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기생충 사태가 경남으로까지 확산하면서 낙동강 전역이 기생충으로 들끓고 있다.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경남으로까지 기생충에 감염돼 죽은 강준치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2월 7일 낙동강 칠곡보 하류에서 기생충 감염에 의해 떼죽음한 강준치를 발견한 후 세상에 맨처음 이를 알렸고(관련기사: 낙동강 물고기 떼죽음, 배를 갈라보니), 이후 강정고령보, 달성보 하류까지 기생충 감염으로 폐사한 강준치를 목격한 바 있다. 낙동강 전역으로 기생충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관련기사: 기생충 창궐한 낙동강... 하루 빨리 수문 열어라).
▲ 어부가 뜰채로 건져올린 강준치의 배를 가르자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 들어있다. | |
ⓒ 임희자 |
결국 지난 2월 28일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현지 어부와 함께 벌인 경남지역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기생충 감염으로 폐사한 강준치를 상당수 목격했고, 대부분의 강준치 뱃속에서 기생충이 나왔다고 증언했다.
이로써 낙동강의 어느 특정 지역이 아니라 낙동강 전역이 문제의 기생충 감염에 의해서 물고기가 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목격된 것이다. 낙동강 전역에서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가 지난 2월 7일부터 시작해서(사실은 더 일찍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2월 28일까지 계속해서 목격이 되고 있는 것으로, 이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떼죽음하는 물고기와 안일한 환경부
그러나 이 사태를 바라보는 환경당국의 인식은 너무 안일해 보인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 2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전문가들과의 전문가회의를 통해 강준치 떼죽음의 원인으로 기생충을 지목했으나, 왜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인지에 대한 근본 원인을 밝히지는 못했다.
▲ 강준치의 몸밖으로 빠져나온 기생충. 1미터 가까이 되는 기생충이 나왔다 | |
ⓒ 정수근 |
대구지방환경청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강준치는 리굴라 촌충의 최적 중간숙주이자 칠곡보 하류 구간 수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 순환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체내 과대한 밀도로 리굴라 촌충이 강준치 복강(배) 내에 쌓여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을 뿐이다. 낙동강에서 왜 기생충이 많아졌고,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또 "리굴라는 어류를 먹이로 하는 조류(鳥類)의 장내에 성충으로 살면서 그 배설물을 통해 유충이 동물성 플랑크톤을 거쳐 잉어과 어류(강준치, 피라미, 붕어 등)를 중간숙주로 기생한다. 생존을 위해 어류와 함께 조류(鳥類)에게 잡아먹힘으로써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생활사(Life cycle)를 갖고 있으므로, 전문가들은 이번 폐사를 이러한 자연적 순환과정의 일부로 보았다"고도 발표했다.
▲ 대구지방환경청의 보도자료. 기생충 감염이 사인이라면서도 근본원인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 |
ⓒ 정수근 |
즉, 대구지방환경청은 이른바 '전문가들의 견해'를 통해 이번 강준치 떼죽음 사태를 자연적 순환과정의 일부로 인식한다는 말로, 별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인식이다. 이런 인식은 낙동강의 수질과 수생태계를 책임지고 있는 관할 청의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이는 기생충학자들의 일부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지극히 편협한 주장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이런 현상들이 낙동강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낙동강에서의 이번 사건은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러한 사건에 대해 국내에서 제대로 연구된 논문조차 없는 것이 아닐까.
4대강사업으로 막힌 강의 부작용
상식적인 눈으로도 보더라고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생태계는 급변해왔다. 모래톱 위를 얕게 유유히 흘러가던 물길이 거대한 보로 막혀 최소 수심이 6미터나 깊어졌고, 그곳에서는 모래도, 식물도, 습지도 존재하지 못한다. 강을 정화시킬 모든 요소가 사라져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그대로 구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가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는 녹조 현상은 이를 잘 증명해준다. 실제로 녹조 현상은 2012년 보 담수 이후 시작돼서 해가 갈수록 더 이르고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번 겨울엔 겨울 녹조까지 등장했다. 2016년 올 한해는 더욱 심각한 녹조가 예상된다.
