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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교양있는 문화인-_-이 됩시다

4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8/25
    커피와 담배 (Coffee and Cigarettes, 2003)(5)
    레니
  2. 2006/08/16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6)
    레니
  3. 2006/07/26
    린다 린다 린다(リンダリンダリンダ, 2005)
    레니
  4. 2005/10/16
    PIFF 2005(2)
    레니
  5. 2005/10/02
    광명음악밸리축제(8)
    레니
  6. 2005/09/22
    조지 오웰, <1984>(8)
    레니
  7. 2005/09/13
    Kent, <Du & Jag Doden>
    레니
  8. 2005/08/16
    신카이 마코토,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
    레니
  9. 2005/08/15
    SICAF 2005(2)
    레니
  10. 2005/07/24
    리얼판타스틱영화제 #2(3)
    레니

커피와 담배 (Coffee and Cigarettes, 2003)

로베르토 베니니(Roberto Benigni)가 손을 덜덜 떨며 커피를 마시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커피와 담배>는 웰빙 열풍과 히스테리컬한 금연 이데올로기에 밀려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커피애호가, 애연가들에게 무척이나 공감가는 영화일 것이다. <커피와 담배>는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흑백 화면으로 담은 11편의 옴니버스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지루한 일상의 한 단편을 담은 영화라는 점에서 홍상수의 영화와 일맥상통하지만, 홍상수의 리얼리즘에 비해 <커피와 담배>는 보다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아마 그것은 작품의 소재이자 곧 제목이 되는 커피와 담배 덕분일 것이다. 카페인과 니코틴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할 테지만, 커피와 담배는 평밤한 기호 식품들과 질적으로 다르다. 커피와 담배는 혼자 즐길 때는 휴식을 의미하며 같이 즐길 때는 소통을 의미한다. 늦은 밤 공부/일하다가 머리 식힐 겸 나와 피우는 담배, 비오는 창 밖을 바라보며 혼자 마시는 카푸치노는 더블초컬릿무스케익보다 달콤한 휴식을 가져다 준다. 이와 달리 여러 사람과 어울려 마시는 커피와 담배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서로를 연결해 주는 고리가 되며, 대화/수다를 활발하게 해 주는 촉매가 된다.

역시나 이야기가 커피와 담배 예찬론으로 흐르는 느낌인데-_- 각설하고 영화로 돌아가면, <커피와 담배>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특이한 소재와 더불어 화려한-_-? 출연진이다. 누구나 알만한 로베르토 베니니를 비롯해 빌 머레이(Bill Murray), 스티브 부세미(Steve Buscemi),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알프레드 몰리나(Alfred Molina), 스티브 쿠건(Steve Coogan) 등 어디선가 많이 봤던 배우들, 그리고 이기 팝(Iggy Pop), 우탕 클랜(Wu-Tang Clan)의 RZA, GZA 등 뮤지션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건강을 위하여 카페인/니코틴을 배격하는 분들도 이들이 스스로의 이미지를 적절히 패러디하여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수다떠는 위트 넘치는 모습에 충분한 재미를 느낄 것이다.

<커피와 담배>는 <천국보다 낯선>에서 유니크한 영상미를 보여주었던 짐 자무쉬(Jim Jarmusch)가 감독하였다. 사실 짐 자무쉬의 영화는 <천국보다 낯선>과 <데드맨>밖에 못 봤지만, 상당히 난해하다는 느낌이 든 전작들에 비해 강한 개성의 소유자인 출연진들의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흑백 화면으로 잘 묶어 표현한 <커피와 담배>는 짐 자무쉬의 재치있는 또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커피와 담배>는 원래 TV 라이브쇼의 한 꼭지로 제작되었는데, 짐 자무쉬는 그 후에도 짬짬히 단편을 하나씩 찍어 2003년에 11편을 묶어 지금의 <커피와 담배>가 완성되었다 한다.

마지막으로 나 같은 커피 애호가와 니코틴 중독자들은 영화를 보러 들어가기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시기를 권한다. 90분이 넘는 상영 시간을 금단증상 없이 버틸 수 있을만큼 충분한 니코틴과 카페인을 반드시 미리 섭취해 두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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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6)

주의 : 스포일러입니다-_-

 

가면 쓴 기괴한 남자의 뒷모습이 인쇄된 포스터도 인상적이지만, <브이 포 벤데타>는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각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뭔가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개봉일이 회사 프로젝트 기간과 완벽하게 겹치는 바람에 비록 극장 관람은 놓쳤지만, DVD 예약 주문까지 해가며 <브이 포 벤데타>를 보려 했던 것은 이런 막연한 기대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한다.

