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등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인천 서구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종량제 봉투 제조 공장에서 종량제 봉투가 생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으로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미국산 나프타 수입액이 1년전보다 50배 넘게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의 22일 수출입통계를 보면 미·이란 전쟁 직후인 올해 3월 아랍에미리트·카타르·쿠웨이트·이라크·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산유국으로부터의 나프타 수입액은 총 5억228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9억406만달러)에 비해 42% 감소했다.
이들 6개국은 걸프만 안쪽에 위치해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을 직격으로 받는다. 특히 한국이 나프타를 가장 많이 들여오는 아랍에미리트에서의 수입액은 지난해 3월 4억457만달러에서 올해 3월 1억7178만달러로 57.5% 감소했다. 이라크(-83%), 쿠웨이트(-48.1%), 사우디아라비아(-38.5%) 등도 두자릿수 이상의 감소폭을 보였다.
전체 나프타 수입액 대비 이들 6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월 59.0%에서 올해 3월 39.1%로 2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미국 등 비중동산 나프타로,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미국이었다. 미국산 나프타 수입액은 지난해 3월 108만달러에서 올해 3월 6245만달러로 무려 57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1월~3월) 전체 나프타 수입액에서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8%로, 지난해 1분기의 0.51% 대비 15배 증가했다.
미국 정유사들은 셰일 가스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콘덴세이트’에서 나프타를 대량으로 추출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나프타 수출량은 150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가 나지 않는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 등 비중동산 나프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나프타의 45%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일본 또한 미국으로부터의 나프타 수입을 부쩍 늘려 하루 약 6만1000배럴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산 이외에도 그리스로부터의 수입액은 지난해 3월 4446만달러에서 올해 3월 1억3049만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고 페루산 수입액 역시 790만달러에서 2048만달러로 2.5배 늘었다. 중동 국가이지만 인도양과 접해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오만산 수입액도 28.5% 늘었다.
나프타 이외에도 미국에서 들여오는 원유도 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3월 미국산 원유 수입은 전년 대비 75.8% 늘어난 13억7804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은 원유 생산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전쟁에도 각종 석유제품 판매로 이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외에 공급망 다변화를 하려는 움직임이 워낙 활발한 상황”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프타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서 장기 계약이 아닌 그때그때 현장에 나와 있는 물건을 당겨 오는 스팟(spot·현물) 거래 중심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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