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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 5개국의 최대위협은 강대국들의 외면

 
2014. 12. 12
조회수 119 추천수 0
 

  구(舊)소련, 즉 중앙아시아가 주요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되면서 이 지역을 관장하기 위한 강대국들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지역을 일시적으로 관장했고, 반면에 경제적 팽창을 누리고 있는 중국 또한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을 거의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몸을 사리고 있는 중앙아시아 5개국(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최대 위험은 강대국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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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라시아 한복판의 지각변동

 

  파미르 고원 정상에서부터 광활한 카자흐스탄 초원의 중앙아시아를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은 유라시아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각 변동을 느낄 수 있다. 지난 6월, 미 공군 점보제트기들은 중앙아시아를 떠났다. 미 공군기들은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 근처에 위치한 마나스 공항 활주로에서 모습을 감췄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부분 철수를 단행한 데 이어,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자국의 유일한 중앙아시아 군사기지마저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폐쇄했다.

  비슈케크 시내 복판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광대한 도르도이(Dordoï) 시장은 20여 년째 구소련 전역에 물품을 공급하는 중국 상품 도매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에 산적되어 있는 컨테이너 수만 봐도 시장점포의 수가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2010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도로 출범하며 중국산 물품에 심각한 타격을 준 관세동맹에 가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여파로, 도르도이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러시아인과 카자흐스탄인에게 중국산 물품은 급격히 경쟁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많은 중국 상점과 식당들이 비슈케크에서 번창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곳에 유입된 중국인들은 그대로 현지에 정착해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택시 라디오에서 2016년 중국이 키르기스스탄에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시작한다는 속보가 흘러나온다. 이 파이프라인은 중국이 투르크메니스탄 가스전을 개발하기 위해 이미 설치 가동 중인 시설을 보충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이미 투르크메니스탄 가스전에서 천연가스 전체 수입량 중 51%를 제공받고 있다.

 

 강대국들이 안전을 책임지지 않은 새로운 시대

 

  중앙아시아에 새로운 시대가 왔다. 19세기엔 러시아와 영국이 이 지역의 6천만 명의 영혼을 놓고 ‘거대한 힘겨루기’를 했었고, 1991년 구소련 공화국인 중앙아시아의 5개국(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독립한 이후엔, 미국이 이 땅에 관심을 보이며 강대국들 간 ‘새로운 힘겨루기’가 있었다. 그래서 중앙아시아의 새로운 시대는 불투명하고 위험하다.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뉴욕 컬럼비아 대학의 버나드 컬리지의 교수 알렉산더 쿨리는 “탈레반이 중앙아시아 정복보다는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지만, 중앙아시아에서 정치적 불안이 야기될 공산은 크다. 이는 이 지역 독재국가들의 체제 계승이 난관을 예고하고 있음에도, 강대국들이 더 이상 이 지역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할 입장에 처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국경 수비대 간 무력충돌이 수차례 발생했다. 관개수로의 물길을 우회시키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이유가 치명적인 무력충돌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양국 간에 분명한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 페르가나 계곡에서 안전 문제가 집중적으로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강, 시르다리야 강이 흐르는 페르가나 계곡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비옥한 땅이며, 중앙아시아 총 인구의 5분의 1이 거주하는 곳이다. 예전엔 소련에 편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화국들 간에 행정적인 국경만 존재했었지만 현재는 이 지역이 3개국(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으로 아주 복잡하게 구분되어 있다. 

 

미국의 유라시아 동쪽으로 이동과 러시아의 복귀

 

 중앙아시아를 차지하기 위한 ‘새로운 힘겨루기’는 강대국 간 담판을 통해 변해왔다. 2001년 서방세계의 아프가니스탄전쟁 개입 이후, 미국은 중앙아시아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았다. 초기엔 미국은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동의를 얻어 아프가니스탄에 진출했다. 당시 푸틴은 9·11테러를 당한 미국인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조의를 표했다. 그러나 양국의 관계는 악화됐다. 특히 미국이 이란을 침공한 2003년 이후, 그리고 러시아가 마음먹고 중앙아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그러했다. 쿨리는 “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진출을 통해 중앙아시아를 호령하려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라시아의 중심에 진출하겠다는 미국의 욕망은 시간이 흐르면서 유동적으로 바뀌게 됐고, 러시아가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 공군기가 처음으로 마나스 기지에 도착한 2011년 이후, 워싱턴은 키르기스스탄의 두 전직 대통령, 아스카르 아카예프(1990~2005)와 쿠르만베크 바키예프(2005~2010)의 아들들과 연속적으로 파격적인 미군기지 연료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들 정권이 전복될 때까지 현지에 잘 적응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모스크바는 이곳에서 미국을 내쫓기 위해 키르기스스탄 정부를 압박했다. 미국이 마나스 기지를 단순 물류센터로 허가받아 사용하며 해마다 임대계약을 연장해야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요컨대 미국은 기쁜 마음으로 마나스 기지에서 철수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모스크바와의 새로운 관계개선에 들어간 오바마는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 러시아와의 힘겨루기를 피했다. 이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했고, 다른 곳을 보기 시작했다. 전략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자신들의 요충지인 유라시아의 극동과 태평양 연안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재편성 속에는 한결같은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이제 그 의도가 유라시아 동쪽으로 좀 더 옮겨 갔을 뿐이다.

