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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실>2003.12월 -벽을 넘은 시선, 세 가지 보고서

 

리뷰 출처: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연대와실천> 2003년 12월호
http://www.ynlabor.net

벽을 넘은 시선, 세 가지 보고서


양솔규(영남노동운동연구소 사무국장)




1. 민주노총,『동남아 노동운동 정세보고서』, (2003.11.)



이 보고서에는 아시아 4개국(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노동운동의 현황과 현지 조사 결과들이 기록되어 있고, 나라별 보고와는 별도로, 세계화 과정에서의 아시아 여성들의 상태,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실려 있다.


이들의 사회적 조건과 운동의 상태를 단순히 과거 우리의 모습으로 환원시키기 쉽지만, 이 보고서를 읽다 보면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들 나라의 투쟁의 역사 또한 지난한 과정이었으며, 필리핀은 우리에게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조직화 전략', '노동운동과 여타운동의 연대' 등등에 대해 이들 역시 깊은 고민 과정에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일상 활동 속에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은 단지 특수한 조건에 있는 '좁고', '특수한' 고민거리가 아니다. 물론 상황의 불일치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불일치 만큼이나 전세계적 세계화의 물결이 휩쓸고 있는 현재, 고민꺼리는 국제적으로 보편화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 노동운동이 현재 아시아의 노동자 연대를 선구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상황일까? 이러한 초보적인 보고서가 발간되었다는 사실을 통해서 보더라도 우리의 갈 길은 아직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원 여러분께 일독을 권한다.



2. 국제민주연대,『해외한국기업 인권현황백서』, (2003.10.)



앞의 보고서가 '바다 건너'에 사는 '노동형제'들의 운동에 대한 것이었다면, 지금 소개하는 보고서는 '이 땅'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이 바다 건너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자료는 참여연대 해외투자기업 감시위원회에서,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로 전환되었다가 독립한 국제민주연대가 7년 간의 활동을 총결산한 성과물이다. 우리 노동운동이 아직 이러한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던 시기에 이러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한 노고는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해외진출 한국기업들은 업종별로 보자면 제조업이 가장 높은데, 이 중에서도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진 섬유의복업종과 대기업으로 이루어진 전자통신, 기계업종이 주된 분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한국기업들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에서의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권위주의적 노동통제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지 미적응'의 문제는 자본과 국가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 노동자에 대한 노동, 인권탄압이라고 할 수 있다. "더럽게 돈 벌려거든 우리나라를 떠나라". 이러한 외침은 필리핀 까비떼 수출자유지역에서, 멕시코 마낄라도라까지 한국 기업들이 있는 곳 어느 곳에서든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일어난 마산수출자유지역의 한국씨티즌 폐업 투쟁이나, 마산의 TC, 수미다 등의 싸움과 흡사한 양상들이 이들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지 경찰과 결탁해 노동운동에 앞장 선 사람들에 대해 해고하고 구속하고 체포하는 모습,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탄압하는 모습은 세계 수출자유지역의 일반적 현상이며, 70-80년대 한국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전근대적 노동통제 양식과 태도를 아직도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은 '비동시성의 동시성' 혹은 '21세기의 드라큐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보고가 바다 건너 이야기일 수만은 없는 것은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에 많은 초국적 자본이 진출했으며, 특히 경제자유구역법이 통과되면서 이에 대한 노동의 대응이 시급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3. 금융노조·한국비정규노동센터,『금융산업 비정규직노동자 실태와 조직화방안』, (2003.11.)


금융산업의 종사자 수는 97년 말 317,613명에서 2001년 말, 218,726명으로 31%가 감소되었고, 2002년 12월에서 2003년 6월까지 불과 6개월 사이에 정규직은 4.6%(4,586명)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은 22.1%(7,395명)나 증가했다. 이러한 금융산업 구조조정 과정에 대해 노동조합은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만을 조직대상으로 한 활동을 벌여나갔으나, 각 금융기관과의 '비정규직 비율 제한' 합의조항은 점차 무력화되어 갔다.


금융노조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금융산업 비정규직노동자 실태와 조직화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 보고서에는 비정규직 확대의 배경, 은행산업 구조조정 과정과 목표, 방식, 내부재편, 노동시장 이중화 전략, 금융노조 비정규 규모, 심층 실태 조사,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 원칙, 조직화와 차별해소를 위한 과제, 비정규직 조직화 전략, 비정규직 관련 단체교섭 및 투쟁 방향, 비정규직 설문 조사 등 매우 세밀한 연구가 이루어져 있다.


12월 2일, 금융노조는 지부대표자회의를 통해 비정규직 특별지부와 기존의 지부 내 비정규직조합원 조직을(통합지부) 동시에  받기로 결의했다. 이러한 사업추진 방향은 위의 보고서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결과물이다.


<자료출처>


1. 민주노총,『동남아 노동운동 정세보고서』, 2003.11.
출처:
http://www.nodong.org 자료실에 일부 업로드.
2. 국제민주연대,『해외한국기업 인권현황백서』, 2003.10.
출처:
http://www.khis.or.kr
3. 금융노조·한국비정규노동센터,『금융산업 비정규직노동자 실태와 조직화방안』, 2003.11.
출처:
http://211.58.254.162/kfiunion/index.htm [비정규마당]

<2003. 12. 16>


자본과 정권의 거센 노동탄압에 맞선 잇단 자결과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둔 시점에, 서울에서는 아시아노조 연대회의가 11월 5일부터 3일 간 열렸다. 이 행사에 참여한 10개국 24명의 아시아 노동지도자들은 행사 마지막날이었던 7일, 노동탄압을 중단할 것을 한국정부에게 촉구했다. 한국의 노동운동이 아시아 노동지도자들을 초청해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러한 행사를 기획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동남아 노동운동 정세보고서』가 있었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 소홀했던 동남아시아 노동운동을 단지 '소개'하기 위한 목표만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이후 민주노총이 아시아지역의 '어떤' 노조들과 '연대'를 형성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가라는 실천적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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