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416연대 제공 |
9월1~2일 이틀에 걸친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3차 청문회가 ‘강제종료’란 난관을 뚫고 일정한 성과를 남기며 끝을 맺었다. 먼저 특조위원과 조사관들이 인력과 재정난의 악조건 속에서 진행한 청문회 준비는 눈물겨울 정도였다. 7월부터 직원 급여가 지급되지 않았고 청문회 장소대관에까지 외압이 작용했다. 심지어 지난달 23일 해양수산부는 ‘특조위 조사활동은 지난 6월30일로 끝났기에 청문회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보도자료를 뿌려댔다. ‘불출석 면죄부’와 다를 게 없었다. 이렇게 정부가 관료들에게 청문회에 불참할 명분을 공개적으로 제공하며 전·현직 정부 관료들은 한 명도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조위는 조사과정에서 새로 발굴한 증거들을 이번 청문회에서 공개했는데 특히 해경의 세월호 구조작업이 ‘청와대 보여주기쇼’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더 조사해야 할 다수의 의혹사항을 제기하며 ‘존재의 이유’를 입증해 보였다. 사고 당시 해경은 생존자가 있을 가망성이 큰 3층 식당 칸 에어포켓에 성공적으로 공기주입을 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특조위가 해경의 TRS교신 음성 파일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해경은 식당 칸이 아닌 접근이 용이한 조타실 근처에 공기를 주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조위는 “해경이 보유한 TRS 파일이 100만여 개가 있는데 이 중 7164개만 넘겨받아 분석을 했을 뿐인데도 해경의 거짓말을 밝혀낼 수 있었다”며 “TRS 교신내용들은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의 비밀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조위측은 또 “특조위가 해산되더라도 특검이 실시돼 나머지 TRS 파일들도 낱낱이 조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경은 또 ‘청와대 보여주기쇼’를 생중계하기 위해 1000t급 함정 4척을 동원했다. 무인수중탐사로봇(ROV)이 선체에 진입했다는 발표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선내 CCTV 영상이 켜져 있던 시간과 DVR(디지털영상저장장치. digital video recording)에 저장된 기록이 불일치해 기록조작의 의혹도 제기됐다. 청문회 첫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은 길환영 전 KBS 사장의 보도개입을 뒷받침하는 문자메시지를 폭로해 주목 받았다.
또 청문회에서 비공개로 증언한 한 선체인양 전문가는 “해수부가 선체바닥에 추가로 34개의 구멍을 뚫겠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작업이며 이 경우 이동 과정에서 배가 아예 가라앉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특조위는 최근 정부가 밝힌 인양 후 객실부분을 절단해 미수습자를 수습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심각한 증거 훼손과 인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온전한 선체 인양 약속에 배반함”을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부터 책임져야 할 증인들이 거의 전원 불참한 청문회를 보며 무책임, 무능력, 무관심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 윤리 참사의 현장이 다른 데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이 고통이 무뎌지고 기억이 흐려지길 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청문회 진행을 위해 참사 당시 영상이 상영되거나 음성이 나올 때면 방청석에 앉은 수많은 가족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참사의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들에게 고통은 아직 생생하다. 그들의 소리 없는 절규가 이를 증언한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건 “내 새끼가 왜 죽었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것” 그리고 “다시는 우리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도 단식을 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사생결단식’이 시작되고 일주일에 2-3번씩 가족들을 만났다. 첫 주엔 잘 몰랐는데 일주일이 지나며 점점 이들이 입고 있는 옷이 헐렁해지고 몸이 확연히 말라가는 게 보였다. 31일 광화문에서 8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2학년5반 ‘준영 엄마’ 임영애씨가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비가 내리던 이날 오전 좋지 않은 안색으로 이불을 덮고 앉아 있던 임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4일 현재 이들의 단식농성은 19일째 이어지고 있다.
세상과는 ‘분리’돼 있는 듯한 청와대를 ‘갈라파고스’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평범한 이들이 살아가는 현실 세상이 안전하고 생명이 존중받는 곳이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의 ‘갈라파고스 쇼’는 ‘강제종료’돼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특조위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특조위가 이달 말 정부에 의해 강제 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법을 개정할 골든타임의 열쇠는 국회에 있다.
이명주 기자 ana.myungju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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