  중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전략은 항상 뻔했다. 대부분의 미국 전략은 “새로운 실크로드” 건설을 토대로 짜였다. 1999년에 시작한 이 전략은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동아시아를 상호 연결하는 활력 넘치는 경제구역을 건설해” 이들 지역의 안전을 보장해 주고, 더 나아가 이들 지역의 인프라 구축에 도움을 주어 무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프로젝트는 현실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을 서로 연결하는 송배전선 건설 프로젝트(CASA-1000)가 “인프라 보안 전략”의 부재로, 두 국가(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인프라 건설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구소련공화국들인 5개국 간 정치적 관계는 이 국가들의 독립으로 어려워졌고, 경제교류도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다. 더군다나 파키스탄은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있고, 미국은 이란과의 경제교류가 없다. 하지만 이들 양국은 미국이 이 지역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꼭 필요한 국가들이다.

  지난 9월, 오랜 불확실성의 기간을 불식시키고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유지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미국은 이 지역에 진출하려면 파키스탄 내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심각하게 악화된 모스크바와의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3개월 전 미국은 키르기스스탄 기지에서 철수했다. 이후 2014년 7월 9일,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Rosneft)는 키르기스스탄과 마나스 국제공항의 지분 51%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얼마나 상징적인 계약인가! 왜 석유회사가 탄화수소가 전혀 매장되어 있지도 않은 국제공항의 지분을 인수한단 말인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고르 스테킨이 운영하는 로스네프트는 키르기스스탄을 물류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로스네프트 이외에도 국영 천연가스 추출 기업(Gazprom)을 비롯한 수력발전회사(RusHydro)와 전력관리회사(Inter RAO) 등과 같은 거대 러시아 기업들이 키르기스스탄과 수력전기 및 가스배급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들 기업들의 양해각서 체결 동기는 인수된 기업의 이용보다는 지형학적 요소에 있다. 익명을 요구한 키르기스스탄의 한 고위 공직자는 “비록 가즈프롬이 키르기즈가즈(Kyrgyzgaz, 키르기스스탄의 국영 가스회사)를 상징적인 가격인 1달러를 주고 인수했지만, 키르기스스탄 국민들이 가스료를 내지 않아 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인데 누가 감히 이런 회사를 인수하려 들겠는가?”라고 반문한다.

키르기스스탄의 정치지도자들은 최근 사태를 통해 모스크바가 관심을 보이는 핵심 분야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는 교훈을 배웠다. 2010년 4월, 바키예프 대통령이 축출된 것은 이러한 원칙을 무시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신중치 못한 바키예프는 미국엔 키르기스스탄 남부, 바켄 주에 미군 훈련소 개장을 허가한 반면에 크렘린이 키르기스스탄에 두 번째 러시아 군사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허가 요청을 했지만 이를 무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앙아시아

 

  우크라이나 사태는 또한 중앙아시아의 상황을 바꿔놓았다.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의 정치학자, 바르비츠 물로야노프는 “중앙아시아 정부들은 모스크바가 자신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크렘린은 갑자기 생각을 바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유라시아 경제연합에 가입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를 잃으며 주변국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모스크바가 강력한 조치에 들어갔다”고 설명한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별반 감흥도 없는 이 같은 경제 및 정치 통합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 중이다.

  카자흐스탄의 한 국정 책임자의 정치고문은 “우리는 통합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그러나 통합이 일방적으로 러시아의 명령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며 한탄한다. 우크라이나의 이탈 이후, 모스크바가 보인 반응에 중앙아시아가 바짝 몸을 사리며 유라시아 연합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진 셈이다.