강이 보로 막히자 물길이 정체돼 수생태계는 지금 극심한 혼란을 겪으면서 급변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생기게 되고, 이번 낙동강 기생충 사태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낙동강에서 기생충이 증가한 원인이 무엇일까? 기생충은 어디에나 조금씩은 있다고 쳐도 왜 이렇게 대량으로 증식을 해서 물고기까지 죽어나게 되는 것인가?
▲ 조류의 대량 증식은 동물성 플랑크톤의 대량 증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먹이사슬을 통해 기생충도 증식을 한 것이다 | |
ⓒ 정수근 |
이에 대해 현장조사를 다녀온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실장은 말했다.
"낙동강에서 물벼룩(동물성 플랑크톤)이 많이 증가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기생충 알(충란)을 물벼룩이 먹고, 그것을 작은 물고기가 먹고, 강준치 같은 큰 물고기가 먹으면서 기생충 유충도 함께 증가한 것 같다. 물벼룩은 식물성 플랑크톤(녹조류)를 먹고 사니, 녹조의 창궐은 물벼룩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녹조 현상으로부터 시작된 강의 변화가 근본 원인
즉,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현상은 동물성 플랑크톤의 증식을 불러왔고, 그들로 인해 기생충 유충이 물고기를 중간 숙주로 해서 많이 자랄 수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는 부분이다.
▲ 물닭 한 마리가 강준치 한 마리를 낚아채고 달아나고 있다 | |
ⓒ 정수근 |
달리 말해 현재 낙동강은 리굴라 기생충이 증식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 즉 철새들이 매개가 돼 철새의 분변을 통해 기생충의 알이 뿌려졌고, 부화한 기생충을 물벼룩이 잡어먹고, 그 물벼룩을 먹이사슬을 통해 큰 물고기인 강준치가 잡아먹는 사이클이 형성된 것이다. 다만 그 기생충으로 인해 폐사한 물고기가 많이 보이는 것은 감염된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들이 줄어들어 감염된 강준치의 일부만이 새들에게 잡아먹혔고, 그 나머지가 죽은 채 발견된 것이다. 철새들의 수가 줄어든 것도 이처럼 생태계의 영향을 불러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물고기를 잡아먹을 야생동물 또한 많이 줄어들었다. 왜냐하면 단절된 낙동강(강이 깊어짐으로써 야생동물들이 강의 이쪽과 저쪽으로 마음대로 건너다지지 못하는 단절 현상이 생겨남)으로 야생동물의 행동반경이 절반이나 줄어든 탓이다.
따라서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를 새들이나 야생동물들이 잡아먹어주면 되는데, 포식자의 수가 많이 줄어들어 그들을 다 잡아먹지 못하게 되자, 죽은 물고기들이 낙동강변에서 발견된 것이다.
▲ 수달의 배설물에서도 기생충이 나왔다. | |
ⓒ 정수근 |
새가 줄고, 야생동물이 줄어든 것은 4대강사업의 영향이 분명하다. 강을 평균 6미터 이상 준설하고 보에 물을 채움으로써 낙동강은 최소수심이 6미터에서 10미터 이상으로 늘었고, 그로 인해 생태계 단절이 일어나 조류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으로 강 생태계가 너무나 단순해졌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생명이 살 수없는 공간으로 낙동강이 바뀌어간다. 그 가운데 이번 강준치 떼죽음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강준치는 떼로 죽어나면서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강을 강답게 흐르게 하라고 말이다.
낙동강은 13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이다. 물고기와 새, 야생동물 다음은 바로 사람이다. 더 늦기 전에 4대강 재자연화를 서둘러야 하는 까닭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