 

<매트릭스>는 화려한 와이어 액션과 플로-모Flow-Mo 같은 첨단 촬영기법으로 주목받았지만, 오히려 나는 <매트릭스>가 철학적, 정치적인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지배하는 자는 정치세력/군대 같이 눈에 보이는 힘에 의지하는 것도 아니고(알튀세르적 의미에서, 억압적 국가장치), 제도/교육 같은 시스템에 의지하는 것도 아니라(이데올리기적 국가장치), 아예 의식 저 편에 존재하여 매트릭스 안의 세계 자체가 우리를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발상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그래서 워쇼스키 형제가 각색하고 <매트릭스>의 조감독이었던 제임스 맥티그가 감독한 <브이 포 벤데타>에 쏠린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때는 2040년, 그러나 조지 오웰의 <1984년>의 사회와 비슷하다. 전체주의 정당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조작된 언론과 비밀경찰, 집단 수용소에 의해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영화는 17세기의 화약음모사건으로 시작한다.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 V는 가이 포크스와 여러모로 동일시되는데, 그는 형사재판소 폭파를 시작으로 하여 의사당 폭파를 마지막으로 혁명을 완수한다. 그 와중에 V는 체제를 지지하는 인사들을 암살하고 방송국을 통해 메시지를 뿌리고 대중들을 선동하는 등 "나홀로 혁명"을 진행하는데, 참으로 고맙게도 대중들은 V의 메시지를 완전하게 이해하여 V의 마지막 불꽃놀이를 같이 구경함으로써 혁명에 동참한다-_-;;;

 

<매트릭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인 스미스 요원이 연기한 V는 공적으로는 정치적 테러리스트, 사적으로는 복수에 불타는 로맨티스트로 그려진다. 휴고 위빙은 매력적인 혁명가의 캐릭터를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잘 연기해 냈다. 그러나 이에 비해 V의 파트너가 되는 이비(나탈리 포트만)의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이비는 V가 만든 지하 감옥에서 깨달음-_-을 얻고 사회의 모순에 맞설 용기를 얻게 되는데, 유감스럽게도 혁명의 한 축을 맡기보다 V의 내면적인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기차의 레버를 당기는 일 외에 이비가 혁명에 기여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V의 혁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V 혼자만의 북치고 장구치고였던 것이다.

영화의 원작인 앨런 무어와 데이빗 로이드의 만화는 반대처리즘적인 요소를 담고 있었다 한다. 그 시대의 영국에서 살지 않아서 확신할 수 없지만, 노동자의 파업을 주먹으로 때려잡던 대처리즘과 영화 속의 촌스러운 전체주의는 왠지 일맥상통하는 느낌이다. 군사정권 아래의 한국이었으면 그런 분위기가 와 닿았겠지만, 매트릭스의 세련된 통제 시스템을 보다가 이 영화의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시스템을 보니 별로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또한 신비로운 카리스마에 귀족적 분위기, 뛰어난 계략과 단칼에 적을 그어버리는 냉철함, 게다가 검술 실력-_-까지, 가슴에 S마크가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완벽한 혁명 지도자 V는 "역시 DC 코믹스!"라는 찬사를 충분히 받을만 하다.

물론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는 재치와 갖가지 메타포들은 영화를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끌어준다. 하지만 원작의 원죄인지, 아니면 워쇼스키 형제의 영웅적인 혁명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브이 포 벤데타>는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 차라리 V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몬테크리스토 백작>처럼 V가 철저하게 개인의 복수를 달성하려는 인물이었다면 좀 더 괜찮은 영화가 되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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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린다 린다(リンダリンダリンダ, 2005)

작년에 열렸던 10회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의 표구하기 전쟁을 치른 기억 중에 "린다린다린다"가 있었다. 이 영화는 당시 보려고 했던 리스트의 1순위에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배두나가 출연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막강한 인기를 자랑하며 조기매진사태를 빚었는데, 표를 교환하는 게시판에서도 그 인기를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리스트에 있던 영화들 입장권을 구하는 것만도 벅찼기 때문에 <린다린다린다>는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았는데, 배두나의 네임밸류 때문이라도 반드시 개봉하리라는 예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예상이 맞아떨어져 몇 달 전에 <린다린다린다>가 개봉했다. CQN이라는 명동의 생소한 극장에서 단관 개봉했었는데, 지금 나다에서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나 보다.

