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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우 사퇴, ‘친이 MBC‘에서 ‘친박 MBC‘로?

 

김재우 사퇴, ‘친이 MBC‘에서 ‘친박 MBC‘로?
 
[집중분석]이사장 자격 갖춘 신임 이사, ‘뿌리깊은 친박’
 
육근성 | 2013-03-16 09:18:1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MB정권은 처음부터 MBC에 대해 아주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공영방송 MBC를 ‘국정방송’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집요하고도 치밀했다. MB가 경영자 출신이어서 그럴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를 자신의 사람으로 채우는 수법을 동원했다.

 

방통위->방문진->MBC...MB 수법은 치밀했다

 

먼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통해 MBC 이사 임명권을 행사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를 장악한다. 애당초 방송장악을 염두해 뒀던 MB는 방통위원장에 MB의 최측근인 최시중을 앉힌다. ‘최시중의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 9명 중 3명을 청와대가 낙점한 인물로, 또 3명은 새누리당이 추천한 이들로 채웠다.

 

MB의 고려대 경영학과 1년 후배인 김재우가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출된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벽산건설 임원 출신인 그는 방송과 관련된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단지 MBC를 장악하는 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었다.

 

MBC 사장으로는 MB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20년 동안 친분을 쌓은 김재철이 임명된다. 2007년 대선 당시 울산MBC 사장이었던 그는 근무지를 이탈해 MB의 선거캠프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MB를 수행했다. 둘 사이는 가까웠다. 김 사장이 모친상을 당하자 눈코 뜰 새 없던 대선 후보 일정을 쪼개 MB가 직접 조문할 정도였다.

 

MBC 감사로는 TK출신으로 소망교회 집사인 임진택이 선임된다. MB정권의 대표적 ‘공기업 낙하산’인 임진택의 감사 선임은 김 사장 취임한 직후 이뤄진다. 임기가 많이 많아있던 전임 감사를 갑자기 지역사 사장으로 내려 보내고 그 자리에 임진택을 앉힌 것이다.

 

완벽한 MBC장악, 김재철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

 

방문진 이사 선임권을 행사하는 방통위원장에 자신의 멘토이자 형의 절친인 최시중을, MBC 임원 선임권을 갖고 있는 방문진 이사장에는 같은 대학 같은 학과 1년 후배를, MBC사장에는 20년 동안 친분을 쌓아온 동생 같은 사람을, MBC 감사에는 같은 교회 집사를 데려다 놓았다. MB의 MBC 장악은 완벽했다.

 

▲잘도 티던 그가 지난 13일 돌연 사퇴했다. 이유가 뭘까?

 

이토록 강고하게 장악했으니 숱한 의혹과 추문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사장이 그 자리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장기 파업과 해고 사태, 경영 부실, 시청률 추락, 카드 불법사용과 각종 추문, 공영방송 품위 손상 등으로 김재철을 해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도 끄떡없었던 것은 김재우 이사장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재우 이사장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8월.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이자 “학위 박탈에 준하는 결론이 나오면 방문진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단국대 측으로부터 “논문 표절이 맞다”는 예비조사 결과가 나와도 본조사까지 보겠다며 꿈쩍하지 않았다. 본조사에서도 표절로 결론이 났지만 재조사 운운하며 버텼다.

 

 

김재우 사퇴...기다렸다는 듯 신임 이사 선출

 

그런 그가 13일 방통위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방통위는 기다렸다는 듯이 단 하루 만에 전체 회의를 열어 김문환 전 국민대 총장을 보궐이사로 선임했다. 정식으로 이사에 취임하면 곧바로 이사장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 법에 따라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이사들 중 최연장자가 이사로 호선되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방문진 이사들이 만장일치로 이사장 퇴진을 권고해도 미동도 하지 않던 김재우 이사장이 어떤 이유에서 황급히 사표를 제출했으며, 방통위는 또 무슨 연유로 급히 서둘러 이사장으로 호선될 가능성이 높은 김문환을 이사로 선출한 걸까.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배경이 궁금해진다.

 

김문환 신임이사는 경북 의성 출신으로 경북중·고를 나왔다. 전형적인 TK출신이다. 서울대에서 학위를 받고 국민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국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아름다운가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방송과의 인연이라면 MBC 시청자위원장을 맡았던 게 전부다.

 

이사장 자격 갖춘 신임 이사, ‘뿌리깊은 친박’

 

그의 이력 중에서 눈여겨봐야 할 게 있다. 경북중·고를 졸업했으니 박 대통령의 오른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고교 동문 관계다. 이 대표의 1년 선배가 된다. 또 친박 핵심인 서상기 의원과는 경북중 동기동창이다. 뿌리 깊은 ‘친박계’ 인물이라는 얘기다.

 

 

임원 한 자리가 비게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친박계 인사를 신임이사로 임명했다. 이사장에 호선될 수 있는 조건까지 고려해서 말이다. 친박계 인물이 이사장이 되면 나머지 5명의 여당 성향 이사들은 자연스럽게 ‘친박 이사장’과 협조할 게 분명하다. 결국 방문진이 ‘친이’에서 ‘친박’으로 넘어가는 셈이 된다.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는 2015년 8월 8일까지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김재철 사장 처리문제. ‘친박 방문진’은 김 사장을 어떻게 처리할까? 김 사장을 그대로 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방문진이 자신들에게 넘어오면 그 다음 수순은 MBC를 접수하는 것 아니겠나. 방문진을 손에 넣기 위해 친박 인사를 이사장으로 밀어 넣고도MBC를 ‘친이’의 수중에 그대로 둔다? 그럴 리 없을 것이다.

 

‘친이 MBC’에서 ‘친박 MBC’로? 김재철의 운명은...

 

예비 이사장인 김문환 신임이사가 김재철 사장과 ‘구면’이라는 점도 감안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올바른 예측이 가능해진다. 김 사장은 김 신임이사를 연속해서 2년 동안 MBC시청자위원장에 임명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울 수 있다는 얘기다. 적어도 김 사장을 박하게 대할 입장은 아닌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김문환 체제’의 방문진 태동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친박계’는 방문진과 MBC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김 사장의 거취문제가 정리돼야 할 필요가 있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영방송 MBC를 국정방송으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김 사장을 박대할 수 없는 노릇일 테고, 결국 ‘부드러운 정리’로 가닥을 잡지 않았을까 싶다. 부드럽게 정리하기 위해 ‘김문환 이사장’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방문진과 MBC가 ‘친이’에서 ‘친박’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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