  그러나 독재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의 통치하에 있는 카자흐스탄은 이러한 통합 아이디어를 적극 반겼다. 카자흐스탄이 1994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유라시아 통합 프로젝트의 선봉장 역할을 한 것은 자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러시아인과 러시아권 국민(현재 전체 인구의 4분의 1)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라시아 통합 프로젝트 출범 4년 후 관세동맹이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자국시장과 러시아 시장을 하나로 통합하기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자신들이 러시아 시장에 진입하는 데 많은 장벽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공화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적이 있는 금융전문가 장 크리스토프 레르뮤지오는 “이는 양국 간 경제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제규모는 카자흐스탄의 경제규모보다 10배나 크다. 그리고 카자흐스탄 기업들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들이 지난 20년 동안 독과점으로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러시아는 종종 (유라시아 통합을 위해) 회유책보다는 강경책을 쓰며 이웃 국가들을 대놓고 무시한다. 지난 8월 말, 푸틴은 자신의 오른팔인 카자흐스탄에 “한 번도 국가가 들어선 적이 없는 영토에 국가를 건설했다”며 역정을 냈다. 나자르바예프는 푸틴의 말에 심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뼈있는 푸틴의 지적에 보이지 않는 위협을 감지한 그는 “우리나라는 우리의 독립을 위협하는 기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 반박한 뒤, 크림반도 국민투표의 유효성을 묻는 유엔 총회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모스크바는 러시아와 공동 국경 국가들이 아닌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아직까지 자신의 영향권 안에 두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이 국가들의 부, 특히 석유에 군침을 삼기고 있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통치한 경험이 있어 이 지역을 꿰뚫어 보고 있지만, 이 국가들에게 절실한 체제 안정을 보장해주진 못하고 있다. 2010년 6월, 남부 키르기스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3일 만에 거의 500명이 사망했다. 당시 러시아나 이 지역 전반의 안전을 담당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어느 쪽도 나서서 이 같은 살상의 광풍을 진정시키지 않았다. 페르가나 계곡의 안전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서 정치적 자산도 확보하고, 국민과 정치 지도자들과 신뢰도 쌓고, 언어 공유를 통한 문화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오히려 이 지역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앙아시아 5개국은 능수능란한 솜씨로 미국을 비롯한 유럽, 한국, 일본 특히 중국 등을 통해 러시아의 힘을 상쇄시키고 있다.

 

 뒤늦게 등장한 중국주도의 인프라 투자

 

  중국은 뒤늦게 중앙아시아 레이더에 등장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에 대한 논문을 쓴 바 있는 티에리 켈너르는 “1990년대 초반, 사람들은 이란과 터키를 중앙아시아의 신흥 강국으로 꼽았다. 하지만 두 국가는 실패했고, 1980년까지만 해도 전혀 존재감이 없던 중국이 21세기 초반부터 중앙아시아의 최대 강국이 되었다”고 말한다. 한편 중국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3개국(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러시아를 제치고 제1의 무역 파트너로 올라섰으며, 나머지 2개국(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는 러시아에 이어 제2의 무역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은 인상적이다. 2013년 9월, 10일 동안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나섰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국가들과 대략 5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주 및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그는 세계 제4위의 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향후 연간 650억m3의 가스를 수입하겠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은 또 순방기간 동안 카자흐스탄에 속한 카스피해 연안의 거대한 카샤간(Kashagan) 유전 지분 8.33%도 인수했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정유공장과 이들 양국을 관통하는 새로운 송유관을 건설해 이들에게 우즈베키스탄 가스 의존도를 낮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은 정기적으로 이들 양국에 대한 가스 송출을 차단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앙아시아 순방을 잠정적인 미래성장 동력은 지녔지만 아직 개념이 정리되지 않은 “실크로드의 경제벨트” 프로젝트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인프라, 특히 교통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켈네르는 “중국은 중앙아시아를 정비해 자국의 현대화와 눈부신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처음부터 중앙아시아의 안전을 최우선시한다. 이는 중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무슬림 세력인 위구르의 분리주의에 겁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중국이 신경을 쓰는 것은 에너지 안보에 대한 걱정이다”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식민지화하려는 자신의 의도가 드러날까 두려워 이 국가들의 내정문제와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막강한 금융 능력을 지닌 중국이 이 지역의 실세임은 분명하다. 카자흐스탄 전략연구소(KISI)의 콘스탄틴 시로이쉬킨은 “러시아는 이미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에게 ‘NO’란 말을 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중앙아시아에서의 불화의 씨앗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스를 구입하며 러시아와의 가스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가스 수입 규모도 줄였다”고 지적한다.

