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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식 4만 달러 대신, 월 40만 원 기본소득!

 
[주간 프레시안 뷰] 기본소득, '헬조선'에서 희망 찾기
 
녹색당 공동운영 위원장 
 

2016년은 시작부터 평안하지 못합니다. 북한 핵실험과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 대응, 작년 연말에 있었던 졸속적인 위안부 협상, 그리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노동법 개악, 중국발 경제 쇼크 등으로 대한민국의 새해는 불안하게 시작합니다. 

정부가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나라들도 있습니다. 작년 연말 핀란드에서 날아온 '기본소득 월 100만 원 지급' 소식은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다른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당장 시행하는 것도 아닌데 과장되게 전달된 면도 있었고, 핀란드 녹색당 등 핀란드에서 기본소득을 처음부터 제기해 왔던 쪽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면이 있었지만, 어쨌든 핀란드 소식은 보편적인 기본소득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핀란드만이 아니라 네덜란드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이 시작된다고 하고, 영국 녹색당은 '시민월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성남시가 청년배당을 올해부터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이 시작된 것입니다.  

'헬조선'을 악화시킬 국민소득 4만 달러 


이런 상황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법 개악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체결, 각종 규제완화와 개발사업의 명분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역대 독재 정권 또는 권위주의 정권이 그랬듯이 한손에는 경제성장주의와 다른 한손에는 '안보'론을 들고 총선을 치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소득 4만 달러는 국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재앙이 될 것입니다. 실현가능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4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벌이는 각종 정책들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우리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소득 4만 달러론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민소득 1만 달러론을 연상시킵니다. 1992년 대선에서 당선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에 7000달러 수준이던 1인당 국민소득을 1만 달러로 무리하게 끌어올리려다 IMF 금융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설사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한다고 해도, 정작 소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돈이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소득 4만 달러가 아니라 월 40만 원 기본소득이 필요합니다. 이 기본소득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비빌 언덕이 되어 줄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에 숨통을 터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관념적인 논의는 무의미합니다. 대한민국은 기본적인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복잡하지 않습니다.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의 복지국가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는 맥락이 다른 것입니다. 

녹색당의 기본소득 로드맵 


녹색당은 작년 3월 기본소득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여러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현실가능한 기본소득 로드맵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들은 '기본소득 + 보충급여(부가급여)'를 받는 방식으로 기본소득을 설계했습니다. 기본소득이 기존의 모든 복지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녹색당이 설계한 기본소득 모델은 최저임금 현실화, 주거기본권 보장, 상가임차권 보장과 함께 가는 모델입니다. 노동을 하고 받는 임금도 정당하게 받아야 하고, 토지/주택/상가를 통해 투기적 이익을 얻는 것은 통제되어야 합니다.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동 여부에 관계없이 지급받는 기본소득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불안이 팽배한 시대에 '비빌 언덕'이 되어 줄 것입니다.  

월 40만 원으로 무슨 '비빌 언덕'이 되겠느냐? 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올해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월 40만 원이 통장에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나만 받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도 받고 자녀도 받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기본소득은 개인별로 지급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월 40만 원이고 4인가구라고 하면 월 160만원이 지급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을 해서 돈을 더 벌면, 그만큼 소득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을 지급받으면 일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미 여러 기본소득 실험에서 그 얘기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월 40만 원을 받으면 나는 일을 안 할 것이다' 라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대부분은 '기본소득을 받아도 나는 일을 할 것이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한꺼번에 5000만 인구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는 어렵지 않겠냐? 는 의문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래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고,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조세개혁, 예산낭비 근절과 연계해서 기본소득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녹색당은 1단계에서는 중산ㆍ서민층의 직접적인 세부담을 증가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할 것을 제안합니다. 왜곡된 조세제도를 정상화하고 불로소득과 탈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예산낭비를 줄여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계산을 해 보면, 이렇게 해서 연간 103조 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 재원으로 만15세~만29세의 청소년ㆍ청년, 만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농ㆍ어민에게 월 40만원의 기본소득을 우선 지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만15세부터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은 그 시점이 의무교육이 종료되는 시점이고, 알바노동 등 저임금ㆍ불안정노동이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청소년ㆍ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삶이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불안하지 않으면, 그 이전의 단계에서도 불안과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입니다. '월 40만 원'이라는 안전판위에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면, 다양한 삶읠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우선 지급해야하는 이유는 농산물시장개방으로 인해 농가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본소득같은 정책없이는 농업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농민들 소득의 30% 이상이 국가로부터 직접 받는 돈이고, 스위스의 경우에는 농가소득의 50% 이상이 국가로부터 직접 받는 돈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직불금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금액이 낮아서 실효성이 없습니다.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이 필요합니다. 


