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선동이 사실을 밀어내는 시대, 누가 민주당 정권을 망치는가

[조성식의 통찰] 폭력적 진영논리 폐해 심각...집권 여당, 책임 정치 필요

26.06.22 07:01최종 업데이트 26.06.22 07:01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늘날 한국 정치의 가장 큰 위협은 폭력적 진영논리다. 이는 정치적 양극화의 산물이다. 베스트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에 따르면, 정치적 양극화는 민주주의의 최대 적이다. 정파적 언론이 편향 보도를 일삼고 진영논리에 따른 확증편향이 여론을 지배하면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관용과 자제가 설 땅을 잃는다.

물론 진영주의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신념이 같은 사람들끼리 무리를 지어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럽다. 언론의 정파성도 마찬가지다.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정치 유튜브와 달리 언론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각 매체의 정체성에 맞는 정파성을 교묘히 드러낸다.

문제는 정파성 자체가 아니라 정파성의 상업화, 또는 교조주의화다. 진영주의자들은 무리의 정치적 신념에 맞지 않는 사실은 배제한다. 진영에 불리한 사실은 왜곡하거나 덮어버린다. 반대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나 심지어 거짓이라도 정치적 신념이나 진영의 이익에 부합하면 사실로 단정하면서 지지자들을 선동한다.

진영논리에 젖은 선동가들의 공통점은 지속적인 편 가르기와 타도 대상 설정, 사실의 선택적 수용이다. 수사와 재판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증거와 논리를 따져보기에 앞서 수사기관과 사법부 비난부터 한다. 실체적 진실과 별개로 진영에 유리한 판결을 하면 '참 법관'이라고 칭찬하고, 불리한 판결을 내놓으면 '적폐 판사'로 낙인찍는다. 그들 눈에는 정치적 성향이나 지향점이 비슷하더라도 '주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다 적폐요, 반개혁 세력이다. 나아가 내란 동조 세력이다.

내란 청산은 부인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지만, 그것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의구심이 짙어지면 중도층은 거리를 두거나 등을 돌리게 된다. 이를테면 3대 특검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2차 종합특검법을 발의한 것이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대통령 관련 사건이 다수인 조작기소 특검법을 제출한 것은 그런 '오해'를 받기에 충분했다.

불법 비상계엄이 빚은 내란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에 천재일우의 호기였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 없었다면, 민주당이 다음 대선 때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의 덫에서 빠져나와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지도 불분명했고. 군인들이 무장하고 국회로 쳐들어오는 난리가 났는데도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의 표차가 8.27%p밖에 나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만큼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려면, 나아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려면 이 대통령 지론대로 지지 기반의 외연을 넓히는 게 맞는 듯싶다. 민주당 정체성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인사를 영입하거나 중용하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합리적 중도 보수층은 최대한 끌어당겨야 한다. 그러려면 밀어붙이되 절제해야 했다. 권력 잡았다고 다 가지려 한다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했다. 선동으로 사실을 밀어내거나 왜곡하지 말아야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 편이면 무조건 감싸는 진영주의가 '독' 됐다

지난 2025년 9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출석 증인을 대표한 이희동 부산고검 검사를 비롯한 증인들이 선서하고 있다. 우측 끝 남성이 조경식씨.연합뉴스

지난해 9월 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와 올해 3월 출범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조작기소 특위)'는 성과도 많았지만, 선동 정치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다수의 힘을 바탕으로 한 민주당 의원들의 무차별 공세에 지지층은 환호했지만, 합리적이고 공정한 진실 규명과는 거리가 있었다.

검찰개혁 명분으로 삼으려 했던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사건은 민주당 완패로 끝났다.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만한 사건이었으나 확증편향이 문제였다. 청문회에 출석한 검사들과 담당 수사관들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진실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건만, 민주당은 무분별한 정치공세로 일관했다. 검찰을 개혁 대상이 아니라 척결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90일 동안 수사한 상설특검(특별검사 안권섭)은 "검찰 지휘부의 은폐 지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실무자의 단순 업무과실로 결론 내렸다.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사기전과 9범이자 동거녀에 대한 특수상해(구타, 회칼 위협 등), 특수공갈, 특수감금 등의 혐의로 구속돼 수감 중이던 조경식씨를 증인으로 내세운 것은 민주당 수준을 의심케 했다.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다는 조씨는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의혹 사건의 내막을 잘 아는 듯이 증언했으나, 이 사건을 조사한 법무부 특별점검팀은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조경식이 연어·술파티에 참석한 사실이 없으며 왜 참석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수원구치소 수감 당시 이 전 부지사와 같은 수용동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민주당과 연결된 것은 이 전 부지사 변호인으로 활동한 김광민 변호사 덕분이다. 지난해 4월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씨 사건을 수임한 김 변호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된 조씨의 갖가지 '폭로'를 민주당과 언론 매체를 통해 공론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조씨는 청문회 출석 당시 KH그룹 부회장으로 행세하며 알펜시아호텔 인테리어 공사 명목으로 지인에게 수억 원을 받아가 갚지 않은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였다. 그는 청문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배상윤 KH그룹 회장 구명로비를 벌였는데 권 의원 요구로 48억 원이 전달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가 권 의원과 접촉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지만, KH그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조씨가 스스로 'KH그룹 부회장' 명함을 제작해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의 범죄사실 중에는 쌍방울 회장과의 친분을 이용한 나노스(쌍방울 관련주) 주식 관련 사기도 있다. 청문회 이후 보석으로 출소한 그는 지난 4월 조작기소 특위 증인으로도 활약했다.

