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제 길은 하나다, 하나되어 선거 정국을 이끌어야 한다

안철수의 패배와 친노의 승리가 아니다
 
 
 
임두만 | 2014-04-12 10:45:0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나는 안철수와 일면식도 없다. 아직 그와 차 한 잔을 나눈 적도 없으니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을리는 더더욱 없다. 강조하건데 안철수 개인이 정치적으로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상당기간 안철수에게 우호적인 글질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이익과 전혀 상관없이 안철수의 정치가 우리 정치를 한 단계 진화시켜줬으면 하는 열정 때문이었다. 안철수가 민주당과 합당하기 전 그를 필두로 한 새정치 그룹이 제3정치세력으로 안착, 당시 기득권 정당인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깼으면 했던 바램이었다.

그런데 안철수는 결국 자신도 나도 또 새정치를 추구했던 많은 사람들도 하나같이 기득권 정당이라던 민주당과 합당이라는 일을 해 버렸다.

그렇다면 나는 예전 김영삼의 3당합당을 비판하듯 거세게 안철수를 비판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김영삼의 3당합당은 야당을 찍어준 유권자를 배신한 배신 행위지만 안철수나 송호창을 찍었던 유권자들은 어떻든 여당을 반대하는 유권자들이므로 전면적 배신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안철수를 찍은 노원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비토하고 민주당을 능가하는 새정치 신당을 하라고 지지했던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유권자들로만 안철수는 당선되지 않았다. 그에게 투표한 많은 유권자가 민주당 지지자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안철수 지지자 중에는 새정치만 옹골지게 지지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전 민주당 지지자도 상당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가 민주당과 합당을 한 것을 전면적 배신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비판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기초공천 문제를 두고 어제 오늘 모든 언론들은 안철수의 패배라는 뉘앙스를 담았으며 중앙일보는 아예 친노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나는 이런 언론들을 보면서 언론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아무리 독자의 눈길을 잡고 싶어도 이번 사안까지 안철수와 친노의 전쟁으로 몰고 가고 그것을 또 친노의 승리라고 한다면 아주 잘못된 판단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새정치연합 내 기초공천 논란은 특정세력의 세력 싸움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안철수가 새정치의 키워드로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정당 무공천은 정치개혁이 아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마을정치의 활성화란 지방자치제에서 이들의 정당공천은 당연한 것이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지방자치제 선거에 정당이 참여하지 않은 사례는 없다.

그렇다면 이것이 왜 문제가 되었을까? 간단하다. 국회의원, 정당의 실력자, 당권파, 당 대표 등의 기득권 유지 욕심 때문에 지방 목민관이나 의원에 자기사람 심기가 노골화 되어서다. 이 욕심에 의해 개혁적 공천이 안 되고 어려워서 지금까지 지방공무원까지 정당 줄서기를 했다.

결국 이를 타파하기 위하여 여야 모두 공천제 폐지를 얘기하고 약속했다. 여기까지는 틀리지 않다. 그렇다면 이 약속은 같이 지켜야 한다. 그런데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안 지키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러면 우리라도 지키겠다는 것이 안철수였다. 자 여기까지도 틀리지 않다. 그럼 무엇이 틀렸을까? 안철수가 여기서 쉽게 생각한 것이 법이다. 법을 도외시 하고 약속만 중시한 것이 틀렸다.

법은 약속과 다르다. 약속은 지키지 않으면 욕을 먹고 손가락질을 당하고 버림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감옥을 가거나 직위를 박탈당하진 않는다. 법이 존재하는 이유다. 인간 세상은 모든 것이 약속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법을 만들었다. 그 법을 성문화하여 강제로 지키게 하고 지키지 않으면 공동이 합의한 대로 벌을 줬다. 그것이 재판이다. 가장 쉬운 예로 차선이나 사거리 신호등도 약속이다.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도로를 통제할 수 없다. 그래서 약속에 강제성을 부여했다. 즉 약속에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 법이란 말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모두 똑 같은 약속을 했다. 그런데 그 약속한 내용이 구두로만 지키고 말고 할 것이 아니었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이 당선되었다. 그렇다면 법을 개정해야 할 약속이 선순위로 취급되어야 했다. 하지만 세사람 다 이 문제를 선순위로 취급하지 않고 무려 1년을 허비했다. 지키기 싫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가 임박했다. 법과 관련된 약속을 한 쪽은 파기하고 한 쪽은 법과 상관없이 약속이니까 지킨다고 했다. 앞서 거론했지만 법은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라고 강제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사람이 법을 어기게 생겼다. 법이 공천인데 그냥 무공천이면 법을 어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 집행기관은 법을 어긴 측을 징치할 수밖에 없다. 징치를 당하지 않으려면 약속도 지키고 법도 지켜야 한다.

