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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파리 에어쇼

현장 취재 파리 에어쇼

김종대 2015. 07. 27
조회수 784 추천수 0
 

  6월 중순에 개최된 이번 파리 국제어어쇼에는 주최국인 프랑스의 라팔과 마라지 전투기를 제외하고 유로파이터, F-15와 같은 현대 전투기나 공중급유기의 실물이 거의 전시되지 않았다. F-35 역시 모형을 전시할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되지 않아 예전의 에어쇼에 비하면 마치 전투기들이 한꺼번에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세계 군용기 시장 축소에 따라 보잉, 록히드마틴, EADS, BAE 등의 전투기 완성품 제조업체가 일제히 에어쇼 참가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4년 전에 파리 에어쇼에서는 전투기와 민항기의 완성품의 경연장이었다면 올해 에어쇼는 각종 중간제품과 구성품, 소재, 체계통합, 전자전과 같은 기술 전시가 대세를 이룬다. 완성품에 연연하지 않고 기술 그 자체를 확보하려는 흐름으로 항공 산업의 판도가 전환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항공기 개발과 운영유지 전반에 참여하는 종합 컨설팅 업체의 부스가 상당부분 눈에 띈다는 점도 예전과 달라진 현상이다.
                                          
 미러 신냉전의 전운 분위기

 

   파리 국제 에어쇼는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충돌을 예견하는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에어쇼가 개최될 무렵인 6월 15일에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이 영국에 전술 핵미사일과 첨단 미사일을 재배치하는 검토하고 있다”며 “약 3000~5000명의 미군이 유럽에 증강하는 방안이 검토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에어쇼 3일째인 6월 17일의 <쇼 뉴스>에 소개된 유럽에 전개된 미군의 항공 전력은 영국에 B-2와 B-52의 폭격기, 이탈리아에 무인항공기에 의한 감시정찰 전력(ISR), 키프로스에 U-2 정찰기가 그 핵심이다. 여기에다 최근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A-10과 F-15를 유럽 동맹국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 전개하고, 현존하는 최고의 스텔스 전투기로 알려진 F-22 랩터를 유럽에 상시 주둔하는 방향으로 미 공군 장관이 유럽과 협의 중”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더불어 미국의 공군 장관은 폴란드에도 추가 전력을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양자 협의를 위해 폴란드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다른 지면에서 6월 14일에 스웨덴 미첼 바이든 장군이 에어쇼에 참석한 자리에서 “발틱 해에서 러시아의 고조되는 위협에 직면한 스웨덴은 그리펜 전투기와 항공 및 지상레이더 시스템의 효용성을 제고하고 있다”며 스웨덴의 지상 및 항공 군사훈련도 대폭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필자가 에어쇼에 도착하기 이전인 4, 5월 경에도 미국은 “덴마크에 미사일방어를 위한 X-밴드 레이더를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러시아는 “코펜하겐이 러시아 핵미사일의 표적이 될 것”이라며 맞대응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러시아 압박에 대해 “약 60여기의 핵 미사일을 동유럽에 전진 배치하겠다”며 미국과 핵 미사일 경쟁을 불사하는 강경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의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경제제재를 이미 실행 중에 있고 유럽을 군사화하여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에어쇼의 또 다른 소식지 <플라잇(FLIGHT)> 역시 6월 16일 판에서 한 미군 장성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 대해 “핵미사일 게임의 거장”이라고 비꼬는 발언을 인용하며 러시아와 서유럽의 군사화 가능성을 전망했다. 러시아는 냉전시대 개발한 “블랙잭”으로 불리는 초음속 폭격기 Tu-160의 생산을 재개하여 전진배치할 것임을 이미 서방에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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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파리 에어쇼는 각종 중간제품과 구성품, 소재, 체계통합, 전자전과 같은 기술 전시가 대세를 이뤘다

 

 군용기 시장의 몰락 조짐


 그러나 이러한 러시아의 대공세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군용 항공기 시장은 크게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첫 번째는 군용 항공기 수요의 절대적인 감소이다. 이번 어어쇼에는 주최국인 프랑스의 라팔과 마라지 전투기를 제외하고 유로파이터, F-15와 같은 현대 전투기나 공중급유기의 실물이 거의 전시되지 않았다. F-35 역시 모형을 전시할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되지 않아 예전의 에어쇼에 비하면 마치 전투기들이 한꺼번에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세계 군용기 시장 축소에 따라 보잉, 록히드마틴, EADS, BAE 등의 전투기 완성품 제조업체가 일제히 에어쇼 참가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거기에 미래 최고 성능의 군용 전투기의 위험스러운 가격 폭등도 군용기 참가저조의 또 다른 이유다. 러시아의 폭격기 생산 재개에 대해 미국은 냉전시대 B-52 폭격기와 순항미사일에 의존하는 유럽의 폭격 준비태세에 머무르지 않고 올 여름부터 새로운 폭격기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노스롭 그루먼과 보잉사가 사업 수준 경쟁을 진행하고 있는데 80~100대를 생산하는 데 개발비를 제외하고도 5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를 생산하는 관건은 예산 문제이다. 이미 미국은 록히드마틴의 F-35 합동전투기 개발과 보잉의 KC-46 공중급유기 페가수스 개발, 차세대 훈련기사업인 T-X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편 우리의 관심사인 미 공군의 T-X 사업은 현지 언론에 의하면 “아직 검토 중”이다. 역시 예산 사정이 그 이유다. 여기에다 미 해군은 오하이오급 핵 잠수함사업에 대한 소요도 제기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022년에서 2025년 사이에 생산을 목표로 새로운 폭격기를 개발한다는 것이 과연 미국의 여건에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 뚜렷치 않다. 이에 미 공군은 일단 5억5000만 달러를 투입하여 중형 폭격기를 우선 도입하고자 한다. 미 공군은 노스롭그루면의 B-2 스텔스 폭격기를 요구하였으나 21대로 축소되었고 381대의 F-22를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구매하고자 하였으나 생산은 195대에서 중지되었다. 또한 1763대의 F-35A를 대당 1억불에 구매하고자 하나 그 가격이 충족될 지는 미지수다. B-2 폭격기의 경우 대당 가격이 17억 달러에 육박하여 현재 생산이 중단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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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지-2000, 이번 파리 에어쇼에는 F-35, Su-35 등 최신 전투기 완제품을 볼 수 없었다

