보호소(시설형)가 기본이고, 가정위탁 비율은 12%다. 일본의 아동학대 상담 건수는 33년 연속 증가세다. 시설 중심 구조가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증거가 33년째 쌓이고 있다.

영국은 1946년부터 방향을 틀었다. 지금 영국의 긴급보호 1차 경로는 긴급 위탁가정이다. 호주는 전체 보호아동의 93.5%를 가정위탁으로 보호한다. 한국이 1961년 시설 체계를 법제화할 때, 영국은 이미 15년 전에 그 방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은 가정위탁 제도 활성화도 아직은 앞이 안 보이는 암담한 현실이다.

지금으로서는 일시보호소가 제 기능을 해야 그다음 단계가 열린다. 아동복지심의위원회는 위탁·입양·원가정 복귀·시설 입소 중 무엇이 이 아이에게 최선인지를 심의하는 기구였다. 위원회가 심의하려면 자료가 있어야 한다. 상담 기록, 심리검사 결과, 가정환경 조사 보고서. 이것은 일시보호소에서 체류 기간 동안 만들어진다. 아이가 하루 만에 나가면 자료도 없다. 심의위원회는 빈 서류를 앞에 두고 앉거나 아이가 지나간 자리에 도장만 찍었다.

일시보호소가 제 기능만 했더라도 달랐을 수 있었다. 3개월이라는 법적 시간 안에 상담이 이루어지고 심리검사가 진행됐다면. 아동복지심의위원회가 이 아이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보호조치를 심의할 수 있었다면. 민수는 충분한 기간 보호받으면서 그 결정을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는 민수를 시설로 보내고 방치했다. 시설보다 나은 보호 환경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었다.

민수 같은 아이들의 운명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었다. 2012년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2024년 보호출산법 시행 이전까지, 그 12년 사이가 가장 불운한 시기였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2000명 넘는 아이들이 법적 권리를 박탈당한 채 대부분은 시설로 떠넘겨졌다.

일시보호소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결과였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아동일시보호소의 10년의 태만과 무능은 그곳을 거쳐 간 아이들의 삶으로 직결되었다. 자그마치 백 년을 살아가야 할 아이들의 인생이 시작부터 국가로부터 배제되었다.

그리고 지금, 일시보호소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보호출산법 시행 이후 급감한 유기아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대·방임·가정위기로 긴급 보호가 필요한 모든 아동에게 이 구조는 수십 년째 같은 방식으로 실패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시행규칙 제26조 제1항의 3개월은 아이들의 권리였다. 그걸 단 하루 만에 박탈당했던 1500여 아이들의 삶은 지금 시설 안에 있다.

덧붙이는 글 [주요 출처]

아동복지법 시행규칙 제26조 제1항(보건복지부령)

보건복지부, '2024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 2025.8

보건복지부, '2024년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2024.12.31. 기준), 2025

보건복지부, '2023년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 2024

보건복지부, '2023년 아동복지시설 현황'(2022.12.31. 기준)

감사원 2019년 감사결과(OhmyNews·한국일보 보도)

서울특별시아동복지센터 정원·현원(2014~2023) - 보건복지부·서울시 통계연보 기반

국가기록원, 아동복지 분야 주제검색 - 아동복리법(1961)·아동복지법 개정 경과

Borgen Project, 5 Facts About Japan's Foster Care System, 2022

Martin James Foundation, Exploring Foster Care: A Global Perspective, 2023

ISP Fostering(영국), Emergency Foster Care 운영 현황

UN General Assembly, Guidelines for the Alternative Care of Children (A/RES/64/142), 2009

#아동일시보호소 #서울시아동복지센터 #보호출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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