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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해킹, ‘정권재창출 플랜’과 관련있나?

 
 
다투던 MB-박근혜, RCS 구입 타진 시점부터 ‘독대’ 세 차례
 
육근성 | 2015-07-17 15:40:2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내국인 사찰은 하지 않았다. 대북-해외 정보전의 일환일 뿐이다”

국정원장이 해킹에 대해 내놓은 해명이다. 믿어주는 게 도리일 텐데 도무지 그러기가 어렵다. 말하는 대로 믿어주는 ‘모범 시민’이 되는 게 불가능한 세상. 이번에도 ‘불량 시민’이 되기로 했다. 왜냐고? 모든 정황이 ‘해명은 거짓말’, 이걸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위키리크스 폭로, 국정원 얼마나 놀랐을까?

맛집 블로그에 악성코드를 심고, 국내 판매용 스마트폰만 해킹 대상으로 삼았다. 국내에 주로 사용되는 V3를 뚫으려 했고, 천안함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의 폰을 해킹하려 했다. 진보매체 기자를 사칭하고, 동창회 명부에 악성코드를 심었다. 게다가 포르노사이트를 미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니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수법은 조악. 수준은 아마추어. 기술은 연변에서 만드는 스미싱 문자와 비슷한 수준. ‘V3 모바일2.0’도 뚫지 못하는 허접함…이게 국정원이 사랑한 해킹프로그램 RCS의 실체다.

국정원이 얼마나 놀랐을까?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사달이 났으니. 이탈리아 해킹업체(해킹팀)가 해킹 당하면서 자료가 유출됐고, 폭로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방대한 자료를 전격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고 말았다. 지난 7월8일이었다.

위키리크스는 친절하게도 검색기능까지 갖춰 공개했다. ‘해킹팀’과 국정원의 중간역할을 해온 ‘나나테크’. 위키리크스에 들어가 ‘nanatech’를 입력하면 967건의 이메일이 검색된다. ‘해킹팀’과 연락을 주고받은 국정원 직원 아이디(deveilangel1004)를 입력하면 2566건의 이메일이 나온다.


국정원이 RCS 관심 가진 직후 ‘MB-박근혜’ 독대 이뤄져

무엇을 하려고 이탈리아까지 가서 RCS를 구입한 걸까. ‘해킹업체’와 ‘나나테크’가 서로 주고받은 메일이라도 뒤져보면 무슨 단서가 나오지 않을까? 첫 메일이 오고간 때는 2010년 8월 6일. ‘해킹팀’은 나나테크의 질문에 “RCS가 타깃을 감염시키게 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백신 등을 피해 침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주목해봐야 할 게 있다. ‘이명박-박근혜’ 회동이 그것이다. 국정원이 RCS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직후 이뤄진 회동. 당시엔 정말 의외였다. 대선경선에서 BBK문제로 크게 충돌했던 두 사람 사이엔 이후에도 ‘끝장을 보자’는 식의 대립이 계속됐다. “속았다”며 분노를 터뜨렸던 2008년 ‘친박 공천학살’. 2009년엔 세종시 수정안 대격돌… 많은 이들이 그랬다. 두 사람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그런데 만났다. 갑자기 두 손을 잡은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진검을 빼들고 째려보던 둘이 배석 없이 95분간 얘기를 나눴다. 무슨 얘기를 했을까? 보수언론과 박근혜 의원 측근은 “두 사람이 정권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꽤 ‘진지한’ 얘기가 오갔던 모양이다.


국정원이 ‘해킹팀’ 방문한지 보름 후 또 단독회동

2010년 9월부터 11월 사이 나나테크와 ‘해킹팀’이 미팅 일정을 잡는다. 국정원의 의향에 따라 서울에서 만나기로 한다. 일자는 12월7일. 장소는 삼성동 그랜드콘티넨탈 호텔. 국정원 직원도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RCS에 큰 호감을 보였다.

이후 한동안 뜸을 들이던 국정원이 왜 RCS 구입하려는 건지 속내를 드러낸다. 모바일기기 해킹이 목적이었다. 이탈리아로 직접 가서 실시간 데모 등을 포함한 프레젠테이션을 받고 싶어했다. 2011년 11월 나나테크는 이런 요구를 ‘해킹팀’에게 전하며 ‘고객’의 신상을 공개한다. “고객이름은 5163부대입니다.” 국정원 측이 밀라노로 가서 ‘해킹팀’을 만난 건 11월 하순(21일경)이었다.

이즈음 ‘이명박-박근혜’ 회동이 또 이뤄진다. 국정원이 ‘해킹팀’을 방문한지 보름 지나서다. 김정일 사망과 관련한 여야 회동이었지만 자리를 물리고 단 둘이 독대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슨 얘기를 했을까?


두 번째 RCS 구입 직후 대선 100일 전, 또 회동 ‘100분 독대’

시연을 통해 스마트폰 해킹을 확인한 국정원은 RCS 구매를 결정한다. 이탈리아 방문 두 달 뒤, 19대 총선이 치러지기 60일 전인 2012년 2월6일 이었다. 39만 유로(5억8500만원)을 입금했다. 송장주소는 ‘5163 Army Div. Gov of ROK, Seocho PO Box 200. 국정원 사서함 주소 그대로다.

‘이명박-박근혜’ 회동이 또 이뤄진다. 두 번째 RCS 구입(2012년 7월로 추정) 2개월 뒤인 2012년 9월 2일, 대선 100일 전이었다. 두 사람은 100분 동안이나 독대를 했다. 무슨 얘기가 오갔을까? RCS 관련 얘기도 나오지 않았을까?

 <국정원 해킹 타깃이 '변호사'라고 밝힌 위키리크스 공식 트위터>

대선 13일 전인 2012년 12월 6일. 긴급 주문 오더가 떨어진다. 국정원이 나나테크를 통해 ‘해킹팀’에게 ‘30개 긴급 추가구입’을 요구한 것이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두 차례(2012년 1월과 7월) RCS를 구매한 적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대선 직전 긴급 주문을 넣은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원세훈으로부터 수시로 대면보고 받던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이 RCS에 대해 알았을까?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대통령 때 폐지됐던 ‘국정원 대면보고’를 부활시켜 재임 동안 수시로 대면보고를 받았던 장본인이다. 게다가 당시 국정원장은 심복인 원세훈. RCS와 같은 중요사안이라면 꼭 챙겨 보고했을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회동을 거론하는 이유가 있다. 독대자리에서 어느 정도 언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이 만나서 의기투합한 주제가 ‘정권재창출’이다. RCS를 ‘국내 사찰용’으로 들여왔다면 ‘정권재창출 플랜’의 일환으로도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박 대통령의 행보가 이상하다.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일축하면서 ‘야당이 요구하는 수준의 국정원 개혁’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지난달 30일 비공개로 국정원을 방문했다. 취임 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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