 

제품 획득에서 기술 획득으로

 

 수요의 감소와 가격의 폭등이라는 두 개의 도전은 파리 에어쇼를 군용기의 축전에서 민항기의 축전으로 그 성격을 변화시켰다.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하며 군수산업의 새로운 부흥을 꿈꾸는 ‘희망적 사고’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 압박과 최고성능 전투기의 가격 폭등이라는 현실이 있다. 이에 항공기 시장은 보잉과 에어버스로 양분된 민항기 경쟁에 그 패권적 지위를 양보하는 중이다. 이런 추세를 볼 때 한국형전투기사업(KFX)은 한 국가가 마지막으로 개발하는 국전 유인 전투기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5대 항공강국 외에 총 21개국이 전투기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앞으로 더 이상 여기에 참여할 국가는 발견되지 않는다. 한국은 거의 막차를 타는 셈이다.
 에어쇼 기간 중에 대한항공은 약 6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에어버스사의 A321 50대 구매 계약을 체결하였다. A321 기종은 항속거리와 좌석 공간의 확장의 장점이 있는 높은 수준의 여객기로 알려져 있다. 같은 기간 일본은 저가 항공기인 A320을 계약하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에어쇼 직후인 7월에 한국 공군의 공중급유기에 에어버스가 공급자로 선정되어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와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절충교역(off-set)의 90%를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년 전에 파리 에어쇼에서는 전투기와 민항기의 완성품의 경연장이었다면 올해 에어쇼는 각종 중간제품과 구성품, 소재, 체계통합, 전자전과 같은 기술 전시가 대세를 이룬다. 완성품에 연연하지 않고 기술 그 자체를 확보하려는 흐름으로 항공 산업의 판도가 전환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항공기 개발과 운영유지 전반에 참여하는 종합 컨설팅 업체의 부스가 상당부분 눈에 띈다는 점도 예전과 달라진 현상이다. 줄어든 군용기 시장을 감안하면 완성품 조립업체는 시장성이 지극히 악화되어 있다. 그러나 세계 여러 항공기에 엔진을 공급하는 독일의 MTU사 같은 경우는 오히려 그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엔진 중간조립자로서 P&W사의 PW1100G, 에어버스의 A320의 기어터빈, 유로프로의 A400M 군용수송기의 TP400 엔진을 조립하여 준다. 엔진에 대한 확고한 기술적 우위를 다양한 민항기, 항공기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함으로써 향후 이 업체가 오히려 항공기 업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히든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향후 어떤 항공기에도 장착할 수 있는 중간 구성품이나 항법 기술을 장악할 수 있다면 앞으로 그런 업체가 항공업체의 패권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항공기 조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 기술우위의 패러다임으로 항공기 시장의 성격이 변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국가가 어떤 국산 항공기를 보유했는가가 아니라 국가 간에 항공기를 공동 개발하는 협력이 더 중요하다. 이번 에어쇼 기간 중 개최된 각종 컨퍼런스와 세미나에서 발표된 주제의 거의 대부분이 개방성과 혁신성이 중시되는 항공기 개발에 있어 국가 간의 협력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라는 주제가 거의 대부분이다. 이 점에서 에어쇼의 중요한 관심은 "누가 영향력 있는 협력자(powerful partner)인가“라는 점이다. 
  이는 향후 보라매사업(KFX)를 추진하는 한국으로서는 중요한 시사점이다. 미래 한국의 국산전투기가 굳이 국산화 수준에서 그 성패가 결정될 필요가 없이 광범위한 국제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개방성으로 사업 추진 모델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최종 조립을 하더라도 굳이 국산화율 65% 달성이라는 애국주의의 함정에 우리 스스로 빠질 필요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의 성공이다. 그 파트너가 누가 되든 상관없이 “누구라도 협력할 수 있다”는 개방적 자세가 중요하다. 이것이 파리 에어쇼에서 나타난 교훈이다.

  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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