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저녁 수원종합경기장에서 진행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주최 '여자 챔피언스리그'(AFC Women's Champions League(AWCL) Final 2026' 준결승 경기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수원FC위민'을 2:1로 이겨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 상대는 멜버른시티 FC(호주)를 3:1로 꺾은 도쿄 베르디벨레자(일본). 준결승 경기에서 승리한 '내고향'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들에게 달려가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일 저녁 수원종합경기장에서 진행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주최 '여자 챔피언스리그'(AFC Women's Champions League(AWCL) Final 2026' 준결승 경기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수원FC위민'을 2:1로 이겨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 상대는 멜버른시티 FC(호주)를 3:1로 꺾은 도쿄 베르디벨레자(일본). 준결승 경기에서 승리한 '내고향'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들에게 달려가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아시아 최강팀을 가리는 여자클럽 대항전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주최 '여자 챔피언스리그'(AFC Women's Champions League(AWCL) Final 2026' 준결승이 열리는 20일 저녁 수원종합경기장.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도무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쉴새없이 하루 종일 내리더니 경기가 시작되는 저녁 7시무렵엔 아예 한여름 폭우를 방불케한다.

악천후속에 경기장에 입장한 5천 700여 명의 관중은 우비속으로 스며드는 빗물과 한기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기대와 설렘 가득한 표정들이다.

내고향 센터 서클 배너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내고향 센터 서클 배너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경기 시작 전 자원봉사자들이 대형 원형 천(센터 서클 배너)의 끝을 잡고 입장한 뒤 운동장 가운데서 대회 공식 로고와 '내고향여자축구단', '수원FC위민'의 엠블럼을 펼치는 퍼포먼스가 시작되고, 곧이어 흰색 유니폼을 입은 내고향선수단과 청홍색 유니폼의 수원FC위민팀 선수들이 입장하자 서서히 응원단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기는 '내고향'이 잡았으나 전반전 경기흐름은 수원이 끌고 갔다. 전반 5분 김경영의 슛이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가 됐다.

'수원'은 전반 내내 윤수정과 하루히 스즈키, 밀레니냐, 지소연이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골대를 맞고 튕겨나오거나 내고향 골기퍼 박주경의 선방에 막혔다.

수원 서포터즈의 응원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수원 서포터즈의 응원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수원 골문 뒤편 응원석에 자리잡고 응원깃발과 응원가를 부르는 수원 서포터즈는 홈팀답게 일사분란한 응원실력을 뽐냈고, 본부석 맞은 편 중앙 응원석에 두루 자리한 '공동응원단'은 '내고향'과 '수원', '우리가 응원한다'를 번갈아 연호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게 느껴졌다. 

대회 주최측에서 단일기(한반도기) 등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사전 공지가 있어서인지 '내고향' 엠블럼이 그려진 손깃발과 소형 현수막이 보이는 정도였다.

전반전이 끝난 뒤 만난 이조영 박사는 "오늘 경기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2018년 평양에서 열린 '제4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후원사 직원으로 참가한 일이 계기가 되어 남북 스포츠교류와 평화에 관심을 쏟고 있는 이 박사는 은행 프로축구단에서 퇴직한 뒤 북한학을 전공한 전문가답게 경기 분석도 날카롭다.

"그라운드가 비에 젖어서 공도 제대로 안나가고 선수들의 체력 소모도 많은데다가, '내고향'은 수중전이 조금 낯선 것 같다. 수중전에서는 공이 바운드도 잘 안되고 속도도 많이 떨어지는데 그 속도감을 제대로 못 찾아서 전반전에 게임이 잘 안풀린 것 같다. 적응하면 후반전에는 좀 많이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엔 5,700여 명의 응원단이 모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경기장엔 5,700여 명의 응원단이 모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탓에 더 이상 경기 관람을 하지 못하고 귀가하는 노약자도 생겼다.

