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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9/01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5)
    레니
  2. 2007/09/27
    원스 (Once, 2006)
    레니
  3. 2007/08/10
    디워 (D War, 2007)
    레니
  4. 2006/08/25
    커피와 담배 (Coffee and Cigarettes, 2003)(5)
    레니
  5. 2006/08/16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6)
    레니
  6. 2006/07/26
    린다 린다 린다(リンダリンダリンダ, 2005)
    레니
  7. 2005/10/16
    PIFF 2005(2)
    레니
  8. 2005/07/24
    리얼판타스틱영화제 #2(3)
    레니
  9. 2005/07/17
    리얼판타스틱영화제(9)
    레니
  10. 2005/05/25
    <예스맨>과 <뉴 엘도라도>(4)
    레니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다크 나이트>...
개봉하기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불러 일으키더니 아니나다를까 미쿡에서 흥행 돌풍을 몰고 왔는데.
(흥행 수입 역대 2위 - 1위는 <타이타닉>)
한국에선 음습한 분위기 때문인지 배트맨 브랜드가 별로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쿡보다는 그 열기가 좀 덜한 감이 있긴 하다.

개인적으로도 "배트맨? 훗-_-" 하는 생각도 있었고
미쿡애들이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에 별로 믿음이 가지 않기도 해서
(얘들은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같은 영화도 흥행작으로 만들어 주지 않는가)
<다크 나이트>를 그다지 기대하고 본 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다크 나이트>는 DC코믹스의 원작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수퍼히어로 영화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다. (기존엔 <스파이더맨 2>)

<괴물>의 경우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일단 단상만 몇 개 적어본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이므로 알아서 봐 주시길)

1. <다크 나이트>를 보기 전에 들은 얘기로는,
수퍼히어로물의 특징인 히어로(선) vs 악당(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요즘엔 선악의 모호한 경계 같은 주제마저도 진부해 진 경향이 있어 이런 내용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근데 실제로 <다크 나이트>를 보면 배트맨이 착한 놈 맞고, 조커가 나쁜 놈 맞다.
특히 (이미 고인이 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단지 "나쁜 놈"이라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그는 자신의 말처럼 "혼돈Chaos" 그 자체이며 아무 이유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해 불가능한 악당이다.
여기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히스 레저에 대해 첨언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2. 선 vs 악이라는 구도를 진부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하비 덴트, 즉 투페이스다.
히스 레저에 의해 투페이스라는 캐릭터가 좀 죽는 듯 해서 아쉽지만,
<다크 나이트>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바로 투페이스다.
배트맨-투페이스-조커는 각자 다른 캐릭터에게 영향을 주면서 영향을 받는다.
하비 덴트는 조커의 등장으로 인해 고담 시티를 지키는 백기사로 부상했지만,
조커의 계략과 배트맨이 자신의 정의를 행한 결과로 인해 투페이스라는 악당으로 변모한다.
조커는 "넌 나를 완전케 한다You complete me"라는 자신의 말처럼 배트맨이 존재로 인해 더욱 완전한 악당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배트맨은 이들과의 싸움을 통해 스스로의 사명을 규정하게 되고,
결말부의 자신의 말처럼 영웅으로 죽는 것보다 악당으로 살아남기를 선택하게 된다.
투페이스를 만든 것이 조커와 배트맨이고, 조커를 완전체로 만든 것이 배트맨이라면,
이들로 인해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이 아닌 배트맨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3.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조커가 실험한 "죄수의 딜레마"다.
시민들이 타고 있는 배(A)와 죄수들이 타고 있는 배(B)에 각각 폭탄을 실어놓고 서로 상대방의 폭탄을 터뜨릴 스위치를 준다.
지정된 시간까지 어느쪽에서도 폭발이 일어나지 않으면 조커는 두 배 모두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한다.
이것은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응용한 것이다.

