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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다리로 유혹, 거미 물고기 낚시

조홍섭 2014. 06. 23
조회수 5490 추천수 0
 

물표면에 발 올려 닿는 물고기 낚아채, 신경독 주입해 조직 녹여 흡입

남극 뺀 모든 대륙에 서식, 어쩌다 먹는 별식 아닌 주요 영양원 가능성

 

ar9.jpg» 제 몸보다 커다란 물고기를 사냥한 에쿠아도르의 거미. 사진=Ed Germain,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개울가나 연못, 습지 등 물가에도 거미가 많이 산다. 이들은 주로 곤충을 먹고산다. 이제까지 누구나 그렇게 알았다. 그러나 뜻밖에 많은 종류의 거미가 작은 물고기를 짬짬이 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바젤대와 서 오스트레일리아대 곤충학자는 이제까지 거미가 물고기를 잡아먹었다는 내용을 보고한 세계 학계의 사례 80여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극을 뺀 모든 대륙에 물고기 사냥 거미가 서식하며 적어도 8개 과에 포함된 거미가 물고기를 종종 잡아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ar1.jpg» 물고기를 잡아먹는 거미가 보고된 지역. 이 지도에는 표기돼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황닷거미도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 지난 18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진은 물고기 사냥이 목격된 거미의 4분의 3은 닷거미와 닐루스속 거미였으며, 늑대거미과의 거미 12종 이상과 물거미 종류도 물고기를 즐겨 잡아먹는다고 밝혔다.

 

이들 거미는 남위 40도에서 북위 40도 사이의 따뜻한 곳에 많이 서식했으며, 특히 미국 플로리다 습지에 다양한 종류가 산다고 논문은 밝혔다.
 

척추동물인 물고기를 잡아먹는 절지동물이 예외가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임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황닷거미 등도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r7.jpg» 잡은 메기를 나무위로 끌어올려 먹고 있는 에쿠아도르의 거미. 사진=크레이그 해리슨,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ar8.jpg» 잡은 물고기를 나무 위에서 먹는 페루의 거미. 사진=알프레도 도산토스 산티얀,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ar11.jpg» 커다란 물고기를 사냥한 오스트레일리아의 거미. 사진=로렌 자비스,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ar12.jpg» 짐바브웨의 한 연못에서 사냥한 물고기를 연꽃 몽우리에서 먹는 거미. 사진=마르셀로 드 프레이타스,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이들 거미는 물가에 앉아 뒷다리를 돌이나 식물에 고정하고 긴 앞다리를 물 표면에 낚싯대처럼 드리우고 먹이를 기다린다. 대개 우연히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곤충이 먹이가 되지만 거미가 노리는 것은 그보다 20~200배는 크고 영양분과 에너지가 풍부한 물고기이다.
 

논문은 물고기 사냥 때 시각은 보조 구실을 하며 물고기의 등지느러미가 물 위에 늘어뜨린 거미의 다리를 건드리는 것을 신호로 공격을 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잡은 물고기의 평균길이는 거미의 2.2배였으며, 그 지역에 흔한 2~6㎝ 길이의  소형 어류였다.
 

거미가 자기보다 몇 배나 큰 물고기를 제압하는 비결은 강력한 신경 독소에 있다. 대부분의 거미는 독 이빨로 물고기 머리 밑부분을  무는데 물고기는 몇 초에서 수분 안에 죽었다.
 

ar3.jpg» 잡은 물고기에 소화 효소를 집어넣은 뒤 흐물흐물해진 조직을 빨아먹는 미국 플로리다의 거미. 사진=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잡은 먹이는 반드시 물 밖으로 끌어낸 뒤 소화효소를 주입해 흐물흐물하게 분해된 조직을 여러 시간에 걸쳐 입으로 빨아먹었다. 먹이를 물 밖으로 끌어내는 이유는 소화효소가 희석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논문은 밝혔다.
 

연구진은 “물가에 사는 거미에게 물고기는 어쩌다 맞는 횡재가 아니라 중요한 영양원임이 드러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yffeler M, Pusey BJ (2014) Fish Predation by Semi-Aquatic Spiders: A Global Pattern. PLoS onE 9(6): e99459. doi:10.1371/journal.pone.0099459

 

■ 관련기사: 대형 무당거미, 박쥐 사냥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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