 

영화의 내용은 그닥 새로울 것이 없다. 세 줄 요약-_-하면,

1. 시바사키 고등학교의 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 중이던 밴드가 보컬인 린코와 키보디스트 케이(카시이 유우)의 대립, 그리고 기타리스트인 모에(유카와 시오네)의 부상으로 인해 해산 위기에 몰린다.

2. 결국 린코는 밴드를 탈퇴하고 밴드는 새로운 보컬을 찾게 되었는데, 우연히 지나가던 한국인 유학생 송(배두나)이 보컬로 발탁되고 케이가 기타를 맡으면서 새로운 밴드의 라인업이 구성되어 피나는 연습에 들어간다.

3. 우여곡절 끝에 밴드는 공연에 성공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 신선한 스토리도 아니고 수려한 미장센도 아닌, 바로 리얼함이다. 있을만한 캐릭터와 있을만한 사건들로 구성되어, 전혀 새롭지는 않지만 밴드를 꾸리고 합주를 하고 공연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사실감있게 전달하고 있다. 등장인물들  역시 비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없이 명랑하고 낙천적인 <스윙걸즈>의 캐릭터들과 비교된다. 봉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어리버리한 배두나의 캐릭터도 나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냉정하고 침착한 밴드의 실세-_-? 역할을 한 베이시스트 노조미 역할을 한 세키네 시오리의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참, 배두나를 제외하고는 거의 얼굴이 익지 않았던 등장인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드러머 교코 역의 마에다 아키인 듯 하다. <배틀 로얄> 등에 출연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소재나 개봉시기, 일본 영화라는 점 때문에 여러가지로 <스윙걸즈>와 비교된다. 전반적인 평은 <스윙걸즈>의 발랄한 코미디<린다린다린다>의 진지함으로 대비되는데, 어느 영화가 더 마음에 드느냐는 어떠한 분위기를 더 좋아하느냐와 일맥상통할 수 있겠다. 그래도 난 개인적으로 밴드에 대한 어려움과 리얼한 공연 장면 등을 보여준 <린다린다린다>에 더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아아~"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깐.ㅎㅎ

 


 


배두나가 멋대로 붙인 밴드이름, "파란마음-_-"
♪ パランマウム(파란마음) - リンダリンダ ♪

 

이건 "린다린다"의 원곡
♪ Blue Heart - リンダリン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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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2005

9일-10일 이틀동안 부산에 다녀왔다. 이틀동안 힘들게 예매한 네 편의 영화를 봤는데, 하나같이 맘에 들어서 다행이삼^_^

 

어느덧 10회째가 되는 메이저 영화제이지만 실제로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선호하는 소규모의 아담한 영화제와는 달리 사람많고 혼잡하고 매우 요란했지만, 그만큼 좋은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었고 볼거리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이미 인터넷 예매를 통해 표를 구하려했을 땐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상당수의 인기작들이 다 매진되어버려서 대략 난감했었다. 하지만 취소된 표를 근근히 구하여 볼 영화들을 대략 리스트업 하는데 성공했다. 감독, 영화 내용, 시간 등의 까다로운-_- 조건들을 통과한 작품들은...두둥 ( -_-);;; 개막작이었던 허우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 영국영화특별전에 출품된 피터 그리너웨이의 <털시 루퍼 스토리>, 볼 타이밍을 놓쳐 안타까워했었던 박찬욱의 <친절한 금자씨>, 그리고 같이 갔던 친구가 좋아하는 프랑수아 오종의 <5X2> 등이다.

 

허우샤오시엔의 전작들을 보진 못했으나 대사가 적고 정적인 대신 감정 묘사에 뛰어나단 얘기를 들었다. <쓰리 타임즈>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고,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은 수작이었다. 대만의 1910년대, 1960년대, 2000년대의 세 시대에 걸친 사랑 이야기를 장첸과 서기를 통해 보여준다. 대만의 역사를 잘 몰라서 시대적인 맥락까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각 시대의 대만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남녀의 모습 역시 훌륭하게 보여준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시대에 따른 사랑의 방식을 <쓰리 타임즈>를 통해 말하려했던 것 같다.