A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3가지 가능성이 발생한다.
 - B에서 먼저 스위치를 누르고 A에서 스위치를 누르지 않는다. - A 사망, B 생존
 - B에서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A에서 먼저 스위치를 누른다. - A 생존, B 사망
 - B에서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A에서도 스위치를 누르지 않는다. - A, B 모두 사망 (조커에 의해)

A의 입장에선 B가 스위치를 누르건 누르지 않건 관계없이 스위치를 눌러야만 생존할 수 있다.
이것은 B도 마찬가지여서 A의 선택과 관계없이 먼저 스위치를 눌러야만 생존 가능하다.
결국 둘 다 스위치를 누르게 되면 양 쪽 모두 파멸하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핵무기 폐기 협상이 잘 되지 않는 이유도 이와 동일한 딜레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인지, 결과적으로 두 배 모두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고
배트맨이 그 전에 조커를 찾아내 스위치를 무력화시켜 승객들을 구하게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스위치를 누르지 않게 된 과정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탄 배에서는 투표까지 한 끝에 죄수들의 배를 폭파시키도록 결과가 나왔지만,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하면서 결국 스위치를 누르지 못했다.
이는 투표라는 익명성의 행위와 스위치를 누른다는 공개된 행위의 차이가 가져오는 결과인 듯 하다.
하지만 죄수들의 배에서는 간수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죄수의 리더가 나서서
"당신들이 하지 못한 것을 내가 해 주겠다"며 스위치를 뺏아 바다에 던져버린다.
자신이 살기 위해 (범법자들이 탄 배이긴 하지만) 상대를 죽이려고 한 시민들의 투표 결과와 (민주주의적 방식)
리더의 독단적이지만 생명을 건 인간적인 결정이 (권위주의적 방식)
일종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듯 하다.

4. 여하튼 <다크 나이트>는 수퍼히어로 영화지만 묘하게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것이 <스파이더맨> 같이 수퍼히어로의 고뇌가 아니라,
수퍼히어로와 악당들의 싸움에 말려드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뇌라는 점에 있어서 더욱 특이하다.
당분간은 <다크 나이트>가 최고의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데 있어 이견이 없을 듯 하다.

PS 1. 크리스토퍼 놀란은 <메멘토> 이후 지지부진하다가 드디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데 성공한 듯 하다.
그렇다면 나이트샤말란에게도 희망이 있단 말인가? ㅎㅎ

PS 2. 신혼여행으로 홍콩에 갔을 때, 길거리에 웬 사람들이 떼거리로 몰려있고 교통 통제하는 장면을 보고 그냥 지나친 적이 있다.
다음날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서 크리스찬 베일과 모건 프리만이 <배트맨> 시리즈 촬영을 했다는 기사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 1면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젠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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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Once, 2006)

지하철을 타고 가려는데 마침 갖고 있던 책을 다 읽어버린 경우는 MP3 플레이어의 배터리가 나간 경우보다 난감하다. 이런 경우 가장 만만한 해결책은 영화 잡지를 사는 것이다-물론 운 좋게도 눈길을 끄는 기사가 타이틀로 나왔을 때의 얘기지만. 결국 <원스>를 보게 된 것은 이렇게 산 <씨네21>에서 강렬한 낚시 기사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스>는 뮤지컬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음악과 음악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노래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군무가 시작되며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뮤지컬 영화들과는 달리 <원스>는 매우 사실적인 뮤지컬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들은 단 1곡을 제외하고 현장에서 녹음된 버전이며, 주인공 남녀인 글렌 한사드Glen Hansard와 마르게타 이글로바Markéta Irglová는 실제 뮤지션들이다. 글렌 한사드는 "더 프레임스The Frames"라는 밴드의 리더이며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한사드와 같이 앨범을 냈었다. 또한 <원스>의 감독인 존 카니John Carney 역시 "더 프레임스"의 베이시스트였던 경력이 있다.

<원스>에서 대단한 드라마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한사드와 이글로바, 그리고 데모 앨범 작업을 같이 하는 밴드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환상적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로 활기넘치지만 뭔가 우충충해 보이는 더블린의 거리와 대대로 내려온 듯한 오래된 가게들, 다들 한 음악하는 파티 참가자들, 가난한 이민자들, 그리고 마치 한국의 동해안 같은 바다는, 음악으로 교감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이 전해질 듯 전해지지 않는 주인공 남녀와 매우 잘 어울린다.


