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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담수로 죽어가는 내성천... 국립공원 지정해 보존해야

4대강 사업의 마지막 전리품, 이렇게 완성되나

[주장] 영주댐 담수로 죽어가는 내성천... 국립공원 지정해 보존해야

16.01.09 11:22l최종 업데이트 16.01.09 11:22l

 

 

흰수마자란 물고기를 아시나요? 이름도 특이한 이 녀석은 맑은 강에서, 그것도 고운 모래가 항상 공급되는 강의 모래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모래가 없는 강에선 살 수가 없고요, 모래의 색과 무늬를 온몸에 지니고 있어 모래 속으로 숨을라치면 육안으로는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지만 아직 녀석의 생태에 대해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녀석은 1935년에 일본인 모리타 메조란 사람에 의해서 경북 영주의 내성천에서 처음 발견돼 신종으로 보고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명이 'Gobiobotia naktongensis'로 낙동강 수계의 내성천이 바로 녀석의 고향인 셈이고, 모래의 강 내성천이 녀석의 주된 서식처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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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의 깃대종 흰수마자.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그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어 멸종위기 야생동물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법정보호종이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서 멸종한 흰수마자는 내성천이 유일한 국내 최대 서식처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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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5~6cm 가량인 이 물고기의 자세한 생태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 주로 수서곤충의 유충을 먹고, 6월경에 산란하고, 바닥이 모래로 돼 있으면서 물살이 빠른 곳을 좋아하는 까다로운 성질을 지녔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이런 성질 때문에 같은 하천이라도 사는 장소가 넓지 않고, 바닥이 자갈로만 된 곳이나 물살이 느린 곳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 <한겨레> 2005.8.16 [멸종위기 동식물] ⑧흰수마자 중

이 독특하고 신기한 물고기는 원래 낙동강에서도 발견이 되었습니다. 낙동강도 거대한 모래강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모래를 대부분 준설해 버리고 나자 낙동강에서는 전멸하고 이제 내성천에서만 유일하게 발견되는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입니다. 

녀석의 까다로운 서식 조건과 개체수 때문에 우리나라는 녀석을 멸종위기 야생생물1급으로 지정해 특별히 보호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운영하는 '한국의 멸종위기종' 누리집에서 멸종위기종의 정의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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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색과 같은 보호색을 띄고 있어, 모래 속으로 숨어버리면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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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야생생물이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인하여 개체수가 현격히 감소하거나 소수만 남아 있어 가까운 장래에 절멸될 위기에 처해 있는 야생생물을 말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멸종위기종을 법(야생동식물보호법,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으로 지정하여 보호·관리하는 법정보호종으로,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1급과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으로 나누어 지정 관리하고 있다." 

그렇습니다. 이 흰수마자란 녀석은 우리나라에서 2002년 제정된 '야생동식물보호법'과 2012년에 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특별히 보호받고 있는 법정보호종이자 우리나라 고유종이고 멸종위기종인 것입니다. 

영주댐 공사로 내성천에서도 사라져 가는 흰수마자

다른 곳에서는 대부분 멸종됐고, 오직 내성천에서만 발견되고 있는 흰수마자. 그런데 녀석의 운명도 영주댐 공사 때문에 위기입니다. 이미 영주댐 수몰지 내에서는 담수 전임에도 불구하고 흰수마자가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꿔보고자 수자원공사에서는 영주댐 하류 미호교 부근에 2014년과 2015년 두 해에 걸쳐 흰수마자 치어 5000마리를 방사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최종 생태조사에서는 방사한 치어 중 단 한 마리만이 발견된 사실이,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심 의원은 흰수마자 생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면서 내성천을 관할하고 있는 대구지방환경청장에게 내성천의 생태변화 즉 모래 입자를 분석하는 입도조사를 지시한 바 있습니다. 즉, 내성천이 이미 흰수마자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급변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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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의 고운 모래와 물살이 빚은 작품. 흰수마자의 생존을 위해서는 입자가 고운 모래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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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흰수마자는 내성천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깃대종(flagship species)으로 흰수마자의 생존 여부가 내성천의 생태환경의 변화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내성천 깃대종 흰수마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이 사실만으로도 내성천의 생태계가 심각한 교란을 당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한 종이 사라지는 건 내성천의 생명 그물이 끊어지는 것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강의 원형을 간직한 모래의 강 내성천은 그 원형이 심각히 훼손당하고 있습니다. 바로 내성천에 들어선 영주댐 때문으로 문제의 영주댐은 거의 완공돼 현재 한국수자원공사는 영주댐에 물을 채우는 담수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담수 전임에도 내성천의 생태환경 변화는 극심합니다. 내성천의 자랑인 고운 모래는 입자가 거칠어지고 딱딱해지는 장갑화 현상이 일어나고, 드넓은 모래톱엔 상류에서 더 이상 모래가 공급되지 않아 풀이 뒤덮이는 육상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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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사진 2009년 8월의 회룡포. 깨끗한 모래톱이 회룡포의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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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사진 2016년 1월의 회룡포. 모래톱에 들어온 풀들이 말라죽어 마치 불이라도 난듯한 을시년스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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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영주댐의 담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물길이 막힌다면 내성천의 생태환경 변화는 걷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수자원공사 영주댐관리단 관계자는 "지금껏 내성천의 생태환경의 변화는 심하지 않고 담수를 하더라도 물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성천의 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와 정부가 주장하듯 내성천의 생태환경의 변화는 절대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극심한 물리적, 생태적인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흰수마자의 생존 환경입니다. 2014년 대구환경연합의 흰수마자 생태조사에서는 경진교 부근에서 3시간 동안 9마리의 흰수마자를 채집했지만, 2015년 같은 지점·같은 시간의 조사에서는 단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의 종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내성천의 생명그물이 끊어진다는 것입니다. 내성천에는 비단 흰수마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흰수마자 외에도 삵, 수달, 흰꼬리수리, 흰목물떼새, 먹황새를 비롯한 많은 멸종위기종과 수많은 생명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먹이사슬의 아래 단계에 있는 흰수마자가 살 수 없다면 이들 또한 더 이상 내성천에서 살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처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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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의 또다른 깃대종 흰목물떼새. 역시 멸종위기종이고, 내성천은 흰목물떼새의 국내 최대 서식처이기도 하다. 그만큼 내성천의 야생동물의 마지막 남은 보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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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위기종 먹황새. 해마다 내성천을 찾고 있는 겨울 철새 먹황새다. 내성천의 급변한 생태환경은 이런 멸종위기종들에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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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야생동물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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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 수많은 야생의 서식처를 수장 시키게 될 영주댐은 과연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영주댐의 주목적은 이 지역의 홍수방어 용도도 아니요, 가뭄극복도 아니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도 아닙니다. 90% 이상의 주된 목적이 바로 낙동강 보에 물을 채우기 위한 것이고, 낙동강 보에 모래를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지요. 운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4대강사업의 마지막 전리품인 것입니다. 