 

<쓰리 타임즈>, 2000년대의 사랑 이야기 중 한 장면.

 

피터 그리너웨이의 작품은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을 본 게 전부다. 미술전공자답게 미적인 화면을 보여주지만, 너무나 (정말 너무나) 색다른 방식의 스토리 텔링 방식과 편집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부산에서 만난 <털시 루퍼 스토리>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미적으로 훌륭한 화면과 비논리적인 스토리 전개, 그리고 관객들을 우롱하는 결말-_-까지 정말 그리너웨이다운 영화였다. <털시 루퍼 스토리>는 원래 3부작으로 나왔는데 이번에 한 편으로 편집해서 선보였다고 한다. 그나마 이번 편집본이 이해하지 쉽다고는 하는데...

 

<털시 루퍼 스토리>, 92개의 가방 중 68번째 가방이다=_=

 

(<친절한 금자씨>는 DVD 발매가 되면 한 번 더 보고 쓰는 게 나을 것 같고...)

 

프랑수아 오종은 내게 낯선 감독이다. 프랑스의 유망한 감독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고 하는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하나도 모르는 나로서는 일단 접해 보고서야 이 사람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5X2>는 올해 노벨 문학상을 거머쥔 헤럴드 핀터의 연극 <배신>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우연히도 얼마 전에 핀터페스티벌에서 <배신>을 봤다는;;;) 한 남녀가 이별에 이르는 과정을 시간의 거슬러 올라가며 보여준다. 사실 이 한 작품으로 프랑수아 오종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느끼진 못하겠지만, 몇 개 안되는 컷과 90분이라는 짧은 런타임을 통해 전체적인 이야기를 펼쳐가는 재능이 뛰어난 것 같았다. 이번 PIFF의 소득 중 하나였던 것 같음^_^

 

<5X2>, 무슨 장면이었더라...-_-

 

전반적으로 정말 즐거웠던 이틀이었다. 다만 1박 2일의 짧은 기간 동안 4편의 영화를 보느라 부산을 즐길 여유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던 점이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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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음악밸리축제

 정말 간만에 일하러 사무실에 나갔다가

우연히 참세상 기자 자리에 있던 광명음악밸리축제 팜플렛을 봤다.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을 못 가게 되어서 맘상해있다가

팜플렛에 소개된 뮤지션들을 보고 눈이 번쩍했는데

조동익, 이병우, 장필순, 이상은, 델리, 허클베리핀, 스웨터 등도 있고

연영석, 노찾사, 꽃다지, 안치환 등의 민중가요 세션도 있다.

(게다가 공짜+_+다)

 

하필 부산영화제 기간과 겹쳐서 갈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금요일 공연 정도라도 볼 수 있음 좋을텐데.

 

다만 주최가 광명시-_-;;;라는 점과(시장 인사말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공연장소가 시민운동장-_-;;;이라는 점이

일말의 불안감을 안겨준다고나 할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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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1984>

감시사회를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인용되는 <1984>를 최근에야 읽게 되었다.(생각해보면 이런 책들이 무지 많지 않은가. 인용된 회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원전은 읽기 싫어진다.) "빅브라더"는 각종 글이며 매체에 등장하는 일반명사이며, <1984>의 감시/통제 시스템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트루먼쇼> 등 수많은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다. 어쩌면 <1984>의 디스토피아는 미디어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CCTV, 도청, 네트워크 감시 등을 통해 이미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1984>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에는 이러한 감시사회의 모습이 큰 이슈가 되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감시사회에 대한 논의가 일반화된 요즘 이 책을 읽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과거"의 의미에 대한 해석 방식이었다.

