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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반발...북한, 정말 도발하나

[정욱식 칼럼]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과 한반도의 운명

13.03.06 18:24l최종 업데이트 13.03.06 18:40l

 

 

한반도 정세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위기는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의 실시와 북한의 반발이 맞물리는 매년 3월에 연례행사처럼 반복돼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러모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악순환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 올해 1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채택 →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합의로 이어지고 있는 악순환은 좀처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냉각기를 거쳐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과거의 패턴과는 일단 달라진 양상이다.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5일 북한군 최고사령부 대변인은 유엔 제재와 한미합동군사연습 그리고 '선제타격론' 등 남한군 고위당국자의 발언을 맹비난하면서 세 가지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첫째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맞서) 강력한 실제적인 2차·3차 대응조치를 연속 취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둘째는 키 리졸브 시작일인 "3월 11일 그 시각부터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해오던 조선정전협정의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버릴 것"이고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음이 없이 임의의 시기 임의의 대상에 대해 제한 없이 마음먹은 대로 정밀타격을 가하고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대업을 앞당기자는 것"이라는 위협이다. 셋째는 "우리 군대가 잠정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던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의 활동도 전면중지하게 될 것"이고 "판문점 조미 군부전화도 차단하는 결단을 병행해 내리게 된다"는 통보다.

북한이 위협한 "2차·3차 대응조치"는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결의에 맞선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정전협정 백지화와 함께 판문점 대표부의 활동 중단 및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북미간의 군전화 차단을 선언한 것은 사실상 마지막 남은 정전체제 관리기구마저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노림수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월 23일 평양 인민무력부 청사의 김일성ㆍ김정일 동상 앞에서 '전군당강습지도일꾼회의'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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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처럼 올해 들어 초강경 카드를 잇달아 꺼내들고 있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유엔 안보리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고 한다는 것이다. '핵과 위성'을 김정일의 최대 업적으로 삼고 개정헌법 전문에도 핵보유국을 명시한 김정은 체제는 올해 들어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과 한반도 비핵화의 종말을 선언한 상태다.

둘째는 한반도 위기를 최대한 고조시켜 미국에게 평화협정 협상에 응할 것을 압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1월 23일 자 외무성 성명을 통해 "앞으로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은 '전쟁이냐, 평화냐'를 양자택일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의 위상을 "조선반도의 평화체제수립을 위한 협상기구"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셋째는 김정은 체제 들어 주민들에게 약속한 민생문제 해결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으로 당분간 유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해 4월 15일 태양절과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며 경제발전을 우선시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올해 들어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 추가 제재 결의를 채택하자 "우리에게 있어서 자주권은 생존권이고 자결권이며 발전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어 핵과 위성을 갖게 됐다"는 화법이 '허리띠를 더 졸라매서라도 자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화법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22일 오전 당선인 신분으로 서울 용산 한미연합군사령부에 도착해 브리핑실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권오성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박근혜 대통령 오른쪽),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 사령관(박근혜 대통령 왼쪽)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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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의 관심사이자 우려 사항은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다. 여기에는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에서부터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등 국지 도발 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걸쳐 있다.

북한이 2009년 3월에 꺼내 든 카드를 다시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당시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자신의 위성 발사를 한·미·일이 요격하거나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려는 움직임,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을 맹비난하면서 개성공단 유출입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한편, 키 리졸브 훈련 기간 동안 북한 영공과 그 주변을 통과하는 남한 민항기들의 "항공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위협한 바 있다. 특히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가 해운 제재를 포함할 경우, 이를 빌미로 남측의 통행 및 통항을 제한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실제 행동에 나설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 키 리졸브 훈련에 핵항공모함 전단과 전폭기까지 동원해 무력시위에 나서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맞물리는 상황이 조성되면 심각한 위기는 피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을 만류하기도 어렵다. 북한의 초강경 움직임에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의해온 중국에 대한 강력한 불만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위기가 다가오는 반면, 위기를 수습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위협적인 언사는 대단히 유감스럽고 또 비판받아 마땅하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만발의 대비를 갖춰야 하겠지만, 확전의 위험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무력 충돌 발생 시 잃을 것이 훨씬 많은 쪽은 남한이라는 현실도 간과할 수는 없다.

오늘날의 위기 상황의 1차적인 책임이 북한에게 있더라도, 한미 양국의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도 그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평화협정 논의를 개시하기로 한 지 7년이 넘게 지나도록 이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가 없었다는 점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용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북한은 위협적인 언행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는 추가 제재 결의 채택을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합동군사훈련을 취소하거나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선 비핵화'에 매달리지 말고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창조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냉전의 모순이 극에 달하고 있는 오늘날의 한반도가 전쟁이 아니라 평화로 귀결돼야 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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