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4/12/24 15:37
  • 수정일
    2014/12/24 15:3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근혜 정부 계속 대북 적대정책 펴면 자본의 입장과도 배치될 것”<남북관계 개선 촉구 릴레이 1인 시위 7>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정성희 기획위원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12.24  10:48:43
트위터 페이스북
올해도 저물고 있다. 내년이면 분단 70년이다. 일제 수난기의 무려 두 배. 이 장구한 세월을 남북갈등으로 허송하고 있다. 그래서 이 추운 겨울날, 사회 각계 인사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거리에 나섰다.

“분단 70년 오기 전에 남북관계 풀어라! 삐라 대신 대화를! 인권공세 대신 인도적 지원을! 5.24조치 대신 남북경협 금강산관광을! 통일대박론 대신 6.15 10.4선언 실천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2월 16일부터 30일까지 매일 12시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부에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통일뉴스> 기획위원인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매일 12시, 1인 시위에 임하는 사회 각계 인사들을 만나 미니 인터뷰도 진행한다. 23일은 그 일곱 번째 날로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대표이다. / 편집자 주

 

   
▲ 남북관계 개선 촉구 릴레이 1인 시위 일곱 번째 날에 참가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김 명예교수는 "대자본이 박근혜 정부의 강경보수 대북정책에 반대 의사를 보인다"면서 "향후 지배층 내부에서 심각한 균열이 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희 기획위원]

“통합진보당 해산의 핵심은 종북 정당 여부가 아니라 민주주의 문제”

정성희 소장 : 광복70년, 분단70년이 이제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선생님, 요즘 마음이 어떻습니까?

김세균 교수 : 국민국가의 기본은 민족국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민족국가 건설 자체가 분단으로 좌절되어왔어요. 21세기 접어들어 새로운 과제도 많지만 우리나라에 남은 가장 중요한 근대적 과제는 민족국가의 완성입니다. 그런데 일제로부터 광복한 지 70년이 지나도록 분단국가, 분단체제가 유지되어 자주적 민족통일국가를 성립시키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반목, 대립, 갈등하는 상황입니다. 분단국가는 반쪽짜리 결손가정과 같은 것으로 수많은 고통을 주고 있어요.

정성희 소장 : 냉전수구세력들이 그간 '종북'몰이를 계속 해왔는데, '신은미 종북콘서트' 소동에 이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및 의원직 박탈을 선고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세균 교수 :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많이 진전되었다고 자만해왔지요. 이명박 정권부터 후퇴하다가 박근혜 정권에 와서 정당 해산까지 당하고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상당한 기간 계속 종북몰이 중심의 공안한파가 몰아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어요.

이번 정당 해산의 핵심은 통합진보당이 종북 정당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또 설령 종북정당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폭력적으로 관철하지 않는 이상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합니다. 그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억지사유와 논리로 정당 해산까지 하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예요.

“북 인권 개선 위해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보장해야”

정성희 소장 : 미국 주도로 대북 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를 거쳐 안보리에 상정되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

김세균 교수 : 북한에 인권문제가 존재한다는 건 사실이고 북한정부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지요. 인류의 보편적 원칙에 의해 모든 나라는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인권공세는 반미국가에 대한 전형적 정치보복입니다.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의 체제 전복을 위한 대의명분으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거예요.

내가 알기로 미국은 사회권 보장을 위한 국제협약에 가입도 안하고 있어요. 인권 중에도 어떤 인권을 앞세우느냐가 중요하거든요. 미국 주도 유엔의 인권 잣대는 자유권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 보면, 사람의 생명, 생존과 범죄, 분배, 부패 등으로부터의 자유를 다루는 사회권이 더 중요합니다.

도처에 전쟁을 일으켜 사람을 죽이고 온갖 제재와 봉쇄로 경제력을 약화시켜 생존을 위협하며 빈부격차, 총기사고, 인종차별, 검은 커넥션 등이 난무하는 미국이 인권유린국가이지요. 매년 제출되는 중국의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세계에서 사회권 꼴찌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사회권도 하위 수준인데다가 이번 정당 해산조치로 자유권도 유린하는 인권유린국가가 되었습니다. 북 인권을 거론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어요.

