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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김병관, 미국이 구해줄 것인가?

 

미국은 김병관을 극찬하고 김병관은 전쟁전문가로 자처하고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3/03/04 [15:42] 최종편집: ⓒ 자주민보
 
 

1. '정치군인'의 그림자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를 입학했다. 한국사회의 ‘엘리트’가 거친다는 전형적인 그 코스였다. 그러나 서울대를 자퇴했다. 육사로 방향을 틀었다. 학창시절부터 꿈꿨던 군인이 되기 위해서였다. 고교시절부터 고대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을 정독했던 것도 그리하여 지금까지 300번 이상 읽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수석으로 입학했다. 졸업까지도 수석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1972년 졸업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상을 받았다. 육군 1군 사령관을 거친 뒤 한미연합사의 부사령관에 올랐다. 그때 본격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미군이 인정해준 명성이었다. 전략전술의 최고 전문가라고 했다. 노무현정권 때 한미동맹의 초석을 닦은 군장성으로 평가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의 이력이다. 화려하다.

김 내정자의 박근혜 대통령 혹은 그 가문에 대한 신뢰는 대단히 특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 직전 예비역 장성 82명이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을 때 이를 조직한 것이 김 내정자였다. 김 내정자의 휴대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박혀있는 고리가 달려있다.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평소에 두 분을 가장 존경해서 사진을 달고 다닌다”고 김 내정자는 주변에 말하곤 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유린한 '정치군인'의 그림자를 두 눈 번히 뜨고 보게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 내정자의 반북의식은 매우 선명하고 확고하다.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때 박 후보를 지지선언을 하면서 김 내정자는 주변에 “남북 대치상황이 불안한 데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는 좌파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취지 설명을 하고 다녔다. 지난해 재향군인회 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선거 공보물에 “종북세력 척결의 결사대가 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보수진영에서조차도 너무 편향되거나 과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 정도였다.


2. 고구마줄기처럼 올라오는 의혹들

그렇지만 김 내정자는 강력한 반대에 맞딱뜨려야했다. 김 내정자를 둘러싸고 수많은 의혹들이 줄줄이 터져나왔던 것이다.

1. 독일 MTU社로부터 K2 전차 파워팩을 수입하는 ‘유비엠텍’ 고문으로 활동했다.
2.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상장기업 유비콤 주식 20만 주를 갖고 있다 팔았다.
3. 재개발 계획이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노량진 우성 아파트, 충북 청원군 강내면 토지, 경남 하동 지역 토지를 사는 등 ‘부동산 투기’를 했다.
4. 2사단장 시절 부대 시설공사와 관련해 리베이트를 받았다가 처벌받은 적이 있다.
5. 업자들로부터 개인적으로 GPS장비와 공학용 계산기를 받았다.

김 내정자를 둘러싼 ‘주요 의혹’이라면서 뉴데일리 2월 24일자가 다섯가지로 정리해 보도한 내용이다.

김 내정자는 3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부분적으로는 인정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부정했다. "위장 전입이 여러 번 있었고 2사단장 때 위문금을 (개인) 통장에 넣은 것도 절차상 잘못된 부분이 있었으며, 예천지역 땅의 증여세도 안 낸 상태로 있었다"고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이들 외에 나머지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오해와 왜곡에서 비롯됐다"고 강하게 부인한 것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에 대한 반대는 야당 만의 몫이 아니었다. 새누리당의 심장부에서도 터져나왔다.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고구마 줄기도 아니고 자고 나면 문제가 하나씩 줄지어 터지고 있다”며 탄식했다. 2월 28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다. 심 최고위원은 아예, 김 내정자의 용퇴를 주문했다. “그간의 20여개 의혹만으로도 용퇴할 조건은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했다. 심 최고위원의 공세는 날카로웠고 매서웠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많은 사람들은 김 내정자가 벗어나기 힘든 위기에 내몰렸다고 평가했다. 낙마가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단정하는 말도 돌았다.


