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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기/바람아래길에서 그냥, 그냥 걸었습니다

치유기/바람아래길에서 그냥, 그냥 걸었습니다

조회수 101추천수 02012.11.21 00:08:45

 

 

 

.직장생활 16년차

.현재 직장 13년차

.결혼생활 11년차

.워킹맘 7년차

 

조금 쉬고 싶었습니다.

절반, 딱 절반을 살았기에 쉬었다 가고 싶었습니다.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거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가 아니였습니다.

 

그냥 보통의 엄마처럼, 보통의 아줌마처럼

아침밥상을 차려 가족들 입에 무엇이라도 챙겨주고

맥심커피 마시면서 조간신문을 훑고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을 하고 (가장 하고 싶은 것)

장을 보고

아이랑 노래를 부르면 집으로 오고

고슬고슬 따순 밥에 서너 찬으로 저녁을 먹고

남편, 아이랑 수다를 떨다가

다같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그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꿈 꿨습니다.

 

간혹 책읽기모임에 나가 또래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작은 즐거움도 있어야겠지요.

동네 공부방에 나가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글쓰기 봉사도 하고요.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을테지만

그래도 지금보다야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친구들은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매일이면 지겹다고 했지만

저는 그 지겨움조차 부러웠습니다.

제법 많이 부러웠지요.

 

쉬어볼까 이궁리 저궁리 해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걸었습니다.

운동시간을 따로 낼 수 없었기에

점심시간에 주변 공원에서

퇴근길에 서너 정거장 먼저 내려서

금요일 밤 절친과 함께 동네 산책로에서

무작정 걸어봤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 마음을 위해서 한걸음 두걸음.

깊은 숨 몰아쉬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기도 하고

하늘과 나무, 그리고 바람을 만나기도 하고

그렇게 걸었습니다.

 

걸음 속에, 길 속에서

또다른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멘붕까지 오지는 않았지만 (아마 오기 전에 미리 경계했을테지요)

순간순간 힘들 때마다 저를 버티게 해 준 것은

다름 아닌 걷기였습니다.

 

새해에도 걷기는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휴심정에 걷기 이야기를 올려봐도 될까요? ^^

 
사진 168.jpg
길에서 만난 민들레 홀씨, 민들레 길동무도 참 반갑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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