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배어 나오고 겉으로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며 변하면 생육(生育·길러지게)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중용 2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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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 지배는 하나님 뜻, 조선 민족 게을러.” 요즘 입 가진 사람 치고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친일·민족비하 발언에 대해 비판 한두 마디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일제식민지와 민족분단이라는 뼈아픈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서 문 후보자의 과거 망언에 대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공직자 자격은 물론이고, 국민으로 거론하는 것조차 부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 5월19일 눈물의 국민담화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해경을 해체하는 등 정부조직을 개편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공직사회에 만연한 전관예우 등 비정상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일명 ‘김영란법’도 국회 통과를 약속했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을 때 국민들은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을 비판하면서 박 대통령이 국정 방향을 바꿔주기를 바랐다. 대통령이 대기업 자본의 이윤을 위한 정책, 친일·독재 미화 논쟁, 방송 장악 등 비정상의 권한을 다 내려놓고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관료개혁과 정부개혁을 시작하라는 경고이고 기대였다. 어느 언론인은 그것이 대통령이 임기까지 살 수 있는 길이고, 외면하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청와대와 내각을 개편하겠다고 동원한 인물들이 줄줄이 적폐들이다. 친일 역사관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른 문창극 후보뿐만 아니라 제자의 논문과 연구비를 가로챈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 제자 논문을 베끼고 중복 게재한 송광용 교육문화 수석, 차떼기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 맥주병으로 기자 머리를 내리친 김영한 민정수석, 음주운전과 SNS 망언의 정성근 문화부 장관 내정자 등. 대통령의 눈물 담화는 국민의 감성을 자극해 세월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제2의 참사였던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박근혜 정부의 정치·외교·안보 위기를 보면서 여야를 포함한 정치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정치와 관료, 자본, 사회의 부패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간 이 나라 곳곳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무능 등 모든 적폐는 기회주의 지식엘리트들이 사회적 책임의식을 외면한 상태에서 자행된 것들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그들은 자신의 과거를 분칠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국민을 진보와 보수, 좌우로 분열시켰다. 국민의 합리적 상식을 ‘종북’과 ‘빨갱이’로 몰았다.
일부 지식인들과 야당 정치인 중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정기조의 근본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부류들이 있다. 대통령의 스타일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생각은 평론가들이 TV토론에서나 할 소리 아닌가.
이제는 국가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는 정치개혁이라며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포기한다며 세비 몇 푼을 내리고,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공약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술 더 떠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를 한다며 기초지방자치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혼란만 부추겼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기득권은 79%를 득표하고 93%의 의석을 차지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돌팔이, 사이비 정치인들에게 우리 목숨을 맡기고 있다. 결국 오늘의 이 총체적 난국은 적폐인 귀태들이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의 무대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87년 대통령 직선제로 민주주의 기초를 닦았다. 정권교체를 이뤘고 언론과 노조, 사법체제에서 법치의 공감대를 이뤘다. 군사 쿠데타 권력의 무력이 지나간 자리에 지금은 자본과 기득권이 정치와 논리라는 무기로 민주주의를 교묘하게 훼손하고 있다. 정치개혁의 방향은 국민의 뜻이 온존하게 정치에 반영되는 제2의 선거혁명으로 다음 총선과 대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배어 나오고 겉으로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며 변하면 생육(生育·길러지게)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중용 23장> |
▲ 장호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자문위원 (故 장준하 선생 장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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