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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기동대 500명 긴급배치 험악한 분위기 감도는 조계사

특별취재팀
글 : 선대식, 조혜지, 유성애, 안홍기
사진 : 권우성, 유성호
편집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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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배중인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이 몸을 피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앞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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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9일 오후 3시 15분]

조 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체포작전 개시 시점인 오후 4시가 다가오는 가운데 조계사 주변의 경찰병력이 증강되고 조계사는 관음전 사수에 나서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보수 성향 시민들은 수시로 한 위원장과 조계종단을 비난하는 욕설을 내뱉는 등 험악한 분위기다.

오후 2시경 경찰은 조계사 주변의 경찰 배치를 강화했다. 일주문 앞에 100여 명이 새롭게 배치되는 등 조계사 주변으로 경찰기동대 500여 명이 긴급 배치됐다. 일주문 앞 계단 전체와 인도를 경찰이 채운 상태다. 한 위원장이 머무르고 있는 관음전과 조계사 10층석탑 사이 공간에도 방패를 든 경찰기동대 50여 명이 새로 배치됐다.

비슷한 시각, 관음전 2층과 조계사 마당을 연결하는 목재다리가 치워졌다. 이로써 한 위원장이 피신한 관음전 출입구는 1층 주차장 앞 문 한 곳 밖에 남지 않게 됐다.

"공권력 투입 반대" vs. "여기가 치외법권 지대냐"

이 어서 가슴에 조계종 문장인 삼보륜을 붙인 종무원 직원 100여 명이 이 문 앞을 에워쌌다. 조계종 관계자는 "공권력 투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앞에선 시민단체 회원 수 명이 "평화적으로 해결합시다", "공권력 투입 반대"라고 적힌 종이 플랜카드를 들고 서 있다.

조계사 마당에는 200여 명의 시민들이 몰려와 있다. 대부분이 보수성향으로 한 위원장의 자수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는 관음전 안의 한 위원장을 향해 "여기가 치외법권 지대냐, 빨갱이 놈들 다 잡아죽여야 한다", "경찰버스 다 때려 부수는 놈들 변상을 해라, 테러범들이다 테러범" 등의 비난을 퍼붓고 있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1명을 포함한 4명의 중년 남성들은 관음전 바로 앞에 앰프와 스피커를 갖고 와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여기가 무슨 사찰이냐 쓰레기장이지"라며 경찰진입 불가 입장을 밝힌 조계종단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들은 "왜 중들이 정치판에 끼어드느냐"며 "도법은 이제 무도무법이고, 자승은 자승자박"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적은 수의 시민들이 한 위원장을 옹호하고 나서면서 시민들 사이에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조계사 신도라고 밝힌 한 50세 여성은 "늙은 사람들이 여기 와서 빨리 한상균 위원장을 내주라고 하면서 관제 데모를 하는 걸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연차를 내고 여기 왔다"고 밝혔다.

이 여성과 함께 한 남성 신도는 "기어다니는 미생물의 생명도 아끼라는 게 불교의 본바탕인데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싸우는 사람을 잡아들이려고 이 청정한 도량을 치고 들어오는 건 불교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에 앞서 조계종단 면담을 위해 조계사를 찾은 염무웅 문학평론가, 정희성 시인, 윤정모 소설가 등 한국작가회의 고문과 신학철 화가, 고승하 작곡가 등 전혁직 한국민예총 이사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 10여 명은 면담에 앞서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들은 "얼마 전 불법적인 물대포 저격으로 70대의 늙은 농부를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했던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의 대표를 강제로 잡아가기 위해 공권력으로 조계사를 포위하고 노동자의 대표를 '남의 절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파렴치범'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제는 대다수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기 위해 노동개악을 강요하고 있는 거대하고 부패하고 오래된 세력들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신 : 9일 오전 11시 38분]
조계종 "조계사에 공권력 투입, 한국불교 짓밟는 것"
경찰, 오후 4시 이후 조계사에 공권력 투입 예고

경찰이 조계사에 은신한 한상균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한 조계사 진입을 예고한 가운데, 대한불교 조계종이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 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일감 스님은 9일 오전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낸 발표문에서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를 또 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법 집행을 명분으로 경찰력이 조계사를 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주기를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우리의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찰력이 조계사에 투입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국 민에게는 "인내를 통한 대화와 타협만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유일무이한 길임을 한시라도 놓아서는 안 된다"면서 "조계사와 화쟁위원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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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변, "2천만 노동자 대표 포용" 호소 민 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원들이 9일 오전 수배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몸을 피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앞에서 "2천만 노동자의 대표를 조계종단과 조계사가 포용해줄 것"을 요청하며 자승 총무원장, 도법 화쟁위원장, 지현 조계사주지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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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서 8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경찰의 조계사 진입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도피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오늘(8일) 오후 4시부터 24시간 이내에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것을 마지막으로 통보한다"면서 "통보된 기한 내에 자진출석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전후로 수도권 조합원을 조계사 인근에 결집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10일까지 '투쟁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경찰이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의 충돌이 예상된다.

한 편, 이날 각계 각층에서는 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문화예술계 원로, 교수학술계 대표단이 조계사를 방문해 입장을 발표한다. 또한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때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씨의 큰 딸 백도라지씨도 입장을 발표한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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