대운하를 위한 영주댐입니다. 그러니 애초에 시작부터가 잘못인 사업이 진행되었고, 이 때문에 국민혈세 1조1천억 원이 탕진됐습니다. 그리고 우리강의 원형이 사라지고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이 사라지는 현실을 맞고 있습니다. 과연 이 무용한 댐을 위해 내성천의 수많은 가치를 수장시켜도 좋은 것일까요? 

내성천을 문화와 생태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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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댐 공사 현장. 수몰지 안의 교량을 없애는 공사를 진행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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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댐은 홍수방어라든가, 가뭄극복이라든가, 수력발전용이라든가 일반적인 댐의 목적과는 다르게 계획됐다. 이 댐의 90% 이상의 주 목적은 낙동강 보에 물을 채우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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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에서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내성천을 보존해가자고 주장하는 까닭입니다. 저 무가치한 댐 대신에 내성천을 수많은 야생동·식물들의 낙원으로 만들어서 이를 관광자원화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영주댐을 관리하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사업이 될 것이란 제안이었습니다. 

내성천 전 구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수 없다면 수몰되는 평은면과 이산면이라도 국립공원을 지정해서 보존하자는 것입니다. 수몰지 주민들은 이미 마을을 다 떠나서 그 땅들은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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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의 천혜의 곡류 자리에 위치한 운포구곡 중 금탄(錦灘)의 한 부분. 운포구곡은 송리원유원지 자리인 지포에서 시작해 하류로 동저, 금탄, 구만, 운포, 전담, 용추, 송사, 우천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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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주댐이 들어선 자리는 운포구곡(雲浦九曲)이라고 해서, 1736년 당시 그곳에 살던 성리학자 와은 장위항이 그 아름다움을 경탄해 운포구곡가를 지음으로써 비롯된 이름이라고 합니다. '6번의 S자를 그리고 4개의 물돌이 마을이 형성된, 하늘이 깎아 만든 천혜의 곡류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하천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내성천의 비경을 간직한 그 한가운데 영주댐이 들어선 것이고, 영주댐은 내성천의 등허리를 잘라서 내성천의 생명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담수가 되면 2014년 5월 뒤늦게 발굴된 1000년 전 창건된 금강마을의 금강사 터 또한 수장 당하게 됩니다. 금강사는 통일신라 말기로 추정되는 사찰로서 당시 발굴된 유구기와, 자기, 구리거울, 광명대 등 불교 유적들은 보물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시 금강사의 가치를 오롯이 나타내준다 할 것입니다. 

담수를 하지 않고 금강사 터를 복원한다면 이 일대를 불교문화와 자연 생태가 다시 되살아나는, 가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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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 금강마을의 1,000년 전 고찰 금강사 터 발굴 현장. 이곳에서 보물급 불교유물이 다량 출토되었다. 이 정도 되면 금강사 터 자체를 보존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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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사 터의 우물터에서 발굴된 유물들
ⓒ 한국문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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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선비 장위항이 감탄해 마지않던 운포구곡이 되살아나고, 1000년 전 불교문화가 다시 복원된 그 자리에 흰수마자를 비롯한 수많은 멸종위기종 생명들이 자리 잡아 공존하는 내성천을 꿈꿔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임박한 영주댐 담수는 일단 중단하고, 사회적 논의기구를 꾸려서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인지를 충분히 토론한 후에 선택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밝힌 대로 영주댐은 단지 낙동강 보에 물을 채우는 용도이기 때문입니다.

201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문화와 생명이 공존해 흘러가는 내성천을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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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하천의 원형을 간직한 강이자, 야생동물의 마지막 남은 보루 내성천이 영원토록 흘러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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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6년간 낙동강과 내성천을 모니터링 해왔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 제언을 올립니다. <평화뉴스>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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