노인들중 70% 가까이가 기초연금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노인빈곤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금액이 너무 낮습니다. 지금의 월 20만 원 수준을 월 40만 원으로 올리면 노인빈곤 문제를 푸는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노동능력이 없거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장애인들에게도 소득보장이 필요합니다. 장애인연금 제도가 있지만, 역시 금액이 낮고 지급대상이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월 40만 원' 기본소득과 함께 부가급여(장애로 인해 소요되는 의료비, 보조기구 비용 등 장애로 인해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가 현실화되어야 합니다. 

기본소득의 도입과 함께 기존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복지운동을 하는 분들이 오랫동안 주장해 왔듯,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 합니다. 장애인들에 대한 장애등급제도 폐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존엄성을 갖춘 주체로 보는 방향으로 복지의 철학이 바뀌어야 합니다. 

1단계 시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2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2단계에서는 보편적인 증세와 생태세 과세를 통해서 재원을 마련하면 됩니다. 기후변화를 낳는 온실가스 배출과 핵발전 등 환경/생명을 파괴하고 위협하는 행위들에 대해 비용을 부담시켜 재원을 마련하면 됩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대한민국은 불안, 빈곤, 불평등, 팍팍하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삶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50%에 달하는 노인빈곤율, 22.4%에 달하는 체감청년실업률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사실 연령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의 삶은 팍팍하고 불안한 상황입니다.  
 

당장에는 먹고 살 수 있지만, 언제 벼랑 끝으로 몰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90%는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은 그 90%의 사람들끼리 경쟁하고 다투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90%의 연대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90%의 연대는 100%의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보편적 비전을 중심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한 가운데에, 보편적 소득보장 정책인 '기본소득'이 놓여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지만,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나은 사회로 전환하는 '입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 '기본소득'이라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기본소득은 '헬조선'이 지금보다 나은 곳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 기본소득,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하나 

 
 

글의 분량상 모든 계산을 다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현재 OECD국가 평균 34.4%인 국민부담률(조세+사회보장기여금)에 비해 대한민국의 국민부담률은 24.6%로 매우 낮은 편입니다. 멕시코, 칠레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만약 대한민국이 OECD 평균 국민부담률 수준인 34.4%수준까지 국민부담률을 끌어올린다면, 전 국민에게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됩니다. 증세분 145조 원(2015년 GDP 기준)에 예산낭비 절감분까지 합치면 가능한 일입니다. 

 
 

세계행복도 1위 국가인 덴마크는 국민부담률이 50.9%에 달합니다. 만약 대한민국이 덴마크 수준으로 국민부담률을 끌어올린다면 1인당 매월 60만 원씩을 지급하고도 돈이 남습니다. 

 
 

1단계 재원마련방안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토지보유세 강화, 불로소득(부동산 임대소득, 이자ㆍ배당소득, 주식ㆍ파생상품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강화, 상속ㆍ증여세 강화, 고소득자의 소득세 및 법인세 강화, 탈세 방지, 특혜성 비과세ㆍ감면 축소를 통해 최소 65.1조 원 이상의 재원 마련이 가능하고, 예산낭비 절감분 30조 원과 노인 기초연금 예산 7.9조 원을 통합하면 103조 원의 재원이 마련됩니다. 이는 1단계 지급대상 2138만4905명(2017년 인구추계 기준)에게 월 4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는 재원입니다.  

 
 

참고로 1단계 증세를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부담률은 지금에 비해 4.38%정도 올라가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해도 OECD국가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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