미국의 다른 나라 인권 개입 자체가 인권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라크, 리비아를 보십시오. 북 인권공세도 인민들의 인권을 진정으로 개선할 목적이 아니라 체제전복 시도에 다름 아닙니다. 인권공세로 인한 대립갈등이 첨예화되면 전쟁을 불러올 수 있어요. 여기에 한국정부가 부화뇌동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고 비극을 자초하는 일이지요.

   
▲ 쌍용차 노동자를 위한 1인 시위자와 함께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희 기획위원]

북 인권 개선에 진정으로 협력하는 길은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보장하고 관계정상화와 제재 해제, 경제 지원을 선행해야 합니다. 한국정부도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화해협력, 평화번영을 촉진해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 인권을 개선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체제와 안보의 위협을 불식시켜 인권을 개선할 수 있도록 환경과 조건을 제공하는 게 필요합니다. 인권의 기본이 생존권인데, 북을 국제적으로 고립시켜 얼마나 많은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습니까.

정성희 소장 : 대북 삐라문제가 또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만.

김세균 교수 : 박근혜 정부가 통일대박, 통일준비요 신뢰프로세스이란 말은 적극적으로 하는데, 막상 남북대화 재개의 중요한 계기가 오면 고춧가루를 뿌립니다.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북 고위급인사 3인이 내려와 2차 고위급회담 열자고 합의해놓고는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대북 삐라를 살포해 좌초시켰쟎아요.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회담 이 성사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단 말이예요. 그러면 앞의 좋은 얘기가 수사적인 것에 불과하고 신뢰가 깨지지요.

박근혜 정부가 통일대박을 외치지만, 실제 기존 합의도 실천하지 않는 것을 볼 때, 북한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압박을 가하면 머지않아 붕괴될 거라는 환상에 젖어있는 게 아닌가 우려됩니다. 최근 통일부장관이 미국 가서 포괄적 협상으로 5.24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수사라고 봅니다. 또 회담 재개의 기회가 오면, 다시 장애물을 설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요. 간단합니다. 표현의 자유라면서 대북 삐라를 살포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표현의 자유를 잘 보장하면서 통합진보당은 왜 강제 해산시킵니까?

“박근혜 정부가 계속 대북 적대정책 펴면 이는 자본의 입장과도 배치될 것”

정성희 소장 : 5.24조치로 남북경협 기업인들의 생존권 위기만이 아니라 침체된 한국경제의 출로가 막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만.

김세균 교수 : 그와 관련, 독일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서독의 아데나워 정권이 동독을 국제적으로 봉쇄하면서 일체의 관계를 끊었는데, 70년대 들어 미국이 소련과의 데탕트정책을 취합니다. 미소 화해분위기 속에서 서독의 대자본이 동독, 동유럽으로 진출하려고 아데나워에게 봉쇄정책을 풀라고 요구합니다. 아데나워가 국내외적으로 고립되어 정권이 바뀝니다.

최근 삼성 등 대자본의 요구를 대변하는 중앙일보가 한국경제를 위해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자본 측은 남북경협에 기초한 대륙 진출을 노리는데, 박근혜 냉전극우세력은 이를 차단하고 있는 겁니다. 대자본은 한반도 비핵화도 전제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박근혜 정부의 강경보수 대북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보인 겁니다. 자본의 요구를 냉전수구세력이 차단하는 꼴 입니다. 향후 지배층 내부의 심각한 균열이 올 수도 있어요.

박근혜 정부가 향후 3년을 계속 공안한파로 몰아가면 대북 적대정책이 꼭 필요하게 되고 이는 자본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오지요. 남북경협 활성화와 북방경제 개척, 그리고 이를 위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실현은 어느 계급계층보다 우리 전체에게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나중에 자주적 평화통일국가가 자본을 위한 것이냐 민중을 위한 것이냐는 그 당시 정치적 힘의 관계에 따라 결정될 일이고요.

