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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와 한국경제, 그리고 최경환

 

대우조선·지경부가 바이올시스템즈를 지원한 이유는?전혁수 기자 | 승인 2016.09.05 08:29
 

여야가 대우조선해양 부실 원인 규명을 위해 합의한 '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코앞에 다가왔다.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여야는, 야당이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인 채택을 포기하면서 오는 8일과 9일 양일에 걸친 청문회 일정에 합의했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에서는 전직 산업은행장들만이 대우조선해양 부실 원인 추궁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별관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 중 하나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압박해,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특정업체에 투자를 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업체로 지목된 '바이올시스템즈'의 대표는 현재 사기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상태다.

관심을 끄는 것은 바이올시스템즈가 지식경제부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9년 1월 설립된 벤처기업이라는 것이다. 이 업체는 최경환 의원이 지식경제부 장관직을 수행할 당시 15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받기도 했다. 대체 강만수 전 행장과 최경환 의원은 바이올시스템즈와 어떤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강만수, 대우조선해양에 바이올시스템즈 지원 강요했나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은 대우조선 측에 바이올시스템즈에 자금을 투자하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강 전 행장의 지시에 당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은 "바이올시스템즈의 사업분야가 대우조선해양과 무관하고 재무구조도 열악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강 전 행장의 요구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연합뉴스)
 

하지만 자사 대주주인 산업은행 수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던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바이올시스템즈에 투자를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기 위해, 5억 원을 넘지 않도록 2000원을 빼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5억 원을 초과하는 신규투자나 출자 참여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9월 4억9999만8000원, 대우조선의 자회사인 부산국제물류가 2011년 11월 4억9999만8000원을 투자형식으로 바이올시스템즈에 지원했다. 2012년 2월에는 바이올시스템즈와 50억 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맺고,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바이올시스템즈에 대한 지원은 강만수 전 행장이 퇴임하기 전까지 이뤄졌고, 실제 지원한 총액은 약 44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강 전 행장이 퇴임한 2013년 4월 이후 바이올시스템즈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강만수의 무리한 바이올시스템즈 투자, 이유는?

그렇다면 강만수 전 행장은 왜 바이올시스템즈에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아낌없는 지원을 했던 것일까. 바이올시스템즈의 대표이사가 강 전 행장과 아주 가까운 지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현재로썬 가장 유력하다.

바이올시스템즈는 2009년 1월 설립된 업체로 당시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이 중소기업특별법에 의한 신기술 창업 전문회사의 형태로 설립한 회사다. 생기원이 본격적 파일럿 프로젝트에 착수하기 위해 만든 이 회사의 초대 대표는 김경수 생기원 그린오션사업단장이 맡았다. 2009년 6월에는 금호석유화학과, 9월에는 전남 고흥군과 각각 바이오에탄올 상용화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에 위치한 해조류 바이오에탄올 연구센터. '해조류 바이오에탄올 파일럿 플랜트'는 2013년 당시 150억 원 규모의 국가전략과제로 선정돼 연면적 3362㎡의 공장을 신축해 설비도입·시운전을 거쳐 상용 플랜트용 시설을 갖췄다. (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2010년 10월부터 바이올시스템즈에 벤처업체가 가져야 할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기자 출신의 인물이 부사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기자 출신의 대표는 부사장이 된지 1달여 만인 2010년 11월부터 대표이사가 돼 바이올시스템즈를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 인물은 한국경제 기자 출신의 김 모 대표다.

바이올시스템즈 홈페이지는 김 모 대표를 경남 진주 출신으로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14년 4개월 간 경제정책·금융·증권·정치·법조 등의 분야에서 일선 기자로 활동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사실 김 모 대표와 강만수 전 행장이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 CEO소개에서 보듯 관가와 금융계를 넘나들며 취재활동을 이어가던 김 모 대표가 재경부 주요 공직자였던 강만수 전 행장과 친분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로 보인다. 강만수 전 행장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경제에서 '다산칼럼'을 연재한 경력도 있기에 둘 사이가 가까운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또한 바이올시스템즈의 상당 지분을 강만수 전 행장의 지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김 모 대표는 대우조선해양의 지원 건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구속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바이오에탄올을 상용화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과 능력이 없음에도, 상용화 능력이 있는 것처럼 남상태 전 사장과 대우조선해양을 속여 투자를 받았다는 혐의다.