 

사실 <원스>는 글로 설명하려면 그닥 할 말이 많지 않은 영화다. 어쨌든 한 번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한 번 "들어야"인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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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 (D War, 2007)

솔직히 <디워> 관련 뉴스가 릴리즈 될 때만 해도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선전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용가리>를 제작할 때도 신지식인이니 뭐니 하며 떠받들다가, 영화의 대실패 이후 사기꾼 취급을 당하던 심형래 감독이기에, <디워> 역시 개봉 시기가 2006년에서 계속 연기될 때마다 전작의 케이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디워>는 개봉했고 예상과 달리 여름 극장가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흥행 면에서 볼 때는 <디워>가 <괴물>의 기록을 깨네마네 하는 형국이지만, <디워>는 <괴물>과 본질적으로 다른 영화다. 물론 특수효과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총제작비 <괴물> 약 100억원, <디워> 최대 700억원 - <디워>의 제작비는 아직 논란의 대상이 다) 한국산(産) 블록버스터를 표방했다는 점, 그리고 영화 그 자체와는 무관하게 논쟁을 생산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두 영화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괴물>은 (봉감독의 말에 따라) 순수오락영화로 볼 수도 있지만 (평론가들의 말에 따라) 사회풍자영화로 읽을 수도 있는 반면, <디워>는 오락영화에 애국주의가 결합된 매우 감정적인 영화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격렬한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어제 방송된 "100분 토론"에 의해 이 논쟁은 한층 과열됐 다. <디워>는 솔직히 신선한 논쟁꺼리를 제공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애국주의 마케팅"이라는 종교논쟁적인 논점으로 인해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 같다. 뭐 여기선 "애국주의 마케팅"은 일단 스킵하고 영화 자체에 대한 단상만을 정리해 보자.

1. <디워>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든 재미없게 본 사람이든,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웬만하면 수긍할 수 있는 사실이 두 개 있다. "특수효과 지대로 썼다"와 "스토리 디게 엉성하다"라는 점이다.
  일단 특수효과부터 얘기하면, 개인적으로는 <디워>의 특수효과는 대단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특수효과, 그 중에서도 CG는 3D모델링을 얼마나 잘 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아니다. 아무리 3D모델링을 잘 해서 사람과 똑같이 생긴 캐릭터를 만든다 해도, 실사와 CG가 잘 융합되지 않으면(흔히 말하는 "CG가 뜨면") 특수효과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괴물>의 특수효과가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동적인 괴물의 움직임이 한강과 원효대교와 잘 맞물려 돌아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디워>의 CG장면에서의 카메라워크 또한 훌륭하다. 조선시대 장면에서 "부라퀴" 군단이 마을을 공격하는 장면에서 "부라퀴" 병사들 사이로 지나가는 카메라워크는 CG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고, CG의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아파치 헬기의 체인건 사격에 나즈굴 비슷하게 생긴 새에 총알이 박히는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 등, 디테일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디워>의 CG는 높게 평가받을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2. 그리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한 것이 바로 스토리다. <디워>는 단지 시나리오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 그 자체가 엉성하기 짝이 없는 것이 문제다. 심형래 감독에게 엄청난 반전이나 미려한 미장센을 바라는 게 아니다. 단지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만 해 준다면 만족스러울텐데, 스토리 전개의 호흡 조절(초반은 너무 느리고 후반은 너무 빠르다), 뜬금없는 장면전환(부라퀴의 출현으로 차가 꽉막힌 LA에서 순식간에 교외로 탈출, 지구가 아닌 듯한 마지막 장면), 하도 어색해서 민망할 정도인 배우들의 연기(특히 많이 나오는 얘기지만 조선시대 배우들의 연기), 동서양이 짬뽕된 어이없는 설정(조선 병사들과 오크 군단의 대결이라-_-)  등 <디워>는 도저히 몰입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영화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가 이렇게 흥행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영화 자체의 평론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3. 애국주의 외에 <디워>의 흥행을 도와주는 요소가 또 있는데, 바로 심형래 감독의 외길 인생 스토리다. 일본애들이 좋아하는 근성(곤조)을 한국인들도 좋아라 하는 것 같은데(김성모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이 황우석 사건과 마찬가지로 열성적인 지지자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심형래 감독과 황우석 박사의 사례는 매우 유사한 점이 많고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디워>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나오는 심형래 감독의 인생 스토리는, 비충무로 개그맨 출신인 심형래 감독이 영화판에서 느낀 설움의 토로이고, 영웅대접을 받다가 사기꾼으로 전락했던 과거에 대한 서운함이면서, 이젠 정말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었다는 자신감의 표출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심형래 감독의 이런 인생역정이 꽤 매력적인 스토리이긴 하지만, 아직 그런 영상을 자신있게 보여주기엔 영화 감독으로서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현존하는 영화 감독 중 누구보다 대중과 가까이 있었던 심형래 감독이기에 그런 식의 접근이 가능하리라 생각은 되지만, <우뢰매> 성인판 같은 <디워>의 완성도로 봐서 그 영상은 어쨌든 마케팅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디워>와 연관된 애국주의와 논란은 기회가 되면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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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Coffee and Cigarettes, 2003)

