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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사퇴 배경과 향후 전망...‘총체적 무능정부’ 비판 불가피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발행시간 2014-05-28 22:32:26 최종수정 2014-05-28 21:56:56

 

사퇴입장 밝히는 안대희 총리 후보자
사퇴입장 밝히는 안대희 총리 후보자ⓒNEWSIS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엿새 만에 결국 사퇴했다. '전관예우' 논란에 이어 기업으로부터의 '자문료' 수입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더이상 버티기 힘들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안 후보자의 '낙마'로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시스템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고, 개각 및 정부조직 개편은 원점으로 되돌아가 언제 이뤄질지 장담키 힘든 상황이 됐다. 특히 6.4지방선거 전에 세월호참사로 격앙된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야심차게 꺼내들었던 '안대희 카드'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박근혜 정부는 '총체적 무능정부'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전관예우' 논란에 기업 '자문료' 의혹도 터져나와

안 후보자는 28일 오후 5시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2일 총리 후보로 지명된 지 불과 엿새만이었다. 그는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더이상 총리 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저의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돼준 가족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너무 버겁다"고 사퇴이유를 밝혔다.

안 후보자가 사퇴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임명 직후부터 불거진 각종 논란에 급속히 악화된 여론 때문이라는 게 중평이다. 안 후보자가 애초 지명될 당시에는 불법대선자금 수사 등을 통해 만들어진 '청렴' 이미지 때문에 재산문제 등으로 큰 논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명 다음날부터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7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뒤 불과 5개월 동안 16억여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루에 약 천만원 꼴의 고액수임료에 기존에 그가 가지고 있던 '청렴' 이미지는 급속히 허물어졌다. 이와 함께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의 공직개혁을 이끌 수 있겠냐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안 후보자가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때 한 기업의 법인세 취소 소송을 맡아 변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세무조사 계획과 과정을 심의하며 각종 관련 정보를 접하는 세무조사위 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것이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 재산 사회 환원 할 것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산증식 및 전관예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양지웅 기자

'전관예우'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안 후보자는 26일 대법관 퇴임 이후 변호사 활동으로 늘어난 재산 1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여론 반전을 노린 이같은 승부수는 오히려 독이 됐다. 비판 여론의 핵심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돈으로 총리를 사려는 것이냐' '대학의 기여입학제처럼 기여총리제를 하자는 것이냐' 등 원색적인 비난들이 쏟아졌다.

'결정타'는 27~28일에 걸쳐 추가로 제기된 의혹인 것으로 보인다. <민중의소리>는 27일 안 후보자가 올해에도 최소한 월 평균 1억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내용의 단독보도에 이어, 28일 오후 안 후보자가 변호사 수임료 외에도 기업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추정되는 급여를 석 달 동안 1억원 가량을 받았다는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특히 안 후보자는 유독 이 소득의 출처에 대해서만 인사청문요청서에서 자료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안 후보자에게 돈을 준 기업이 어느 곳인지 알려질 경우 논란이 될 것을 의식해 일부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 후보자는 보도 후 몇 시간 뒤 사퇴를 선언해 이같은 의혹은 결국 밝혀지기 어렵게 됐다.

'불안한 정부' 이어진다...'총체적 무능정부' 비판 불가피

안 후보자가 전격 사퇴를 발표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치명타'를 입게 됐다.

당장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시스템이 다시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총리 지명 이후 논란이 된 의혹들을 청와대가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인사검증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알고도 지명을 했다면 청와대가 국민정서와 심각하게 괴리돼 있다는 얘기가 된다. 어떤 경우든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부실한 인사검증에 대한 지적이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안 후보자의 사퇴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3개월만에 총리 후보자가 벌써 두 번이나 낙마하게 됐다. 정부 출범 직후에도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내정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등이 줄줄이 낙마한 바 있다. 특히 정부는 '윤창중 사태' 이후 인사위원회를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번 사태에 비춰볼 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안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정부조직 개편도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게 됐다. 총리 인선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개각 및 청와대 참모진 개편도 마찬가지다. 안 후보자의 급작스러운 사퇴로 다음 총리 후보자를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가 한 달 째 '식물총리'로 있는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한 정부'가 됐다.

 

 

 

안 후보자의 낙마로 박근혜 대통령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안 후보자는 대선시기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경험도 있어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럼에도 안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심각한 민심이반을 달래기 위해 국정운영을 쇄신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물거품이 되면서 현 정부 국정운영의 난맥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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