 

소설에서는 세 개의 초강대국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유라시아, 동아시아, 그리고 소설의 무대가 되는 런던이 속한 오세아니아가 그들인데, 이들은 모두 전체주의 국가들로 언제나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전체주의 국가의 지배방식을 거부하고 프롤라타리아 혁명을 주장하는 반체제 단체 "형제단"을 대표하는 골드슈타인의 저작에 따르면, 이 세 초강대국은 대중들을 국가에 헌신적으로 몰입시키기 위해 언제나 전시상태를 유지한다고 한다. 실제로 대규모의 전투는 벌어지지 않고 국경 근처의 국지전만이 벌어지고 있지만, 전쟁의 승리를 보도하고 광적인 애국집회를 열고 스파이단 같은 애국적인 자치단체들의 활동을 통해 국가에 대한 충성을 보장받는다는 것이다.

 

오세아니아에는 세 개의 정부기관이 있다. 그들은 계획경제를 총괄하는 풍요부, 대중을 감시하고 사상을 통제하는 애정부, 그리고 현재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역사를 날조해내는 진리부인데, 주인공인 윈스턴은 진리부에 근무하면서 누군가가 숙청되면 과거의 신문, 서적 등의 모든 문헌에서 그 사람의 자취를 없애버린다던지, 풍요부에서 계획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배급을 줄인다는 발표를 하면 과거의 발표 기록을 수정한다던지, 또는 빅브라더의 예언이 사실과 달랐을 경우 과거의 발언 기록을 바꾼다던지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진리부의 활동은 매우 인상적이다. <1984>의 오세아니아에서 "과거"는 더 이상 "이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니다. 국가의 판단에 따라 과거의 기록은 일괄적이면서 체계적으로 변조되고 가공된다. 또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과거의 사실들은 "이중사고"라는 정신훈련을 통해 왜곡되고 잊혀진다. 영화 <메멘토>에서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라고 하지만, 기록과 기억을 동시에 왜곡시키는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과거란 의미없는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로 상충되는 단어들을 대비시켜놓은 진리부의 모토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전체주의 국가가 시스템을 유지하는 방법은 모순적인 것 같으면서도 가장 확실한 대중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책 말미에 왠지 익숙한 문장이 나온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바로 RATM의 "Testify"에 나오는 말이었다-_-

 

ps. <1984>에 대한 레퍼런스를 찾아보려고 구글을 뒤져봤는데,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는 얘기지만) <1984>는 정보사회의 감시와 통제를 이야기할 때 많이 인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파들 역시 이 텍스트를 많이 인용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이 머리나쁜 인간들은 <1984>가 스탈린주의 체제의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비판으로만 보고 얼씨구나 한 것으로 짐작된다. <1984>가 분명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조지 오웰이 지향했던 사회는 머리나쁜 우파들이 생각하는 사회와는 다르다고 보여진다.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경력이 있으며 민주적인 사회주의를 지향했다. CRM이나 RFID를 통한 소비자 행동 분석은 대기업 말고는 누가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나...

 


♪ Rage Against The Machine - Testify ♪



Testify

Rage Against The Machine

 

The movie ran through me
The Glamour subdue me
The tabloid untie me
Im empty please fill me
Mister anchor assure me
That Baghdad is burning
Your voice it is so soothing
That cunning mantra of killing
I need you my witness
To dress this up so bloodless
To numb me and purge me now
Of thoughts of blaming you
Yes the car is our wheelchair
My witness your coughing
Oily silence mocks the legless
Boys who travel now in coffins

On the corner (corner)
The jurys sleepless (sleepless)
We found your weakness (weakness)
And its right outside your door

Now testify
Now testify
Its right outside your door
Now testify
Yes testify
Its right outside your door

With precision you feed me
My witness Im hungry
Your temple it calms me
So I can carry on
My slaving, sweating,
The skin right off my bones
On a bed of fire Im choking
On the smoke that fills my home
The wrecking ball is rushing
Witness your blushing
The pipeline is gushing
While here we lie in tombs

While on the corner (corner)
The jurys sleepless (sleepless)
We found your weakness (weakness)
And its right outside your door

Now testify
Yeah testify
Its right outside your door
Now Testify
Now Testify
And its right outside your door

Mass graves for the pump and the price is set, and the price is set
Mass graves for the pump and the price is set, and the price is set
Mass graves for the pump and the price is set, and the price is set
Mass graves for the pump and the price is set, and the price is set

Who controls the past now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now controls the past
Who controls the past now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now?

Now Testify
Testify
Its right outside your door
Now Testify
Testify
Its right outside your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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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t, <Du & Jag Doden>

 

 

스웨덴의 모던락 그룹 Kent의 신작.