로베르토 베니니(Roberto Benigni)가 손을 덜덜 떨며 커피를 마시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커피와 담배>는 웰빙 열풍과 히스테리컬한 금연 이데올로기에 밀려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커피애호가, 애연가들에게 무척이나 공감가는 영화일 것이다. <커피와 담배>는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흑백 화면으로 담은 11편의 옴니버스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지루한 일상의 한 단편을 담은 영화라는 점에서 홍상수의 영화와 일맥상통하지만, 홍상수의 리얼리즘에 비해 <커피와 담배>는 보다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아마 그것은 작품의 소재이자 곧 제목이 되는 커피와 담배 덕분일 것이다. 카페인과 니코틴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할 테지만, 커피와 담배는 평밤한 기호 식품들과 질적으로 다르다. 커피와 담배는 혼자 즐길 때는 휴식을 의미하며 같이 즐길 때는 소통을 의미한다. 늦은 밤 공부/일하다가 머리 식힐 겸 나와 피우는 담배, 비오는 창 밖을 바라보며 혼자 마시는 카푸치노는 더블초컬릿무스케익보다 달콤한 휴식을 가져다 준다. 이와 달리 여러 사람과 어울려 마시는 커피와 담배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서로를 연결해 주는 고리가 되며, 대화/수다를 활발하게 해 주는 촉매가 된다.

역시나 이야기가 커피와 담배 예찬론으로 흐르는 느낌인데-_- 각설하고 영화로 돌아가면, <커피와 담배>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특이한 소재와 더불어 화려한-_-? 출연진이다. 누구나 알만한 로베르토 베니니를 비롯해 빌 머레이(Bill Murray), 스티브 부세미(Steve Buscemi),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알프레드 몰리나(Alfred Molina), 스티브 쿠건(Steve Coogan) 등 어디선가 많이 봤던 배우들, 그리고 이기 팝(Iggy Pop), 우탕 클랜(Wu-Tang Clan)의 RZA, GZA 등 뮤지션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건강을 위하여 카페인/니코틴을 배격하는 분들도 이들이 스스로의 이미지를 적절히 패러디하여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수다떠는 위트 넘치는 모습에 충분한 재미를 느낄 것이다.

<커피와 담배>는 <천국보다 낯선>에서 유니크한 영상미를 보여주었던 짐 자무쉬(Jim Jarmusch)가 감독하였다. 사실 짐 자무쉬의 영화는 <천국보다 낯선>과 <데드맨>밖에 못 봤지만, 상당히 난해하다는 느낌이 든 전작들에 비해 강한 개성의 소유자인 출연진들의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흑백 화면으로 잘 묶어 표현한 <커피와 담배>는 짐 자무쉬의 재치있는 또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커피와 담배>는 원래 TV 라이브쇼의 한 꼭지로 제작되었는데, 짐 자무쉬는 그 후에도 짬짬히 단편을 하나씩 찍어 2003년에 11편을 묶어 지금의 <커피와 담배>가 완성되었다 한다.

