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재명 대통령의 SNS는 칼...수술 도구로만 쓰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5/21 09:33
  • 수정일
    2026/05/21 09: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를 위한 제1보] 바벨탑이 사라지니 빛나는 정상들의 'X 사용법'

26.05.21 06:52최종 업데이트 26.05.21 06:52

2025년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인천 계양구 사저에서 군 통수권 이양 보고를 받기 위해 김명수 합참의장과의 전화 통화를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기 생각과 의견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혹자는 그만큼 전문가의 필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검수를 거치다가, SNS 특유의 생동감이 떨어질 수 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게 짚는다면, 이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된 SNS 메시지를 '국익의 문법으로 만드는 것, 더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 정상들이 메시지 전달을 위해 선호하는 SNS는 엑스(X, 구 트위터)다. 현재 X는 자동 번역 기능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고 지원하고 있다. 어떤 언어로 게시물을 올리든 그 게시물이 각각의 나라에서 그 나라 언어로 자동으로 번역된다. 외국인들도 함께 주목하는 훨씬 커다란 무대가 어느 날 생겨났다.

한국 대통령으로서 이 무대는 기회이자 위험이다. 공직자, 특히 대통령의 메시지는 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SNS 문구는 외교부 브리핑보다 먼저 번역되고, 대통령실 공식 성명보다 먼저 퍼지는 '외교 메시지'다. 해외 여론을 움직이는 '실시간 외교 도구'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는 '오래가는 말', '책임지는 말'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표명했다.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와 글로벌 노스(주로 북반구에 위치한 선진국)를 잇는 다리 역할, 디지털 전환, 기후 대응, 공급망 갈등 중재 등을 한국 외교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국제 사회는 한국이 실제로 행하는지 보고 있다.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 러시아 등 역내 다른 강대국과는 얼마나 유연하게 관계 맺는지, 글로벌 사우스에는 어떤 협력 모델을 제시할지 주시하고 있다. SNS에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정상도 자신을 브랜딩해야 한다. 오늘은 한국 대통령이 참고할 만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프랑스, 조롱하지 않고 초청하다

작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국의 이공계 대학과 연구 기관에 '예산을 삭감하라며' 압박하고 있었다. 북미 연구자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에 전 세계 연구자들을 향해 '유럽을 대신 선택하라'(Choose Europe for Science)는 메시지를 냈다. "프랑스에서는 연구가 우선순위이고, 혁신은 문화이며, 과학은 무한한 지평"이라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북미의 연구자들에게 보낸 초대장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을 조롱하지 않았다. '미국은 희망이 없으니 와라'가 아니라 '프랑스와 유럽은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 상대국의 혼란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자기 나라의 기회를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그가 장담한 대로 실천했다. 메시지를 내고 16일 뒤인 2025년 5월 5일 그는 소르본에서 'Choose Europe for Science'를 공식 출범시켰다. 엘리제궁은 이 프로그램의 목표가 '전 세계 연구자와 공공, 민간 혁신가들이 유럽과 프랑스를 연구지로 삼는 것'이라 전했다. 같은 날 유럽연합(EU)과 프랑스는 해외 연구자 유치를 위한 약 5억 유로(8750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차원에서 1억 유로(1750억 원) 지원을 약속했다.

체코, 작은 나라가 연합의 틀을 만들다

2025년 9월 23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외교의 틀을 빠르게 제시하기 위해 SNS를 사용한 정상이 있다. 2025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유럽의 공동 대응 체제 구성을 촉구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다. 파벨 대통령은 2025년 3월 X에서 우크라이나의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의 광범위한)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고려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이 메시지는 유럽에 큰 영향을 주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 제안에 호응해 연합을 결성했다. 2025년 3월 15일 EU,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언급했고, 우크라이나는 지원하고 러시아를 압박하도록 분명히 다짐했다. 2025년 11월, 프랑스, 영국, 독일이 공동 주재한 회의에는 우크라이나, 미국 국무장관, 35개국 대표,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참여했고, 우크라이나 주권, 유엔헌장 원칙, 장기 안보 보장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작은 나라의 정상도 SNS 한 문장으로 외교적 프레임을 선점할 수 있다. 파벨 대통령은 막연한 바람만 제시하지 않고 'Coalition of the Willing'이라는 분명한 방향을 정했다.

멕시코, 미국의 압박에 차분히 대응하다

북미에서 참고할 만한 최근 사례도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한 일이다. 2025년 2월,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압박했을 때, 셰인바움 대통령은 감정적으로 맞받아치지 않았다. 대신 클라우디아 대통령은 X를 통해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미국의 펜타닐 차단 요구에 대해서, 멕시코는 마약, 특히 펜타닐 유입을 막기 위해 북부 국경에 방위군 1만 명을 즉시 배치하고, 미국은 멕시코로 들어오는 고성능 무기 밀매를 막기 위해 노력하며, 대신 관세는 한 달 유예된다는 내용이었다.

