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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저 많은 아들딸들의 울타리가 되어 준거야"

유가협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출판기념회 진행
이창훈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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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13  15: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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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협)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출판 기념회가 12일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생겨선 안 되는 모임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들이었다
빨리 없어져야 할 슬픔의 집
더 이상 회원이 늘면 안 되는 단체였다"
- 송경동, ‘가는 길 험난하여도-유가협 30주년을 기억하며’ 중에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출판 기념회가 12일 오후 5시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장남수 회장을 비롯하여 유가협 회원 50여명과 유가협 후원회장인 청화 스님을 비롯하여 축하객 300여명이 참석했다.

유가협 초대 사무국장이었던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춤패 마구잽이의 여는 공연에 이어 청화 스님의 여는 말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이해동 목사의 축사 그리고 송경동 시인의 축시와 노래패 우리나라의 축하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이어 유가협 30년의 세월을 기록한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출판 기념회식이 진행되었다.

   
▲ 유가협 후원회장 청화 스님이 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 건강이 좋지 않은 가운데 어렵사리 행사에 참석한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 씨(89세).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청화 스님은 여는 말씀을 통해 최근 무더운 날씨로 나이 많은 유가협 회원들의 건강이 걱정된다며 “더운 여름은 가고 만다. 아무도 붙잡지 않기 때문이다. 슬픔은 흐르는 물이 아니라 고이는 물이다. 그 물이 30년간 고였다. 아무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그 고인 물이 유가협 회원들의 마음이다. 오늘 기념식을 통해 그 물의 깊이를 헤아리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백기완 소장은 오늘 행사가 30년의 노고를 헤아리는 시간으로만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한숨만 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유가협이 앞장서서 (최근 설치고 있는) 유신독재잔당 끝장내는 만인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박근혜 재집권음모를 끝장내고 정치꾼들 기회주의자들을 몽땅 쓸어버리는 일에 유가협이 앞장서야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축사를 한 이해동 목사는 “세상에는 올곧은 삶과 그릇된 삶이 있으며, 이러한 삶을 가르는 기준은 민족과 민주이다”라고 말한 뒤, “일제강점기 때는 그 기준이 민족이어서 죽음으로서 독립을 쟁취하려고 했던 올곧은 삶이 있었으며, 지금은 민족과 민주가 기준이 되어서 죽음으로써 그 올곧은 삶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올곧은 삶을 살아간 사람들을 자식으로 둔 분들이 바로 유가협 회원들이다. 또한 유가협 회원들은 숭고한 죽음을 선택한 자식들을 가슴에 묻었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것은 죽은 자식들의 삶을 계속 이어간다는 뜻이다. 우리의 역사는 이런 숭고한 죽음과 그 삶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있어 올곧은 역사가 되어 왔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 연대사를 하는 백도라지 씨, 홍영미 씨, 국석호 씨.(왼쪽부터)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이어 진행된 연대사에서는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와 고 한광호 열사의 이복형 국석호씨 그리고 세월호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 씨가 나와 최근 투쟁상황을 전하며 힘들 때 마다 유가협 회원들의 찾아와 주어 많은 힘이 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연대사를 전해 주었다.

특히 홍영미 씨의 발언 중 “유가협은 30년 동안 싸워왔지만 저희는 이제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 30년은 더 열심히 싸울 것이다”고 말하였으며, 이어 백도라지 씨의 발언 중에 홍영미 씨의 앞선 발언을 언급하며 “저는 이제 9개월 밖에 안됐고, 나이도 젊어서 50년은 충분히 싸울 수 있을 것이다”라며 서로 눈물로 격려하는 장면이 연출되자 참석한 축하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 두 작가로 부터 책을 헌정 받는 유가협 장남수회장과 정정원 부회장.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 유가협 30년의 기록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축시낭송과 축하공연이 이어진 후 진행된 출판기념식에서는 저자인 송기역 씨와 정윤영 씨가 나와 3년간의 기록과정을 설명하면서 송기역 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회장이었던 배은심 여사가 ‘이것이 우리의 눈물이라네’라며 자료를 넘겨주던 사연을 소개하면서 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머니 아버지의 눈물을 닦아 드리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또 정윤영 씨는 “항상 거리의 투사로만 알고 있다가 자료를 정리하면서 수면제를 복용하셔야만 잠에 들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 순서에 따라 두 작가로부터 책을 헌정받은 장남수 회장은 돈 한푼 받지 않고 어려운 작업을 해준 두 작가와 책을 발행한 도서출판 ‘썰물과 밀물’ 김범종 사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우리 회원들은 내형제 내 자식들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이다. 정보기관의 감시와 이웃들에게 배척당할 때 오갈 곳이 없어 방황하다가 한자리에 모였다. 아마도 유가협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뒤, “30년 동안 (우리를) 격려해주신 원로 어르신들과 같이 투쟁해온 동지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 발언하는 장남수 회장.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 행사 대미를 장식한 참석자 전체 기념촬영.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행사 끝머리에는 유가협 후원회 김지혜 씨가 나와 어머님 아버님들에게 드리는 편지글 낭독과 다큐창작소에서 유가협 창립 30주년을 맞아 제작한 영상 ‘기억해요’ 상영, 노래하는 노동자 박준 씨의 축하공연이 진행되었다.

모든 식순을 마치고 먼저 유가협 회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개별소개와 기념촬영을 하였으며, 이어 축하객들도 무대로 올라와 기념촬영을 한 뒤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된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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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 자식 잃고
남의 자식 살리려고 뛰어다닌 세월동안
우리한테 너무도 많은 자식들이 생겨버렸지
다 내 자식 가족이 되었어
우리가 저 많은 아들딸들의 울타리가 되어 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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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협 창립 30주년 영상 ‘기억해요’ 나래이션 중에서


<영상> 다큐창작소 제작 ‘기억해요 (유가협 30주년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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