마지막으로 나 같은 커피 애호가와 니코틴 중독자들은 영화를 보러 들어가기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시기를 권한다. 90분이 넘는 상영 시간을 금단증상 없이 버틸 수 있을만큼 충분한 니코틴과 카페인을 반드시 미리 섭취해 두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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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6)

주의 : 스포일러입니다-_-

 

가면 쓴 기괴한 남자의 뒷모습이 인쇄된 포스터도 인상적이지만, <브이 포 벤데타>는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각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뭔가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개봉일이 회사 프로젝트 기간과 완벽하게 겹치는 바람에 비록 극장 관람은 놓쳤지만, DVD 예약 주문까지 해가며 <브이 포 벤데타>를 보려 했던 것은 이런 막연한 기대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한다.

 

<매트릭스>는 화려한 와이어 액션과 플로-모Flow-Mo 같은 첨단 촬영기법으로 주목받았지만, 오히려 나는 <매트릭스>가 철학적, 정치적인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지배하는 자는 정치세력/군대 같이 눈에 보이는 힘에 의지하는 것도 아니고(알튀세르적 의미에서, 억압적 국가장치), 제도/교육 같은 시스템에 의지하는 것도 아니라(이데올리기적 국가장치), 아예 의식 저 편에 존재하여 매트릭스 안의 세계 자체가 우리를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발상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그래서 워쇼스키 형제가 각색하고 <매트릭스>의 조감독이었던 제임스 맥티그가 감독한 <브이 포 벤데타>에 쏠린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때는 2040년, 그러나 조지 오웰의 <1984년>의 사회와 비슷하다. 전체주의 정당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조작된 언론과 비밀경찰, 집단 수용소에 의해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영화는 17세기의 화약음모사건으로 시작한다.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 V는 가이 포크스와 여러모로 동일시되는데, 그는 형사재판소 폭파를 시작으로 하여 의사당 폭파를 마지막으로 혁명을 완수한다. 그 와중에 V는 체제를 지지하는 인사들을 암살하고 방송국을 통해 메시지를 뿌리고 대중들을 선동하는 등 "나홀로 혁명"을 진행하는데, 참으로 고맙게도 대중들은 V의 메시지를 완전하게 이해하여 V의 마지막 불꽃놀이를 같이 구경함으로써 혁명에 동참한다-_-;;;

 

<매트릭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인 스미스 요원이 연기한 V는 공적으로는 정치적 테러리스트, 사적으로는 복수에 불타는 로맨티스트로 그려진다. 휴고 위빙은 매력적인 혁명가의 캐릭터를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잘 연기해 냈다. 그러나 이에 비해 V의 파트너가 되는 이비(나탈리 포트만)의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이비는 V가 만든 지하 감옥에서 깨달음-_-을 얻고 사회의 모순에 맞설 용기를 얻게 되는데, 유감스럽게도 혁명의 한 축을 맡기보다 V의 내면적인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기차의 레버를 당기는 일 외에 이비가 혁명에 기여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V의 혁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V 혼자만의 북치고 장구치고였던 것이다.

영화의 원작인 앨런 무어와 데이빗 로이드의 만화는 반대처리즘적인 요소를 담고 있었다 한다. 그 시대의 영국에서 살지 않아서 확신할 수 없지만, 노동자의 파업을 주먹으로 때려잡던 대처리즘과 영화 속의 촌스러운 전체주의는 왠지 일맥상통하는 느낌이다. 군사정권 아래의 한국이었으면 그런 분위기가 와 닿았겠지만, 매트릭스의 세련된 통제 시스템을 보다가 이 영화의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시스템을 보니 별로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또한 신비로운 카리스마에 귀족적 분위기, 뛰어난 계략과 단칼에 적을 그어버리는 냉철함, 게다가 검술 실력-_-까지, 가슴에 S마크가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완벽한 혁명 지도자 V는 "역시 DC 코믹스!"라는 찬사를 충분히 받을만 하다.