대장동 사업으로 1000억 원대 수익을 올린 남욱 변호사에 대한 민주당의 기울어진 잣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가 검찰 강압 수사의 '피해자'라고 해서 대장동 관련 범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검찰이 이 대통령의 배임 혐의를 조작 기소했다고 해서 민간업자들의 천문학적 수익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전 정권에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이 대통령을 궁지에 몰았다가, 현 정부 출범 후 정반대로 돌아선 그의 오락가락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그는 올해 4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민주당이 화력을 쏟아부은 명태균 게이트는 용두사미로 끝나는 모양새다. 비록 명씨가 자초한 면이 있긴 해도, 명씨 사건 1심 재판부 판단대로 윤석열씨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과 그가 김영선 전 의원과 업무적·금전적으로 얽힌 관계는 별개로 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신들이 공익제보자로 지정한 전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 강혜경(1호), 소장 김태열(3호)씨의 일방적 주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검증에 소홀하고 심지어 허위 주장까지 퍼트렸다.

특검이 기소한 혐의 대부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김건희씨 항소심 재판부가 유독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만 무죄를 선고한 것도 새겨봐야 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문제가 된 여론조사 58건은 대부분 명씨가 윤씨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실시한 게 아니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영업 활동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해 언론 매체 등을 통해 공표한 여론조사였다.

명씨는 58건 중 14건(공표 10건, 비공표 4건)을 윤씨 부부를 비롯한 여러 정치인에게 무상으로 보냈다. 그중 윤씨 부부에게만 전달한 여론조사는 비공표 3건(김건희 2건, 윤석열 1건)이다. 윤씨 부부가 여론조사에 관여한 흔적도 없었다. 1, 2심 재판부가 똑같이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이유다. 명씨에게 사전에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혐의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의 비리 의혹에 이중잣대를 들이댐으로써 공정하지 않다는 인상을 줬다. 당리당략에 치우쳐 사실을 무시하거나 외면한 결과였다. 어느 당이나 마찬가지지만, 중대한 비리나 불법 행위가 드러났는데도 우리 편이면 무조건 감싸는 진영주의는 단기간에는 약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독이다.

'선동 정치'는 자멸의 길... 사실 앞에 겸손해야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박성준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2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가칭)'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남소연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이른바 민주화 세대는 공정보다는 진영논리에 익숙하다. 거대 악과 싸우면서, 나와 우리 편 잘못에는 관대해졌다. 우리 편의 반칙과 특혜는 대수롭잖게 여기면서 상대편 잘못은 칼같이 단죄하려 든다. 젊은 세대는 이런 이중성을 싫어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득권층으로서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입으로는 서민과 약자, 진보적 이념을 외치는 민주화 세대 꼰대들의 위선이 역겨운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탈리아 순방 중인 지난 13일 소셜미디어에 '집권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고 적었지만, 민주당은 그 반대로 행동했다. 신념을 앞세운 나머지 책임에 소홀했고, 정치적 판단의 기준을 국민 전체가 아닌 강성 또는 열성 지지자들에게 맞췄다.

개혁 대상을 타도 대상으로 삼으면 보복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상대는 악이고 우리는 선이라는 이분법은 개혁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역대 정권을 보면, 민심과 동떨어지거나 현실을 무시한 교조주의적 개혁이 제도를 개악하고 민생을 더 힘들게 한 사례가 적지 않다. 개혁은 확실하게 하되,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목소리를 '반개혁'으로 몰아붙이는 원리주의적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이 대통령 말마따나 결과까지 책임질 게 아니라면.

민주당이 내란 청산을 공정 가치를 구현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국민적 공감을 얻을 것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은 '내로남불' 타파다. 상대편이 강도질한다고 우리 편이 도둑질하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조중동은 더하는데" 식의 논리는 균형이 아니라 변명이다.

검찰과 사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해서, 특검에 현직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까지 주는 건 공정과 법치주의에 반한다. 특검 수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공소청)이 공소 취소를 하거나 재판부가 공소 기각을 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다. 공정은 사실을 존중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사실은 누구에게나, 어느 쪽에나 공평하다. 권력을 쥔 쪽일수록 사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실을 비트는 선동 정치는 자멸의 길이다.

이 점에서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이른바 셀럽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유튜버 등이 사실과 맞지 않는 주장을 펴는 건 자제해야 한다. 우리 편에 불리한 사실이라도, 기대하거나 믿는 바와 다른 사실이라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컨대 여권이 임명한 특검 수사 결과 비상계엄 당시 검찰이나 사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증거로 확인됐는데도, 계속 "그럴 리가 없다"며 불신과 적대감을 조장하는 행위는 정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길이다. 과유불급이다.

#조성식의통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정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