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가 자신을 둘러싼 '쥴리' 의혹 보도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직접 나왔다. 검사 신문에서는 모든 보도를 "거짓"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피고인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는 양재택 전 검사,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과의 밀접한 관계가 김씨 진술로 잇따라 드러났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결혼하기 전 산부인과 의사와 결혼식을 올렸다는 의혹을 묻자, 김씨는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검사 신문에선 "모두 거짓"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20일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장과 정천수 전 열린공감TV 대표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김씨가 과거 '쥴리'라는 예명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그동안 증인 소환에 응하지 않아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받았으나, 이날 출석으로 과태료는 취소됐다. 재판부는 방청석과 피고인석에서 김씨를 볼 수 없도록 가림막을 설치했다. 신문은 재판장에 이어 검사, 변호인 순으로 약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검사 신문에서 김씨는 쥴리 의혹과 양재택 동거설, 결혼·이혼설, 결혼 전 불임설, 건진법사와의 관계설을 하나씩 부인했다. "쥴리라는 예명을 사용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단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나이트클럽 출입 여부에도 "전혀 없다"고 했다. 6층 연회장에는 가본 적이 없다면서도, 조남욱 회장실에는 한 번 가봤다고 인정했다. 안해욱 전 회장에 대해서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면식 자체를 부인했다. 검사가 제시한 사진 여덟 장에 대해서는 모두 자신의 실제 사진이 맞다고 인정했다. 김씨는 "쥴리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6년째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며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쥴리 아닌 제니"… 외국 이름 호칭은 인정
반대신문에서 김씨는 "쥴리의 줄자도 쓴 적이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채팅방이나 미니홈피에서 쓴 별명은 제니였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나를 제니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쥴리'는 부인했지만, 외국식 이름으로 불렸다는 사실은 김씨 본인이 확인했다. 변호인이 김씨의 작은외할머니의 딸인 이씨의 녹취록을 제시하자 김씨는 그 목소리가 이씨가 맞다고 했다. 해당 녹취에는 김씨가 모임에서 본명 대신 외국 이름으로 불렸다는 이씨의 증언이 담겨 있다.
첫 결혼·개명 이유엔 입 닫아
첫 결혼 의혹을 다룬 대목에서 김씨는 입을 닫았다. 변호인이 "윤석열과 결혼하기 전 산부인과 의사와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김씨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취지의 질문에 두 차례 모두 같은 답이었다. 의혹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36세이던 2008년 김명신에서 김건희로 이름을 바꾼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내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만 한 뒤 끝내 답하지 않았다.
양재택·조남욱과의 관계, 본인 진술로 확인
반대신문이 길어지면서 김씨가 그동안 거리를 둬 온 인물들과의 관계가 김씨 진술로 드러났다. 김씨는 양재택 전 검사가 변호사 사무실을 열 때 물품을 사다 주고 도자기를 선물했으며, 자신의 제자 한 명을 그 사무실 직원으로 소개했다고 인정했다. 양재택은 앞선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씨가 소개한 직원이 자기 사무실에 근무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의 진술이 정면으로 어긋난다. 서로의 증언을 사실상 위증으로 모는 모양새가 됐다.
김씨는 자신의 어머니 최은순씨, 양재택의 모친과 함께 경남 사천의 한 단식원에서 열흘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양재택과 그 부인이 2022년 대선 당시 자신의 선거 사무실을 여러 차례 찾아왔다는 진술도 나왔다. 동거설의 상대로 지목돼 온 인물이 남편 윤석열의 대선 국면까지 김씨 곁에 가까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가락동 대련 아파트에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살았다고 했다. 양재택과의 동거설이 제기된 시기와 겹친다. 김씨는 2004년 아크로비스타에 입주했다고 했다. 이 집은 당시 다른 사람 명의로 보존등기가 돼 있었고, 김씨 명의로는 2006년에야 넘어왔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과의 관계도 드러났다. 김씨는 "조남욱 회장이 윤석열과의 결혼을 적극적으로 성사시키도록 노력해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과 결혼시키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가 있었다는 표현도 썼다. 호텔 식당 토스카나에 양재택, 최은순씨와 자주 드나들었고 조 회장이 세 사람을 단골로 대했다는 직원 증언에는 "찾아왔다"며 출입 사실을 인정했다. 김씨는 일부 질문에는 "약을 많이 먹어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며 답을 피했다.
교생 사진엔 '국정원 제자' 거론
김씨는 검사가 제시한 사진 가운데 1997년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교생 실습 시절 사진을 꼽았다. 이 사진은 2023년 언론에 보도됐다. 김씨는 "내가 배포한 게 아니라 내게 배운 학생이 낸 것"이라며 "그 학생이 국정원에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진이 퍼진 경위를 설명하면서 김씨가 스스로 국가정보원을 끌어들였다. 정보기관 출신 인물이 사진 유포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주장이지만, 김씨는 그 학생이 누구인지, 어떤 경위로 사진을 입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부친 얘기를 꺼내며 "내가 뭐가 아쉬워 술 파는 곳에서 손님을 접대하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다만 앞선 신문에서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길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자랐다고 진술해, 두 진술이 맞물리지 않았다. 부친의 양평군청 근무 이력과 건설 사업 의혹을 묻는 질문에는 "태어나기 전 일이라 잘 모른다"며 비켜갔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시작된 언론 압박과 맞닿아 있다. 경찰은 2023년 쥴리 의혹 보도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넘겼고, 2024년 1월에는 안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내가 쥴리였다면 이 자리에서 죽을 용기도 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공표 재판의 핵심 쟁점은 보도 내용이 허위인지 여부다. 검찰은 김씨를 증인으로 세워 의혹이 허위임을 입증하려 했다. 그러나 김씨가 반대신문에서 양재택·조남욱과의 관계를 스스로 인정하면서, 보도의 핵심 정황이 오히려 확인되는 장면이 반복됐다. 국내 언론 상당수는 이날 '제니' 발언만 단신으로 다뤘을 뿐, 이 대목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다음 재판은 오는 6월 23일 열린다. 증인으로는 '쥴리' 호칭을 처음 증언한 김씨의 작은외할머니의 딸 이씨가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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