물론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는 재치와 갖가지 메타포들은 영화를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끌어준다. 하지만 원작의 원죄인지, 아니면 워쇼스키 형제의 영웅적인 혁명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브이 포 벤데타>는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 차라리 V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몬테크리스토 백작>처럼 V가 철저하게 개인의 복수를 달성하려는 인물이었다면 좀 더 괜찮은 영화가 되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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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린다 린다(リンダリンダリンダ, 2005)

작년에 열렸던 10회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의 표구하기 전쟁을 치른 기억 중에 "린다린다린다"가 있었다. 이 영화는 당시 보려고 했던 리스트의 1순위에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배두나가 출연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막강한 인기를 자랑하며 조기매진사태를 빚었는데, 표를 교환하는 게시판에서도 그 인기를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리스트에 있던 영화들 입장권을 구하는 것만도 벅찼기 때문에 <린다린다린다>는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았는데, 배두나의 네임밸류 때문이라도 반드시 개봉하리라는 예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예상이 맞아떨어져 몇 달 전에 <린다린다린다>가 개봉했다. CQN이라는 명동의 생소한 극장에서 단관 개봉했었는데, 지금 나다에서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나 보다.

 

영화의 내용은 그닥 새로울 것이 없다. 세 줄 요약-_-하면,

1. 시바사키 고등학교의 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 중이던 밴드가 보컬인 린코와 키보디스트 케이(카시이 유우)의 대립, 그리고 기타리스트인 모에(유카와 시오네)의 부상으로 인해 해산 위기에 몰린다.

2. 결국 린코는 밴드를 탈퇴하고 밴드는 새로운 보컬을 찾게 되었는데, 우연히 지나가던 한국인 유학생 송(배두나)이 보컬로 발탁되고 케이가 기타를 맡으면서 새로운 밴드의 라인업이 구성되어 피나는 연습에 들어간다.

3. 우여곡절 끝에 밴드는 공연에 성공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 신선한 스토리도 아니고 수려한 미장센도 아닌, 바로 리얼함이다. 있을만한 캐릭터와 있을만한 사건들로 구성되어, 전혀 새롭지는 않지만 밴드를 꾸리고 합주를 하고 공연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사실감있게 전달하고 있다. 등장인물들  역시 비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없이 명랑하고 낙천적인 <스윙걸즈>의 캐릭터들과 비교된다. 봉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어리버리한 배두나의 캐릭터도 나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냉정하고 침착한 밴드의 실세-_-? 역할을 한 베이시스트 노조미 역할을 한 세키네 시오리의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참, 배두나를 제외하고는 거의 얼굴이 익지 않았던 등장인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드러머 교코 역의 마에다 아키인 듯 하다. <배틀 로얄> 등에 출연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소재나 개봉시기, 일본 영화라는 점 때문에 여러가지로 <스윙걸즈>와 비교된다. 전반적인 평은 <스윙걸즈>의 발랄한 코미디<린다린다린다>의 진지함으로 대비되는데, 어느 영화가 더 마음에 드느냐는 어떠한 분위기를 더 좋아하느냐와 일맥상통할 수 있겠다. 그래도 난 개인적으로 밴드에 대한 어려움과 리얼한 공연 장면 등을 보여준 <린다린다린다>에 더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린다린다~ 린다린다린다아아~"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깐.ㅎㅎ

 


 


배두나가 멋대로 붙인 밴드이름, "파란마음-_-"
♪ パランマウム(파란마음) - リンダリンダ ♪

 

이건 "린다린다"의 원곡
♪ Blue Heart - リンダリン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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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2005

9일-10일 이틀동안 부산에 다녀왔다. 이틀동안 힘들게 예매한 네 편의 영화를 봤는데, 하나같이 맘에 들어서 다행이삼^_^

 

어느덧 10회째가 되는 메이저 영화제이지만 실제로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선호하는 소규모의 아담한 영화제와는 달리 사람많고 혼잡하고 매우 요란했지만, 그만큼 좋은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었고 볼거리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이미 인터넷 예매를 통해 표를 구하려했을 땐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상당수의 인기작들이 다 매진되어버려서 대략 난감했었다. 하지만 취소된 표를 근근히 구하여 볼 영화들을 대략 리스트업 하는데 성공했다. 감독, 영화 내용, 시간 등의 까다로운-_- 조건들을 통과한 작품들은...두둥 ( -_-);;; 개막작이었던 허우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 영국영화특별전에 출품된 피터 그리너웨이의 <털시 루퍼 스토리>, 볼 타이밍을 놓쳐 안타까워했었던 박찬욱의 <친절한 금자씨>, 그리고 같이 갔던 친구가 좋아하는 프랑수아 오종의 <5X2> 등이다.