  서방과 지정학 힘겨루기에 들어간 크렘린은 당장 중국의 도움의 절실하기 때문에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을 박하게 대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5월 21일, 중국은 러시아와 4천억 달러 규모, 즉 30년 동안 연간 380억m3의 천연가스를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돈은 러시아에게 큰 힘이 되었다. 러시아는 자국의 천연가스를 서방이 구매하지 않겠다면 중국과 아시아 전역에 팔면 그만이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2013년 이후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이 구상한 “새로운 실크로드” 홍보에 직접 나서고 있는 가운데,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통해 22일 만에 중국 충칭과 독일 뒤스부르크를 오가는 정기 열차 노선이 이미 개통되어 운영되고 있다. 기차 운송 규모는 아직 해상 운송 규모에 비해 미비하지만, 휴렛팩커드(HP)와 독일 자동차 기업 BMW 등과 같은 서양의 대기업들이 이미 이 내륙 노선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동맹의 미래에 환상을 갖는 러시아인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러시아의 부(富)는 세계 부의 3.5%밖에 되지 않아, 러시아는 자신의 전략적 야망을 도모하기 위해 가능한 중국과 공조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러시아는 중국이 중앙아시아에서 이권에 개입하고 있지만 이를 양보하는 선의를 보이고 있다. 모스크바는 또한 반(反)서방 클럽의 성향을 보이며 잠정적 세력의 축으로 거듭나고 있는 상하이협력기구(SCO)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 일부를 규합해 만든 SCO 회원국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미중러의 지정학적 3각관계와 중앙아시아의 불안정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접은 미국, 이 지역에서 자신의 야망을 성사시킬 역량이 없는 러시아, 실세처럼 보이긴 하지만 경제부문 이외에는 투자를 꺼려하는 중국 사이에 낀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환경은 이 지역 국가들을 안정화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지역엔 권위적인 국가 아니면 균형감각을 쉽게 잃을 수 있는 씨족을 바탕으로 한 독재국가밖에 없다. 중앙아시아는 많은 잠재적인 문제를 떠안고 있다. 특히 정권교체를 앞두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만연된 부패와 빈곤이 우즈베키스탄을 급진 이슬람 세력이 득세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으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에 심각한 안보위기가 닥치면 이를 해결할 만한 역량을 갖춘 강대국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며,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인종분쟁이나 혼란한 정권교체를 틈타 이 지역에서 심각한 위기가 불거질 경우 이에 대한 합의점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쿨리는 “중앙아시아 각국은 자신이 체결한 지역 파트너십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 이들에게 원칙에만 매달리며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정 강대국과만 공조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러시아와 미국 간에 악화된 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 간 밀월관계는 영원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정학적 변화가 강대국들 간의 충돌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런던의 캠브리지 중앙아시아 포럼의 카자흐스탄인 전문가, 촉한 라우물린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관찰되고 있는 많은 사건 중 하나인 미국과 러시아 간 충돌로 인해 러시아는 유리시아 안쪽으로 밀려났다. 이미 19세기에도, 크림전쟁에서 패배한 러시아가 중앙아시아를 정복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등을 돌린 이 시점에서, 러시아는 다시금 중앙아시아의 유라시아 대륙 깊숙이까지 세력을 뻗쳐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나는 사실 미국도 이를 반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앙아시아 공화국들의 역할이 이 지역 안정에 필수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책 입안자들과 이들의 정치고문들이 한 강대국의 야망을 다른 강대국의 야망으로 상쇄시키려 애쓰고 있다. 지난여름, 두샨베에 있는 전략연구소의 세이풀로 사파로프는 “러시아의 요청으로 타지키스탄이 별 생각 없이 유라시아 경제연합에 차기 회원국으로 가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타지키스탄은 자국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게임에 휘둘려 자신의 균형정책을 포기하면 안 된다. 우리가 유라시아 경제연합에 가입한다는 것은 우리의 전략적 이득과 일치하는 가입방법을 강구해 보겠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독립 이후,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이와 같은 게임에서 균형을 맞추는 법을 배웠다.

글·레지스 장테 Régis Genté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 이글은 르몽드디플로마티크 12월호([75호] 2014년 12월 04일)에 실린 글을 옮겨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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