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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남북 탁구대표팀의 훈훈한 셀카에 먹칠하려는 자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8/28 [13:45]

 

2024 파리올림픽을 뜨겁게 달군 사진이 있다.

 

바로 남북 탁구대표팀이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 국제올림픽위원회 SNS 캡처.

대결로 치닫는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기를 바라는 우리 국민의 바람이 이 사진에 담긴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기자의 머릿속엔 걱정부터 앞섰다.

 

남북대결과 전쟁을 바라는 기레기들이 분명 ‘아오지 탄광’을 운운하며 악의적인 왜곡 기사를 써댈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당시 그런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갑자기 걱정하던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탈북자 출신 박충권 국힘당 의원이 27일 YTN 라디오 ‘뉴스 파이팅’에 출연해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언론들은 썩은 고기를 발견한 하이에나 떼처럼 너도나도 이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박 의원의 주장은 조금만 살펴봐도 말이 안 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첫째, 박 의원은 북한 선수들이 삼성전자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경하고는 “‘남조선은 못 살고 사람들은 피폐하다’고 배운 것과 인지부조화를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을 ‘적’이라고 부르고 주민들에게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가르치기는 해도 ‘못 산다’고 교육하지는 않는다.

 

탈북자들도 대부분 북한에 있을 때부터 한국의 경제 수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그런 걸로 놀라지 않으며 ‘인지부조화’ 따위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또 북한에도 폴더블폰이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삼성 최신 휴대전화를 보고 놀랄 일도 없다.

 

▲ 7월 1일 MBC 통일전망대에 소개된 북한 폴더블폰 모습. © MBC

실제 영상을 봐도 북한 선수들이 삼성 최신 휴대전화를 신기해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둘째, 박 의원은 북한 선수들이 남한 선수와 접촉했기 때문에 “최소 혁명화 2~3년 정도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탈북자 출신이라면서 ‘혁명화’의 개념도 모르는 듯하다.

 

북한 형법은 형벌의 종류로 사형, 무기노동교화형, 유기노동교화형, 노동단련형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노동교화형은 우리의 징역형, 노동단련형은 우리의 사회봉사명령과 비슷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물론 그 정도는 다르다.

 

흔히 ‘혁명화’라 부르는 ‘혁명화 교육’ 혹은 ‘혁명화 조치’는 형법상 처벌이 아니며 그렇다고 당규약 상 당원을 책벌하는 제도도 아니다.

 

당원 책벌 종류에는 출당, 경고, 엄중경고, 권리정지, 후보당원으로 강등 등이 있으며 ‘혁명화’는 없다.

 

‘혁명화’는 당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재교육 수단이며 잘못을 저지른 간부를 공장이나 농장 등 노동 현장에 보내 잘못을 뉘우치고 혁신하도록 하는 조치다.

 

얼핏 좌천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좌천은 징계의 일환으로 지위를 강등하는 게 중심인 반면 ‘혁명화’는 혁신을 목적으로 업무 현장을 바꾸는 개념이다.

 

아무튼 20대의 북한 탁구선수가 무슨 당 간부도 아닌데 ‘혁명화’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셋째, 이게 가장 황당한데 박 의원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에 오른 북한 축구 대표팀이 한국 선수들과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시는 등 좋게 지냈다가 “정치범 수용소 가고 대부분 추방당했다”라고 주장했다.

 

1966년은 북한 축구가 최전성기를 달릴 때로 무려 월드컵 8강까지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 북한 대 이탈리아 시합 장면. 북한이 1:0으로 이겼다.

당시 한국 축구는 국제대회에 명함도 내밀기 힘든 수준이었는데 박정희 정권은 남북 축구 대결에서 져 망신을 당할까 봐 피파(FIFA)에 벌금을 내고 지역 예선을 기권해 버렸다.

 

따라서 월드컵 본선은커녕 지역 예선에서도 남북 축구 대표팀이 만날 일은 없었다.

 

박 의원이 이처럼 황당한 주장을 언론에 유포하고, 이걸 언론들이 신나게 받아 적는 목적은 뻔하다.

 

이번 광복절에 윤석열 대통령은 흡수통일 방침을 천명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이런 식의 가짜뉴스가 쏟아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따르면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라서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들”은 “반자유세력, 반통일세력”이다.

 

확실히 국힘당과 보수 언론은 ‘반자유·반통일세력’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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