(이미 사슴벌레님이 언급했었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보다는

좀 더 경쾌하고 빠른 느낌.

전작들과 스타일상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한 번 들어보면 "Kent"구나 싶을 정도로

이미 이들의 음악은 자기 색깔을 분명하게 가진 듯 하다.

참, 앨범 제목에서 "Doden"의 "o"는 "ö"랍니다;;;

 

 


♪ Kent - 400 slag ♪

 


♪ Kent - Palace & M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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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SICAF 2005의 장편 경쟁부문 출품작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미 올해 5월에 DVD로는 출시가 되었었더군-_-

 

SICAF의 인기가 대단한 것인지, 이 작품을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예매 상황을 살펴보니 모든 회가 이미 매진이었다.(대부분의 장편 경쟁부문 작품들이 매진이긴 했지만) 그러나 노력하는 자에게는 결실이 있는 법. 3일 동안의 F5 신공...-_-으로 인터넷 예매 종료 15분 전에 결국 성공했다-_-v (정말이지 못 보는 줄 알았다니깐)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사유리가 열차에서 내린 후 철도를 따라 걷는 장면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보았고, <별의 목소리>는 아직 못 봤다. <그녀와...>는 5분 가량의 짧은 단편이고 흑백 화면에다 캐릭터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 작품이라 신카이 마코토의 내공을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었다. 소문에 의하면-_- <별의 목소리> 역시 25분 가량의 단편이라고 했으니 사실상 장편은 <구름의 저편...>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탑을 배경으로 얘기하고 있는 사유리

 

처음 시작하면 일단 화려한 배경에 놀라게 된다. 탄성이 나올 정도로 배경이 세밀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캐릭터 얼굴의 엉성함(...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얼굴 모양)에 비해, 배경이나 인체 비례, 색조 등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약간 오바해서 스토리 하나도 없이 배경만 본다고 하더라도 괜찮을 정도로 이 사람, 그림 잘 그린다.( -_-)-b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히로키와 타쿠야가 비밀 창고에서 뱅기를 만들고 있다.

 

<그녀와...>를 보고 나서 생긴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신카이 마코토가 왠지 메카닉을 잘 못 그릴 것 같단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웬 걸. <별의 목소리>에서도 좋은 메카닉 디자인이 나온다고 들었지만, <구름의 저편...>에 나오는 메카닉들은 대단하다. 히로키와 타쿠야가 만드는 뱅기인 "벨라실러"의 독창적인 디자인 하며, 아마도 (밀리터리에는 관심이 없어서-_- 어떤 기종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를 모델로 그린 것이 분명한 전투기들과 함정들은, 신카이 마코토가 캐릭터 얼굴 빼고는-_- 못 그리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듯 했다.ㅋ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대충 그려도 고양이처럼 생겼다.ㅎㅎ

 

<그녀와...>를 볼 때 음향이 상당히 좋았다. 컷의 전환을 자연스레 도와주면서 은근히 깔리는 매력적인 음향은 <구름의 저편...>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러고 보니 <구름의 저편...>에서도 고양이가 한 마리 나오는데, 위의 고양이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생겼다.ㅋ

 

<별의 목소리>

도입부의 멋진 배경이다.

 

<별의 목소리>도 그렇다고 하지만. <구름의 저편...>도 그리움과 고독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1/3 쯤만 보면 전체적인 스토리는 짐작 가능하지만, 일단 그림이 좋기 때문에 별로 지루하지 않고 연출도 나쁘지 않다. 신카이 마코토는 그림과 더불어 동작을 표현하는 기술이 대단한 것 같다. 아무리 잘만든 애니라 해도 뛰는 모습같이 비선형적인 동작은 뭔가 어색한 작품들이 많은데, <구름의 저편...>에서는 모든 동작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맘에 들었다.

 

<그녀와...>와 <별의 목소리>는 거의 신카이 마코토 한 사람이 다 만들었다고 하는데, <구름의 저편...>은 장편이라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있었다.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유심히 봤는데, 그럼에도 제작, 작화, 색채, 음향, 작사까지...신카이 마코토가 끼지 않은 부분이 거의 없더군-_- 정말 대단한 인간이다.


...얼굴만 잘 그렸으면 정말 좋았을텐데.ㅎㅎㅎ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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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AF 2005

SICAF 2005 갔다.

