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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인사권 농단 사실로 밝혀져


김기춘, 대통령과 최순실 불법행위 외면하면서 공안정국 조성 앞장선 듯
  • 고승우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
  • 승인 2016.12.08
  • 댓글 0
▲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국정농단 국회 청문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7일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청문회에서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처럼 부려 장관 등 정부 고위공직자를 임명케 하면서 사익 추구를 위한 인적 구조를 만들고 국정을 농단했으며 이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공직자들은 강제로 물러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증언 등이 사실 일 경우 대통령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정치를 하지 않은 심각한 범법행위를 한 것이며 이로 인한 국정 혼란과 국위실추 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더 이상 청와대에서 버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자명해진다.

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다면 이어 대통령의 조기 하야 주장이 강해지고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될 황교안 총리도 헌정 사상 초유의 국헌문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내각과 함께 총사퇴 압력에 직면하면서 국회가 주도하는 거국 내각 구성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이날 나온 증언에 따르면, 최 씨는 자신이 추천한 사람이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진에 임명되게 하고 대통령 연설문도 주무른 것은 물론 행정기구를 통한 자신의 사익 추구를 문제 삼으려 한 고위 공직자를 쫓아내거나 국정원 직원도 좌천시킨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통령이 국정을 정상적인 행정조직을 통해 수행하지 않고 민간인 최 씨의 요구에 놀아나는 불법을 장기간 저질렀지만 청와대 비서진 등이 이에 대해 장기간 침묵한 것에 대한 진상 규명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사실일 경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과 최 씨의 불법행위를 철저하게 외면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전 실장은 최 씨가 대통령을 움직이는 최고 비선실세라는 점을 받아드려 최 씨의 국정 농단에 대해 눈을 감고 대신 박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공안 정국을 조성키 위해 야당과 언론 등에 대해 소송 등을 통해 탄압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을 만들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문회는 핵심 증인이 대거 불참했지만 최 씨의 국정 농단 정황에 대한 증언이 다수 나와 박 정권의 실체가 확인된 않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최순실의 남자들'로 불리는 차은택 전 감독과 고영태 씨는 최 씨의 권력 서열이 대통령급이거나 대통령보다 앞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해 2014년 폭로된 ‘권력 서열 1위 최순실’이라는 정윤희 문건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성도 제기됐다.

차은택 전 감독은 최 씨의 부탁으로 정부 고위직 후보를 여러 명 추천했고 어떤 경우엔 다른 사람을 다시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며 문체부 장관, 청와대교육문화수석, 콘텐츠진흥원장 등에 자신이 추천한 인물이 등용됐다고 밝혔다. 차 전 감독은 최 씨에게 부탁하자 자신의 행사에 박 대통령이 세 차례나 참석했으며 자신이 써서 최 씨에게 준 내용이 대통령의 연설문에 포함된 적이 있었다고 말하고 권력 서열에 대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는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은 거의 같은 급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영태 씨도 최 씨가 대통령의 위세를 등에 업고 정부 차관조차 심부름꾼 취급했다면서 "최순실이 바라보는 김종 차관은 수행비서? 계속 뭔가 제시하고 뭔가를 얻으려고 하고."고 말하고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 씨는 늘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고 밝혔다.

고 씨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다면서 "노란 봉투, 밀봉된 봉투를 가져다주거나 아니면 저희 회사에서도 자료를 밀봉해서 이영선 청와대 비서한테 준다든지."라고 말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 자신이 야당과 언론의 정부 비판에 대해 강력 대응하라고 지시하고 세월호 인양 등에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과 관련해 "저는 그 비망록을 직접 본 일이 없고 누가 작성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다"고 전면 부인해 빈축을 샀다. 그는 또한 최순실 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 등 주요 관계자들은 질문에 대해 대부분 "기억이 안난다"거나 "모르겠다" 등의 답변을 내놓아 여러 의원들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

김 전 실장이 최 씨를 몰랐다고 한결같이 주장했지만 청와대 비서실과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는 금방 드러난다는 점에서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박 대통령이 최 씨가 추천한 인물을 고위 공직자로 지명하고 비서실참모진 등과 협의하지 않은 정책 등을 돌발적으로 결정하는 등 최 씨가 박 대통령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선 실세로 활동한 것을 김 전 실장이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노회한 그는 최 씨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 나온 것처럼 공안통치 쪽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박 대통령에게 확인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차 씨는 "최 씨가 김 전 비서실장을 지칭하면서 사실 별로 좋은 이야기를 한 적이 별로 없다. 고집이 세다는 이야기를 푸념식으로 한두 번 했던 것을 들었다"고 밝혀 최 씨와 김 전 실장이 대통령을 둘러싸고 벌인 불편했던 관계를 엿보게 했다.

한편 최 씨의 국정 농단에 문제를 제기한 공직자들이 심각한 개인적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시정조치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여명숙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은 문화창조융합벨트가 자신의 취임 뒤에도 차씨가 명예단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합법을 가장한 불법창구'라는 문제점을 지적하자 박 대통령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을 통해 사직명령을 내렸다고 폭로했다.

여 전 본부장은 자신이 제기한 문화창조융합벨트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감사원, 국가정보원 등에도 보고하려다 불안하고 무서워 국정원 정보관(IO)에게 말했는데 이 정보관은 아프리카로 좌천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된 뒤 좌천된 뒤 한직으로 이동했다가 결국 공직에서도 물러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정유라와 관련된 승마협회 문제를 객관적으로 지적한 보고서가 청와대에서 민간인에게 유출이 된 것 같다면서 "공무원으로서 대통령에게 지적을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술회했다.

이날 최 씨와 박 대통령간의 뇌물 수수 관계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성도 제기됐다. 고영태 씨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100벌에 가까운 옷과 30∼40개의 가방 등 4천500만원에 달하는 옷과 가방을 만들어 최씨를 통해 전달했으며 그 비용은 최씨의 사비로 지출됐다고 주장해,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등은 '뇌물 의혹' 규명을 강력 촉구했다. 고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의 혐의에 뇌물죄를 추가할 수 있게 된다.

국정조사 특위는 박 대통령의 미용 시술 의혹 등을 추가로 다루기 위해 다음 주 3·4차 청문회를 열고, 오는 19일 5차 청문회엔 지금까지 안 나온 국정 농단 관련자들을 전부 다시 부를 방침이다.

고승우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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