국가보안법 피해자인 김호 님의 부친인 김권옥 선생은 "오늘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두팀이 저렇게 열심히 뛰는 걸 보니 참 뿌듯하고 앞으로 이런 기회를 더 만들어서 남북이 서로 으르렁대지 않고 왕래하며 통일하는 길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 어린 선수들이 희망의 등불이 돼서 남과 북, 북과 남이 힘찬 목소리로 통일을 외치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왼쪽부터 김영식, 양희철, 안학섭, 김영승  등 장기수 선생들이 경기관람과 응원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김영식, 양희철, 안학섭, 김영승  등 장기수 선생들이 경기관람과 응원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97살의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선생은 경기장을 떠나면서 "8년만에 왔다죠. 참 반갑습니다. 그런데 미제 점령하에서 우리가 이런 경기를 하지 말고 통일된 조건하에서 자유롭게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습니다"라는 비감을 남겼다.

후반전 휘슬이 울리고 4분 뒤 전반전의 기세를 이어 '수원'의 하루히 스즈키가 튀어 오른 공을 '내고향' 페널티박스 안으로 뛰어들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1:0으로 뒤진 '내고향'은 곧 바로 반격에 나섰다. 6분뒤 세트피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최금옥이 동점골을 뽑고, 후반 22분 수원의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김경영이 높이 뜬 공을 헤더로 처리해 역전골을 만들었다.

수원은 후반 33분 페널티킥 기회를 잡았으나 지소연의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 추격의 기회를 놓쳤고, 결국 경기는 '내고향'의 2:1 승리로 끝났다.

경기가 끝난 뒤 '내고향'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며 코칭스태프와 기념촬영을 했으며, 패배가 아쉬운 수원 선수들은 망연자실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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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와 함께 한 남북체육교류협회 관계자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와 함께 한 남북체육교류협회 관계자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골이 터질 때마다 공동응원단에서 '내고향'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깃발은 더 힘차게 휘날렸다. 수원 응원단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서로에게 뜨거운 이곳에 '관제응원' 따위는 없다. 적대의식을 감춘, 시대착오적인 낡은 '관제적 상상력'이 이 거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할까.   

운동장에서 공을 굴리며 싸웠으니 오늘 누군가는 웃고 또 누군가는 울 수 있다. 우리를 대신한 일이라는 생각이 미치면 가슴 아플 뿐. 젊은 그들은 다시 털고 일어나 내일을 위해 연습하고 실력을 높이면 될 일이다.

경기가 끝난 뒤 '내고향' 선수들이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AFC]
경기가 끝난 뒤 '내고향' 선수들이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AFC]

지난 2003년부터 남북체육교류, 특히 남북 유소년축구와 여자축구에 애정을 다해 온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이날 경기를 본 뒤 SNS에 "쏟아지는 빗속에서 치열하게 맞붙은 양 팀 선수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는 소감을 적었다. 

"승리를 거둔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저력에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끝까지 비를 뚫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명승부를 만들어낸 우리 수원FC 위민 선수들의 투혼에도 가슴 벅찬 응원을 보낸다"고 모두를 응원했다.

남북체육교류협회 후원회장인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는 "수원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경기에 북측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와서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남북체육교류협회가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를 원산에서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이제 더 자신감을 갖고 추진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대를 표명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수원에 온 것도 남북 정치상황과 상관없이 국제대회의 규칙에 맞춰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리스포츠컵도 북과 남이 공유하는 국제대회인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는 것.

최 전지사는 "처음 시작할 때는 약간의 긴장감이 있는데 끝날 때는, 선수들은 금방 가까워지더라. 특히 우리가 했던 유소년들은 더 빨리 가까워지고 금방 정이 들더라"라고 하면서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스포츠, 문화 등 비정치적인 분야부터 계속 교류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준결승 승리로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23일 오후 2시 멜버른시티 FC(호주)를3:1로 꺾은 도쿄 베르디벨레자(일본)와 최종 결승 경기를 갖는다.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시민단체 공동응원단으로 참가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경기장 바깥 어린이야구장 앞 대기장소에서 입장권을 수령하기 위해 빗속에 길게 줄을 서 기다리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다. [사진-통일뉴스]
시민단체 공동응원단으로 참가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경기장 바깥 어린이야구장 앞 대기장소에서 입장권을 수령하기 위해 빗속에 길게 줄을 서 기다리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다. [사진-통일뉴스]
남북연합 응원깃발을 준비해 온 응원단 [사진-통일뉴스]
남북연합 응원깃발을 준비해 온 응원단 [사진-통일뉴스]
평안남도중앙도민회가 준비한 여성독립투사 현수막 [사진-통일뉴스]
평안남도중앙도민회가 준비한 여성독립투사 현수막 [사진-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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