정성희 소장 : 군산복합체에 기초한 미국 네오콘과 한국자본 간에도 입장이 다르겠습니다. 미국 네오콘은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북핵문제를 내세워 늘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남북경협을 방해하고 있으니까요.

김세균 교수 : 그렇지요. 미국 군산복합체는 한반도 긴장과 남북갈등을 유지 고조시켜야 값비싼 무기를 많이 팔아먹으니까요. 그런데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북핵 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있지요. 바라는 대로 북이 붕괴되지도 않고요. 미국의 딜레마입니다. 북핵 능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협상을 하면 미국이 더 많이 양보해야 됩니다. 그러나 당장은 대중국 견제, 한미일 군사동맹, 한국 무기 구입을 위해 대북 강경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학생들도 1인 시위를 하는 김세균 명예교수에게 힘을 보탰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희 기획위원]

“미국이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는 반미국제전선을 약화시키려는 것”

정성희 소장 : 미국이 쿠바와는 53년 만에 국교를 재개했는데, 북과의 관계정상화는 결단하지 못하고 있지요?

김세균 교수 :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나라에서 좌파 또는 중도좌파 정권이 들어서는 조건에서 미국이 쿠바와 국교를 정상화함으로써 반미국제전선을 약화시키려는 것이죠. 그런데 동북아에서는 대 중국 견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려고 북한을 계속 고립시키고 악마화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와 북미 관계정상화가 연동되어 있지요. 이른바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전략적 판단으로 북미관계를 풀어야 하는데, 항상 합의를 뒤집었지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오바마가 합의해도 정권 바뀌면 또 네오콘이 문제를 일으켜 주저앉힐 것입니다.

정성희 소장 : 얼마 전 일본 중의원선거에서 아베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었는데, 한-일, 북-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김세균 교수 : 한미일 군사동맹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인데, 일본 아베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아 한일관계를 악화시키지요. 박근혜 정부도 미국의 종용으로 대일관계를 회복시키고 싶어도 아베정권의 태도로 인한 우리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요. 일제 침략을 기억하므로 한일군사동맹에 대한 거부감은 대단하지요. 그래서 정부가 한일군사정보협약 양해각서를 비밀리에 추진하는 거예요. 아베의 득세가 한일관계보다 북일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2017년 대선에선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세력 준비해야”

정성희 소장 : 박근혜 정부 하에서 민주주의도 후퇴하고 남북관계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화와 분단 극복의 관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세균 교수 : 이 땅의 민주화가 잘 안 되는 모든 원인을 분단체제에서 찾거나, 거꾸로 한국 민주주의의 성장 발전은 분단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보는 양편향이 있습니다. 분단이 민주를 저해하고 비민주가 분단을 강화하는, 다시 말해 남북관계 발전이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고, 민주주의 진전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상호관계를 갖지요. 북한도 마찬가지겠지요. 남북관계 발전이 북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신장시키는 조건이 될 것입니다.

정성희 소장 : 민주주의도 후퇴하고 남북관계도 안 풀리는 지금, 우리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합니까?

김세균 교수 : 2017년에 민주적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합니다. 냉전수구보수정권으로는 민주주의도 남북관계도 다 망치니까요. 박근혜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노동자, 민중의 저항으로 약간 물러설지 모르지만, 공안 한파와 지속적 공격을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10년의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신장시켰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점입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행해서 말이지요. 그래서 수구보수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긴 거지요.

따라서 박근혜정권의 공안한파가 몰아친다 하더라도 민주와 반민주의 구도 일면으로 가서는 안 되지요. 2017년 대선에서 또 제2의 김대중-노무현 정권 등장만으로는 시대적 요청, 역사적 과제를 실천할 수 없습니다. 민중의 삶을 개선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수 있고 자주적 평화통일을 올곧게 추진할 수 있는 세력을 준비해야 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