법에 정해지기는 정당이 공천을 하지 않겠다면 정당원이었던 모든 기초선거 출마자는 다 탈당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탈당 후 당의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암묵적 지원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가 매우 협소했다. 예를 들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호2번으로 출마하면 같이 골목 유세를 한다던가 유세차에 올라서 지원유세를 한다던가 할 수도 없다. 새정치연합 당원은 어떤 누구도 무소속 후보 지지 유세를 대놓고 할 수 없다. 결국 광역후보까지 발이 묶이는 것이다.

광역후보 혼자서 모든 지역의 골목을 선거운동 기간에 다 다닐 수 없다. 그런데 상대후보는 기초의원과 단체장, 광역의원까지 페키지 운동을 하고 새정치연합 후보는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불리한 선거가 되는 것이다. 이런 선거로는 광역도 이길 수 없다. 특히 페키지 투표에 익숙한 우리 유권자들 속성 때문에 더 그렇다. 때문에 선거가 임박하여 법을 따져본 후보들 모두 한쪽은 공천하고 한쪽은 하지 않을 때 엄청나게 불리한 것을 새삼 더 느끼게 되었다. 당연히 안철수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없었다.

그러함에도 안철수는 이번에 매우 선전했다. 53.44% vs 46.56%...깊이 들어가보면 더 확실하다.

당원투표 결과 1년 이상 단 한번이라도 당비를 낸 권리당원 총35만2152명 중 8만9826명이 투표에 참가한 가운데 공천해야 한다는 여론이 57.14%로 무공천의 여론이 42.86%였다면 기존 민주당 당원들 43%가 안철수 손을 들어줬다는 반증이다. 합당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단신인 안철수가 한달도 안 되어서 당원 43%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특히 투표에 참여한 9만 명 가까운 당원 중 현재 기초단체장이나 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하여 예비후보로 등록한 수를 감안하고 그 조직들을 감안하면 찬성이 57%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 그만큼 현장 여론도 무공천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이는 국민여론조사 결과가 증명한다. 두 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A기관에선 무공천 51.41% 공천48.59%, B기관에선 공천 50.91% 무공천49.09%였다. 이를 합산 평균하니, 무공천 50.25%였다. 이를 다시말하면 현재도 국민 절반 이상은 안철수의 새정치 키워드로 무공천을 지지한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 내 기존 공천희망 의원들의 기초공천 드라이브가 지난 3월 내내, 그리고 4월들어 계속되었음에도 국민 절반 이상은 무공천을 지지했다. 이를 되돌려 말하면 안철수가 국민여론을 잘못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언론은 친노의 승리 안철수의 패배라고 쓴다. 여기에는 두가지의 함의가 있다. 첫째는 지금까지 나눠먹으며 좋았던 것을 안철수라는 인자가 끼어들어 판을 깨니까 안철수부터 죽이자는 암묵적 합의에 의한 죽이기다. 둘째는 야당이 계파간 싸움이 치열하여 선거전에 일사분란이 안 되어야 여당이 유리하기 때문에 여권의 유리한 선거판을 만들려는 친여 언론들의 꼼수다. 따라서 야권 지지자들은 이런 꼼수들에 넘어가면 안 된다. 상황을 정확하게 읽고 대응해야 한다.

오늘(11일) 새정치연합 선대위에 문재인 손학규 정동영 김두관 정세균까지 다 참여했다. 좋은 징조다. 이제 길은 하나다. 누가 누구 죽이기가 아니며 누구를 배제하거나 비토하는 판이 아니다. 하나되어 선거 정국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안철수 죽이기나 친노 승리나 이런 노래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 지금 판국에서 모두 힘을 합해 새누리당 죽이기만 해야 한다. 이번 선거가 야권 패배라는 결과를 얻는다면 우리는 한동안 박근혜 드라이브를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96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