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의혹’ 부장검사가 관련 내용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고교 동창 사업가에게 술접대 내용을 축소하도록 조언하는 등 자신의 비위 의혹을 조작·은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한겨레>가 확보한 김아무개 부장검사와 이날 긴급체포된 김아무개씨 사이에 오고 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용에는, 이 둘의 관계를 단순한 동창 관계로 볼 수 없는 내밀한 내용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를 주기적으로 만나 고급 술집에 갔던 것으로 보인다. 돈은 사업가 김씨가 냈다. 지난 2월1일 오후 김 부장검사는 사업가 김씨에게 “오늘 저녁 ○○○ 갈 거야? 오늘 아님 난 설 전에 목요일 좋아~^^”라는 문자를 보냈고, 김씨는 “난 8시30분까지 간다. 와라 친구야”라고 답장했다. 다음날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친구 어제 잘 들어갔지”라고 문자했다. 3월3일에도 “이따 저녁에 다시 뭉치자. 8시까지 ○○○ 갈게. 여의도 증권거래소 60주년 행사 잠시 참석하고 바로 갈 거야”(김 부장검사), “나는 9시까지 갈게”(김씨)라는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이외에도 1월21일과 2월26일 등 올해에만 3월초까지 최소 네 차례 이상 만났다. 날짜를 지정하기 힘든 술 약속도 적지 않았다. 김씨는 <한겨레>에 “한 달에 최소 두세 번은 김 부장검사를 만나 술을 샀다”며 “술자리가 끝날 때면 대개 100만~200만원씩 용돈을 줬다”고 말했다.
술집에 가기 전 김씨가 동석할 여성 접대부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김 부장검사가 선택하기도 했다. 이들이 만난 ○○○ 술집은 서울 강남의 고급 가라오케로 양주 1병에 안주와 접대비 등을 합치면 100만원 정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세 명이 모이면 200만~300만원 정도 나온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실제 김씨의 계좌 내역을 보면, ○○○ 술집에 한 번에 100만~400만원씩 송금한 내역이 나온다. 해당 술집은 현재 폐업한 상태다. 김 부장검사는 <한겨레>와 만나 “오랜 친구끼리 ○○○ 술집에 두세 차례 간 게 전부다. 여성 접대부 사진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부장검사는 둘 사이의 관계가 문제가 될 것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3월말 이후 김씨가 사기 및 횡령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하고, 자신과 김씨의 관계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자, 김씨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친구 다시 한번. ㅁㅁㅁ 물어보면 싱글몰트바이고 여자애들 한둘 로테이션해서 술값도 50만~60만원이라고 해달라”는 에스엔에스 문자를 보냈다. 그는 “내가 감찰 대상이 되면 언론에 나고 나도 죽고 바로 세상에서 제일 원칙대로 너도 수사받고 죽어”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7월에는 압수수색에 대비해 사무실 메모 등을 점검해 조치하라고 하거나, “억울하게 나 당하고 너도 몹쓸 지경 당하지 않도록” 휴대폰도 한번 더 바꾸라고도 조언한다. 자신의 위법 의혹을 은폐하려 피의자 진술과 증거를 조작한 사실상의 ‘수사 방해’ 행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송금을 부탁하는 문자메시지도 등장한다. 지난 3월7일 “내가 다른 데서 빌려서 먼저 줄 테니 내일 오전 내가 말하는 계좌로 보내주시게. △△△ 이름으로”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다음날 계좌번호를 보냈다. 김씨가 “천만원 맞지. 처리했다. 근데 실수로 회사 이름으로 보냈네”라고 답하자, 김 부장검사는 “괜찮아. 잠시 변통해서 계좌주 전혀 모른다”고 답장했다. 김 부장검사는 “나중에 개업하면 이자 포함 곧바로 갚겠다”고 답하는 등 사실상 돈을 갚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김 부장검사는 2월3일에도 술집 여종업원 계좌로 500만원을 보낼 것을 요구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해 말 김씨에게 서울 시내 오피스텔을 알아보고 계약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김씨가 서울 삼성동과 선릉역 근처 오피스텔을 추천하자, 김 부장검사는 “대략 시세를 뽑아달라”고 요구했고, 이어 “친구 아무래도 좀 떨어진 곳이 나을 듯. 광진구 ○○오피스텔 1000만원에 65만원짜리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외에도 김씨에게 큰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경기도 화성 땅의 매각 작업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친구 이번 진경준 검사장 주식파동 보면서, 나도 농지 문제는 백부로부터 증여받은 거지만 우선적으로 정리해야 할 거 같아. 내역 보내니 한번 검토해서 매각 방안 좀 도와주라”고 말했다. 김씨는 <한겨레>에 “나에게 땅을 사달라는 의미였다. 실제 매입을 검토했지만 내 회사가 어려워지고 형사고소를 당하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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