 

신카이 마코토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를 봤는데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표를 구한 덕분인지 너무 재미있었음=_=

이 사람 정말이지 그림 너무 잘 그린다.

감상평은 내일-_-

 

다음은 전시관 사진 몇 장.

 

서울문화사 부스 안에 있던 "친절한 윙크씨".ㅋㅋㅋ

천원의 압박에 잠시 망설였음.

 

아마 대원 부스에 있던 BL들(이라고 jineeya가 설명해 줌-_-)

"19세 미만 판매불가"가 인상적 ( -_-)-b

 

아아 이 캐릭터. 이름은 모르겠지만 너무너무 갖고 싶었음=_=

몰래 들고올 껄 그랬나;;;

 

코엑스가 원래 좀 그렇긴 하지만

전시장이 너무 넓은 데 비해 부스가 산만해서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가 아팠다.

판매 부스는 왜이리 많은 것이야. 값도 결코 싸지도 않으면서;;;

"저항만화전"은 볼 만 했음. 이두호 스페셜-_-하고.

 

그래도 역시

휴일의 코엑스몰은 갈 만한 곳이 못 되는 듯-_-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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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판타스틱영화제 #2

토요일에 리얼판타가 막을 내렸다. 예전같았으면 pifan을 침흘리며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리얼판타라는 대안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번 리얼판타에서는 모두 네 편의 영화를 봤는데, 이전에 소개한 <느린남자>와 지난 일요일에 본 <토레볼리노스73>, 금요일에 상영한 , 그리고 마지막날에 본 <오존 호텔에서의 8월말>이다.

 

<토레볼리노스73>은 백과사전 외판원에서 졸지에 영화감독이 된 사람의 이야기이다. 유럽 각국의 성생활에 대한 자료 수집이라는 명목으로 카메라를 반강제적으로 잡게 되었다가, 서서히 카메라와 연출에 재미를 붙이면서 "토레볼리노스73"이라는 장편영화까지 만들게 되는 알프레도의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노출이 꽤 심한 편이라 보는 도중에 약간 민망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잘 짜여진 스토리와 연출이 매우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근데 같이 본 사람의 이야기에 따르면 주인공인 알프레도로 나온 배우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에도 나온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영화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_-

 

 

은 스페인 이비자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테크노클럽 DJ인 프랭키가 어느날 청력을 잃고 나락에 굴러떨어졌다가, 청각장애인이면서 입술 모양을 읽어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을 가르치는 여성을 만나 음악을 눈으로 읽는 방법을 깨우치고-_- 재기에 성공한다는 약간 흔한 스토리이다. <토레볼리노스>가 어둡고 역설적인 유머를 구사한다면, <피트 통>은 보다 미국적인 유머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신나는 테크노 리듬과 함께 레이브파티의 흥겨운 장면들을 매우 잘 편집했다. 그 날 관객들의 호응을 봤을 때 대단히 성공적이었는데, 결국 관객 투표에 의해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불행하게도 나와 달군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투표를 하진 못했지만, 폐막작으로 선정된 덕분에 덜 미안해졌다.ㅋ)

 

<오존 호텔에서의 8월말>은 "동구권 SF 영화 특별전" 프로그램의 하나로 상영된 영화이다. 얀 슈미트라는 체코 감독에 의해 1966년에 제작된 영화이다. 핵전쟁 이후 황폐해진 지구에서 여성들로만 구성된 그룹이 떠돌다가 한 남자가 살고 있는 오존호텔에 도착하며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섬뜩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며 영화에 나오는 여성들은 상당히 무섭다=_= SF 영화인 것은 분명한데, 전혀 미래스럽지가 않고 오히려 원시스러운 느낌이 강한 영화...라고 같이 간 사람은 논평했다.ㅎㅎ

 

 

 

영화제 마지막 날에는 의례 그렇듯이 행사 기념품을 싸게 팔길래, 기념으로 버튼과 스티커를 샀다. 날은 너무 더워 녹아버릴 것 같았지만 그래도 찾아간 보람이 있었던 것 같은.ㅋ 내년을 기약해 봐야겠당^_^;;;

 

관련링크

얼음곤냥이님, http://blog.jinbo.net/icecat/?pid=57

lunamoth님, http://lunamoth.biz/index.php?pl=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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