셰인바움의 메시지는 다음 세 가지를 담았다. 첫째, 멕시코는 주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의 통제가 아닌, 멕시코 스스로 관세 조건을 통제했다. 둘째, 미국에는 요구 사항을 받아들였다는, '국경 통제'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달함으로 미국의 체면을 세워줬다. 셋째, 자국 시장에 이 상황이 잘 통제되고, 관리되고 있다는 신호를 줬다. 로이터 통신은 셰인바움이 신중하고 절제된 톤으로 X에 메시지를 남긴 걸 칭찬했다. 이어서 셰인바움이 '미국의 일방적인 압박에 대한 멕시코의 차분한 대응(Cool Head)을 잘 보여줬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인도, 메시지 반복으로 브랜드 만들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글로벌 사우스 외교'를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2025년 7월, 가나, 트리니다드토바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나미비아 5개국 순방을 했다. 인도 외교부는 이 순방을 아프리카·중남미·카리브해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일정으로 설명했다.

모디 총리의 SNS 메시지에는 일종의 형식이 있다. 방문 전에는 방문을 기대하도록 말하고, 도착 후에는 역사적 유대와 파트너십을 말하고, 회담 뒤에는 구체 협력 분야를 강조한다. '글로벌 사우스, 공동 성장, 개발 파트너십' 같은 중요한 표현은 반복해서 말한다.

이 반복이 중요한데, 반복을 통해 의미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보는 사람들도 인도의 '글로벌 사우스 외교'의 확고한 의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글로벌 사우스 외교를 지향하는 이 대통령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브라질, 기후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다

2025년 7월 8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알보라다 궁전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오른쪽)으로부터 남십자성 국가 훈장을 수여받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025년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를 앞두고 X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COP30을 '진실의 순간'으로 표현하며, 아마존 브라질에서 열리는 벨렝 정상회의를 세계 기후 정치의 '핵'으로 포장했다. 특히 주목받은 메시지는 영구 열대림 기금(Tropical Forests Forever Fund, TFFF) 조성이다. 룰라 대통령은 X에서 이 기금이 브라질 주도의 프로젝트이며, 열대림을 보호,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기금은 "기부가 아니라 투자"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단어 선택'이다. 기후 외교에서 글로벌 사우스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선진국의 시혜"다. 기후 보전을 위해 모두를 위한 기금임에도, 마치 '불쌍한 나라에 주는 돈'이라 생각하는 것이 싫어서다. 그걸 파악한 룰라 대통령이 기금을 "숲을 지키는 국가에 대한 투자"로 다시 정의한 것이다.

AP통신은 TFFF 조성에 대해 보도하면서 그가 지금까지 사람들이 생각했던 '국제적 기부'에 만족하지 않고 (전 지구를 위해) 숲을 보전하는 국가에 (마땅한) 보상을 하는 모델, 그걸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이런 세심한 언어 사용은 많은 호응을 끌어냈고, 콜롬비아, 가나, 콩고민주공화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TFFF 참여를 선언했다.

대통령의 SNS, 줄이지 말고 전략적으로

어떤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비꼰다. 그러나 위험이 있다고 지금 같은 기회를 포기할 수 없다. 자동 번역 시대, 한국 대통령이 한국어로 쓴 게시물을 전 세계가 읽는 건 한국 외교에 드문 기회다. 한국어도, 한국 대통령의 문장도, 이제 세계 정치의 타임라인에 올라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국제 사회는 한국이 국제적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공동 성장, 국제 공급망 안정, 기후·에너지 전환, 인공지능(AI) 수용, 다국적 해양 안보, 초국가 범죄 공동 대응, 한반도 평화 등이다. 위에서 언급한 각 나라가 처한 상황들과 정상들이 X를 활용한 내용은 좋은 참고서다.

대통령의 SNS는 칼이다. 각국 정상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쓰러트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칼을 수술 도구로 쓰자. 날카롭지만 정확하게, 빠르지만 손 떨림 없는 의사처럼 말이다. SNS 게시물 자동 번역 시대, 한국 대통령의 SNS는 국익 수호의 가장 날카로운 시작이자 끝이다.

덧붙이는 글 위 기사의 전문은 피렌체의식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firenzedt.com/news/articleView.html?idxno=32965

필자 김정호는 미국에서 사회윤리와 국제정치를, 인도네시아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현재 한국에서 인문교양 온라인교육 회사인 '알투스인'을 운영한다. 동시에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 관련 콘텐츠를 공급하는 회사를 운영한다. 미중 G2 대립이 격화되는 시대에 대한민국의 활로를 동남아에서 찾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대통령 #이재명 #SNS #X #정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