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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북핵문제 입장 갈수록 북과 일치

러시아의 북핵문제 입장 갈수록 북과 일치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7/17 [15:3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의 위성관제센터     ©자주시보


17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경제학연구소 아시아전략센터장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러시아의 공식 대외사이트 스푸트닉과의 대담에서 최근 타결된 이란 핵협상 방식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그 이유를 자세히 논했다.

문제는 그 이유 하나하나가 매우 의미심장한 내용들이라는 점이다.


"이란과의 협상이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주의를 주었다. 이는 양국의 상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 북한은 이란과 달리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시험도 마쳤으며 심지어 국가 헌법으로 이를 확고히 하고 있다.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훼손하면서까지 핵무기를 거부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둘째, 이란은 독립국가로서 그 누구도 살상할 의지는 없었다. 북한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과 한국의 정책은 현행 북한 체제의 완화 및 해체가 진정한 목적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만 국가의 존립을 지켜나갈 수 있는 실정이다. 핵무기는 직접적인 군사 침략을 방지하고 내부에서의 정권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다."-17일 게오르기 톨로라야

 

이중 특히 둘째, "미국과 한국의 현재 정책이 북의 체제를 해체하는데 있다"는 진단과 북이 "그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오르기 톨로라야 센터장의 진단은 주목할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그간 북이 주장했던 내용과 완전히 일치한다. 러시아의 공식 연구소 아시아전략센터장이라는 만만치 않은 권위를 지닌 전문가의 진단이니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거의 다름이 없다.


나아가 이 전문가는 북이 완전한 핵보유국이 된 데는 미국의 책임이 결정적이라는 주장까지 서슴없이 제기하고 있다.


"1994 년의 기본 협정은 매우 현명하고 옳았다. 러시아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미국이 그에 대한 응답으로 제재를 해제하고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포함하여 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양국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했고, 이 때문에 러시아는 이 기본 협정을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체제의 붕괴를 염두에 두고 시간만 끌뿐 북한 체제를 인정해 주기로 한 자신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를 빨리 알아차렸고 협정을 위반하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과 북한 모두가 협정을 위반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기본 협정은 성공적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물론 게오르기 센터장은 북도 94북미제네바합의를 위반하고 핵무기 개발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은 하고 있지만 그렇게 떠민 장본인이 바로 협정 이행을 태만한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도 북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다.


그간 러시아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국에 이름은 올리고 있었지만 회의 석상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거의 하지 않고 거의 방관자에 머물러왔다. 그래서 일본과 러시아를 빼고 4자회담을 하자는 말까지 나오기까지 했었다.

그런 러시아가 올 들어 북핵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그 내용적으로 완전히 북의 입장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최근 계속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러시아는 이번 이란 핵협상에서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미국 외에도 이란과의 협상에서 러시아 또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에 관한 6자 회담에서 핵심 참가자 중 하나였다. 이란과의 문제 해결 경험이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감을 주고 있다."-17일 스푸트닉

 

스푸트닉은 이번 보도 말미에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러시아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이제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6자회담이 현재로서는 열릴 지 미지수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의 수교, 이란 핵협상 타결로 차기 선거용 민주당의 외교성과 카드는 거의다 마련한 셈이기 때문에 꼭 북핵문제까지 서둘러 해결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당장 6자회담이 재개되거나 북핵문제에 있어 의미있는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만약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주변국들의 대화가 재개 된다면 분명히 러시아는 과거와 다른 적극적 중재자로의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물론 철저히 북과 맥을 같이하는 입장일 것이다.

 

결국 미국이 향후 6자회담을 재개한다면 전보다 훨씬 불리한 입장에 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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