한국경제의 수상한 강만수 감싸기

한국경제는 지난달 8일 강만수 전 행장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강 전 행장은 "청와대를 업고 있는 슈퍼갑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었고, 그걸 자른 것이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한국경제가 강만수 전 행장과 구속된 김 모 대표를 감싸는 듯한 칼럼을 내놨다. 현재 바이올시스템즈 김 모 대표는 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대우조선해양이 바이올시스템즈에 투자한 것이 옳았는지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이다.

한국경제 정 모 주필이 작성한 '구속된 벤처인 김인식의 경우'라는 제목의 이 칼럼에서는 "(바이올시스템즈는) 해조류에서 바이오에탄올을 뽑아내는 원천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실험실에서의 기술이었을 뿐 상업용 양산기술은 없었다는 점, 필리핀에 10만ha의 우뭇가사리 양식장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확보된 면적은 55ha에 불과했다는 점, 매일 20t의 해조가 필요하지만 실제 이 회사가 실험에 사용한 해조는 모두 합쳐 44t에 그친 점 등이 사기였다는 것"이라며 "검찰 발표를 들으며 이 회사가 '꽤 앞으로 나아갔었구나'라는 정반대 생각을 갖게 됐다. 1% 가능성에 목숨을 거는 것이 기술벤처라는 것을 생각하면 회사를 설립한 지 불과 3년여 만에 놀라운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정 모 주필은 "이 투자가 사기의 결과였는지 논란거리"라고까지 평가한다. 대체 있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투자를 유치한 것을 사기가 아니면 어떤 표현을 써야 한다는 말일까.

또 정 모 주필은 "남상태가 강만수의 강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투자했다고 주장한다면 김 모씨의 사기죄는 무죄가 되고, 사기로 결론이 난다면 이번에는 강만수의 강압 혐의가 무죄가 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를 "짜 맞추는 수사"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강만수 전 행장과 김인식 대표가 개인적인 친분관계로 대우조선해양에 투자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면 이는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받게 된다. 어찌됐건 혐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한국경제에 몸담았던 두 인물을 옹호하는 뉘앙스의 기사를 내면 낼수록 한국경제가 곤란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자사에 몸담았던 이들을 비호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한국경제 출신, 최경환

이번 서별관 청문회에는 빠져있는 또 하나의 한국경제 출신 주요인물이 있다. 바로 이번 청문회 증인출석을 가까스로 면한 최경환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최 의원은 재무관료 출신으로 퇴임 후 한국경제에서 논설위원, 편집국 부국장을 지냈다.

최경환 의원은 1999년 5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한국경제에서 논설위원을 지냈고,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경제특보로 들어갔다가 2002년 다시 한국경제로 복귀했다. 복귀 후에는 한국경제 편집국 부국장으로 임명돼 6개월 동안 근무했다. 복귀 당시 한국경제 노동조합은 정치색을 띤 최경환 의원의 한국경제 복귀를 반대했지만, 사측은 '꼭 필요한 사람'이라며 최 의원을 채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연합뉴스)

이후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한 최경환 의원은 2009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바이올시스템즈의 설립 당시 이를 주도한 생기원이 바로 지식경제부 소속이었다는 점이다.

생기원은 1989년 10월에 설립된 생기원은 2004년 과학기술부, 2008년 지식경제부로 이관된 후 2013년 3월 이후 박근혜 정부의 핵심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직간접적으로 최경환 의원이 바이올시스템즈에 관여를 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바이올시스템즈에 대한 지식경제부의 본격적인 투자는 최경환 의원이 장관으로 임명된 직후 이뤄졌다.

바이올시스템즈의 '해조류 바이오에탄올'사업은 최경환 의원이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임명된 직후인 2009년 12월 지식경제부의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사업으로 선정돼 3년에 걸쳐 총 15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김 모 대표와 같은 시기에 한국경제에서 근무했던 최경환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밀어주기식 투자와 더불어 지식경제부의 바이올시스템즈 투자 역시 그 배경을 가려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최경환 의원이 서별관 청문회 증인에서 제외됐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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