3. 극적인 반전 드라마의 시작, 버웰 벨이 나서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나왔다.

“대한민국 최고의 국방장관 후보자”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김 내정자에 대해서 한 말이다. 벨 전 사령관은 2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공격을 격퇴하는 특출한 군사계획을 발전시키는 그의 능력은 내가 본 중의 최고였고 군사력 운용에 관한 전술적 지식으로 한미동맹이 북한군에 대해 빠르고 결정적인 승리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나에게 심어줬다"며 그렇게 말했다. 벨 전 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 재직시절(2006.2∼2008.6)때 약 16개월간 김 내정자를 부사령관에 두고 함께 근무했었다.

함께 근무를 했다고는 하지만 보기 드문 극찬이다. 그리고 이례적인 것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인사가 한국의 첨예한 정치쟁점에 대해 공개적인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놀랄만한 것은 더 있었다. 벨 전 사령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하기 몇일 전에 김 내정자에게 서한을 보내기까지 했다. 2월 13일이었다. “박근혜 당선인이 귀하를 선택한 것은 국가방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최고의 자격과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선발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김 내정자는 이 서한을 공개했다. 의도적이며 정치적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벨 전 사령관이 허락을 해준 것은 물론이다.

벨 전 사령관이 김 내정자에게 개인 서한을 보내고 이어 그 극찬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게 한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극찬을 한 것을 두고 사람들이 놀란 데에는 깊은 우려가 담겨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 우려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의 참 모습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게 되면서 갖게 되는 씁쓸함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은 영화 한편을 떠올려야했다. 미국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였다.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올라오는 수많은 의혹으로 인해 절대절명의 위기에 내몰린 김 내정자를 벨 전 사령관이 나서서 구하려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사람들은 북의 위성발사와 3차핵실험으로 인해 북미대결전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치열해지면서 벨 전 사령관의 정체성에 대해 선명히 알 수 있게 되었다.

벨 전 사령관은 대북관련해 미국의 강경인사들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북핵에 대한 선제타격론자이다. 2월 22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의 핵공격 징후가 포착됐을 때 "북한의 핵무기 작전배치에 대비해 한미는 실행 가능한 대규모 선제타격 방안을 발전시키기 위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벨 전 사령관은 미군 전술핵 한국 재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고려할 때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심리적으로 안심을 주는 측면에서 남한 땅에 미군의 핵무기를 배치하면 대북 억지력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에 핵무기 운반 시스템의 배치를 요청하면 미측은 매우 진지하고 사려 깊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던 것이다.

벨 전 사령관은 중국에 대해서도 북이 핵강국으로 진입하려는 움직임과 결부시켜 강력하게 비판하는 인사이다. 중국이 북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 이동식 발사대 차량을 제공했다고 단정을 하는가하면 북에 핵이나 미사일 관련될 법한 기술과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사람들은 대북문제를 비롯해 한반도문제 그리고 대중국문제에서 갖는 벨 전 사령관의 견해나 입장이 김 내정자와 일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 전문가’
김 내정자는 3월 1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해 그 같이 밝혔다. 자신을 아는 선후배들이 자신에 대해 그렇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 선후배들은 그렇기 때문에 장관을 맡아서 군을 변화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김 내정자의 이 발언은 금방 주목을 받았다. 벨 전 사령관이 김 내정자에 대한 극찬을 위주로 하여 ‘김병관 구하기’에 대해 힘을 쏟는 것에 대해 김 내정자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화답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4.미국의 '김병관 구하기'성공할 것인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게 훌륭한 장수라고 하는데 군사작전이나 인생작전이나 다를 바가 없다. 지금은 김 내정자가 물러날 때”
이는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김 내정자의 용퇴를 주문하면서 했던 말이다. 사람들은 그러나 심 최고위원의 이 지적보다는 벨 전 사령관이 김 내정자에게 보낸 서신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문구에 대해 더 관심을 돌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We go together(같이 갑시다)”
누구라도 알듯이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글귀이다. 미국의 ‘김병관 구하기’가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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