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 군사력 순위는 보다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즉, 평가 대상국의 핵무기 전력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핵보유국이 전쟁에서 원자폭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재래식 무기에 기반할 경우에 국한되는 전투력만을 비교하는 약점을 평가 업체 자신도 인정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각국의 군사력에서 핵무기의 반영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한국과 북한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국방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순위에서 북한은 군사력이 세계 31위에 불과하지만,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위상을 지니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논란의 여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서 지금은 인도나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간주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도 북한처럼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곤 한다. 물론 미국이 허가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행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강경한 목소리를 자제하는 편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핵잠수함 개발을 추진하면서, 미국 측에 핵무기 개발의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는 편이 유리하다는 논설이 대내외에서 설득력을 높이는 실정이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굳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한반도가 통일되면, 자연스럽게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합리적 기대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남북통일과 더불어서 우리는 과연 핵보유국이 될 수 있을까? 이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바로 우크라이나를 통해서 한반도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1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던 무렵에 우크라이나는 수 천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똑같은 처지의 체제전환국이었던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도 다량의 핵미사일과 핵탄두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같은 열강은 이들 군소국의 핵무기 보유를 세계 평화의 위협으로 간주했었다. 게다가 당시 신생 독립국으로 경제난과 각종 어려움을 겪던 우크라이나는 결국 1994년에 이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안전 보장 각서를 체결한 뒤, 핵무기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해 보자. 만약에 남북이 지금의 정전협정을 종결하고 단일 국가를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주변국들은 우리나라의 핵보유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기존의 핵보유국들은 핵확산방지협약을 토대로 위험의 확장을 억제하려고 할 것이며, 이웃 나라 일본은 자국이 보유하지 못한 핵무기를 한국이 갖게 되는 상황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세계열강은 한국에 남북통일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핵무기의 폐기 또는 인계를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요즘은 국내에서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여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낮아지는 추세다. 심지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러 본 청소년이 30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은 평화 통일을 민족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통일은 독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 어느 순간에 도둑처럼 찾아올 수 있다. 그러면 그때 우리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지, 아니면 핵무기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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