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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운동을 '성찰적 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켜야"

 

<늦봄 문익환목사 20주기 기념사업위> 'Restart통일운동; 통일담론과 전략 심포지엄'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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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02  19: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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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봄 문익환목사 20주기 기념사업위원회는 2일 오후 한국언론진흥재단 19층에서 늦봄 문익환 목사 서거 20주기와 1989년 방북 후 발표한 4.2공동성명 25주년을 기념하여 'Restart 통일운동:통일담론과 전략'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民) 주도 통일론', '공존의 원칙'과 '점차성의 방도', 그리고 '정치경제 문제와 경제문화 교류의 병행접근론"

지난 1989년 고 문익환목사가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인 허담과 합의 서명한 4.2공동 커뮤니케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이며, 이같은 통일론은 이후 김대중 정부 등장과 함께 사실상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형성해 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7년에 접어드는 현재 종북공세와 통일공세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그간 통일운동 진영의 담론을 정리하고 새로운 통일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문익환 목사의 통일론을 여전히 기초해야 할 원칙적 내용으로 평가했다.

'늦봄 문익환목사 20주기 기념사업위원회는 2일 오후 한국언론진흥재단 19층에서 늦봄 문익환 목사 서거 20주기와 1989년 방북 후 발표한 4.2공동성명 25주년을 기념하여 'Restart 통일운동:통일담론과 전략'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을 개최했다.

토론회는 이재정 행사위원장이 'Restart 통일운동'의 의의에 대해 설명하는 기조발언으로 시작해 2부 심포지엄으로 이어졌다.

토론회는 황인성 통일맞이 이사의 사회로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와 정형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각각 '늦봄 통일사상과 통일평화운동론', '한반도 체제와 통일운동:성찰과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기조 발제를 한 후 김창수 코리아연구소 연구실장과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이어서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남북경제통합 논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박순성 동국대 교수가 지정토론을 했다.

토론회에는 백낙청 6.15남측위원회 명예대표와 박중기 추모연대 명예고문, 조순덕 민가협 의장과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을 비롯한 100여 명이 참가했다.

   
▲ 왼쪽부터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정형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김창수 코리아연구소 연구실장,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통일대박론으로 상징되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 공세를 역사상 가장 강력한 보수담론으로 규정하고 이에 직면한 통일운동 진영은 대체로 근본주의적이거나 혹은 각론 차원의 방어적 대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승환 대표는 통일운동 진영은 지난 시기 통일운동의 경험을 재검토하고 이에 근거해 새로운 담론과 전략을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먼저 문익환 목사의 통일론에 충실할 것을 요청하면서 '한반도의 재통합 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국가연합'은 교류협력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체제가 아니며, 오히려 이에 대한 의식적 추구없이는 교류협력도 평화체제도, 핵문제 해결도 어렵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2지역 체제론'에 기초한 통일대박론은 물론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도 통일을 단일 국민국가 건설로 보는 관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남북 비대칭 상황에서 국가(남북)연합이나 '2지역체제'를 완전한 통일을 위한 과도적 단계라고 규정할 경우, 결국 남이 북을 흡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으므로, 국가연합과 관련해서는 과정적 개념으로 통일을 해석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문 목사의 민 주도 통일사상을 변화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시민참여'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느슨한 통일'을 이루는 국가(남북)연합이 남과 북 당국은 물론 시민사회가 다층적으로 결합되는 '복합적 통일공동체'의 의미를 가지는 통일의 또 다른 형식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대표 는 통일운동이 인권, 생태, 젠더, 탈핵, 경제정의, 투명성 등 많은 시민적 이슈를 이해하고 이를 통일담론과 결합시키면서, 동시에 시민운동 내에 존재하는 분단회피적 경향과 맞서면서 '성찰적 시민운동'의 한 부분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 토론회는 백낙청 6.15남측위원회 명예대표와 박중기 추모연대 명예고문, 조순덕 민가협 의장과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을 비롯한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어서 정현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분단체제에 작용하는 남과 북의 조건과 상황에 큰 변화가 있다"며, 최근 북한은 한국 사회와 매우 공개적인 형태의 경쟁을 시도하고 있다는 이색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예컨대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중인 지난 2월 21일 부터 미사일 발사를 시작했지만 이 사실을 3월 5일 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담화를 통해 '자위적 행동'이라고 발표함으로써 북이 느끼는 '안보위협'에 대한 남한 국민들의 이해를 얻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즉, 남과 북 모두 여전히 자기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선전구상이 강하지만 서서히 한반도 주민 전체가 그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정현곤 운영위원장은 평가했다.

정 위원장은 이를 '흔들리는 분단체제'라고 칭하고 87년 민주화 이후 그 양상은 '비적대적 또는 호혜적 상호의존'과 이명박 정부 이후 '상호의존없는 적대'라는 구도로 포착된다고 언급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북을 보지 않고 남쪽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남과 북 모두를 보면서 보다 면밀한 정치 언어를 구사한다고 정 위원장은 말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최근 드레스덴 제안 역시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보이는 민감성을 감안한 선제적 제안일 뿐인 정치행위이며, 박 대통령의 노림수는 이니셔티브를 갖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이 여러 현안에 대처하는 방식을 이같은 분석틀로 보면 북한은 점차 '일반 국가화'되고 있으며, 이해관계에 충실하다는 의미에서 '합리적'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정 위원장은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정 위원장은 '흔들리는 분단체제'를 보완하는 새로운 '한반도체제'에 대한 면밀한 고민이 필요하며, 시민사회에서 하나의 운동체계를 가지고 발전하고 있는 '평화국가론'에 관심을 갖고 '변혁적 중도'의 시각에 입각한 연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창수 코리아연구소 연구실장은 "문익환 목사가 생존해 계셨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준비위원회에 대해 진의를 파악하고 민의 힘으로 이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하고 견인하자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창수 실장은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내용은 부실하지만 임기 중 통일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의지와 의도는 분명히 있다"고 평가하고 '길 닦아 놓으니 문둥이가 먼저 지나간다'가 타박할 일이 아니라 '누가 가면 어떠냐'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의 제안이 2.0 수준을 갖고 4.0 이라고 우기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2.0 기반 위에서 많은 앱을 만들어 실제로 4.0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또한 현재 한·미·일 3각 동맹과 북방 3각동맹이 복합적으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박 대통령이 진심을 갖고 있다면 이달 20일 전후에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 제안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이재정 행사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통일맞이'가 곧 통일운동이라고 역설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현실적으로 통일은 먹고 먹히는 문제임에 분명하다"며 북한에 편향 일변도로 접근하는 종편 방송 등을 예로 들어 "비현실적이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이를 전제로 한 통일 대박론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통일과정 중에 군사주의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도록 평화를 관리하는 통제가 중요하다고 이태호 처장은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재정 행사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지난 1989년 문익환 목사가 당시 허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합의 서명한 4.2공동 커뮤니케의 의의를 항목별로 상세히 설명하며 "늦봄은 오늘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물음을 늘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정 행사위원장은 "진보적 통일운동은 이명박, 박근혜 두 정권을 지내면서 매우 위축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의 한계와 조건을 뛰어 넘어서 문익환 목사의 주장대로 민간과 관이 함께하면서도 대중을 일깨우는 '통일맞이'가 곧 통일운동"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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