 

허우샤오시엔의 전작들을 보진 못했으나 대사가 적고 정적인 대신 감정 묘사에 뛰어나단 얘기를 들었다. <쓰리 타임즈>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고,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은 수작이었다. 대만의 1910년대, 1960년대, 2000년대의 세 시대에 걸친 사랑 이야기를 장첸과 서기를 통해 보여준다. 대만의 역사를 잘 몰라서 시대적인 맥락까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각 시대의 대만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남녀의 모습 역시 훌륭하게 보여준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시대에 따른 사랑의 방식을 <쓰리 타임즈>를 통해 말하려했던 것 같다.

 

<쓰리 타임즈>, 2000년대의 사랑 이야기 중 한 장면.

 

피터 그리너웨이의 작품은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을 본 게 전부다. 미술전공자답게 미적인 화면을 보여주지만, 너무나 (정말 너무나) 색다른 방식의 스토리 텔링 방식과 편집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부산에서 만난 <털시 루퍼 스토리>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미적으로 훌륭한 화면과 비논리적인 스토리 전개, 그리고 관객들을 우롱하는 결말-_-까지 정말 그리너웨이다운 영화였다. <털시 루퍼 스토리>는 원래 3부작으로 나왔는데 이번에 한 편으로 편집해서 선보였다고 한다. 그나마 이번 편집본이 이해하지 쉽다고는 하는데...

 

<털시 루퍼 스토리>, 92개의 가방 중 68번째 가방이다=_=

 

(<친절한 금자씨>는 DVD 발매가 되면 한 번 더 보고 쓰는 게 나을 것 같고...)

 

프랑수아 오종은 내게 낯선 감독이다. 프랑스의 유망한 감독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고 하는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하나도 모르는 나로서는 일단 접해 보고서야 이 사람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5X2>는 올해 노벨 문학상을 거머쥔 헤럴드 핀터의 연극 <배신>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우연히도 얼마 전에 핀터페스티벌에서 <배신>을 봤다는;;;) 한 남녀가 이별에 이르는 과정을 시간의 거슬러 올라가며 보여준다. 사실 이 한 작품으로 프랑수아 오종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느끼진 못하겠지만, 몇 개 안되는 컷과 90분이라는 짧은 런타임을 통해 전체적인 이야기를 펼쳐가는 재능이 뛰어난 것 같았다. 이번 PIFF의 소득 중 하나였던 것 같음^_^

 

<5X2>, 무슨 장면이었더라...-_-

 

전반적으로 정말 즐거웠던 이틀이었다. 다만 1박 2일의 짧은 기간 동안 4편의 영화를 보느라 부산을 즐길 여유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던 점이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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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판타스틱영화제 #2

토요일에 리얼판타가 막을 내렸다. 예전같았으면 pifan을 침흘리며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리얼판타라는 대안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번 리얼판타에서는 모두 네 편의 영화를 봤는데, 이전에 소개한 <느린남자>와 지난 일요일에 본 <토레볼리노스73>, 금요일에 상영한 , 그리고 마지막날에 본 <오존 호텔에서의 8월말>이다.

 

<토레볼리노스73>은 백과사전 외판원에서 졸지에 영화감독이 된 사람의 이야기이다. 유럽 각국의 성생활에 대한 자료 수집이라는 명목으로 카메라를 반강제적으로 잡게 되었다가, 서서히 카메라와 연출에 재미를 붙이면서 "토레볼리노스73"이라는 장편영화까지 만들게 되는 알프레도의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노출이 꽤 심한 편이라 보는 도중에 약간 민망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잘 짜여진 스토리와 연출이 매우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근데 같이 본 사람의 이야기에 따르면 주인공인 알프레도로 나온 배우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에도 나온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영화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_-

 

 

은 스페인 이비자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테크노클럽 DJ인 프랭키가 어느날 청력을 잃고 나락에 굴러떨어졌다가, 청각장애인이면서 입술 모양을 읽어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을 가르치는 여성을 만나 음악을 눈으로 읽는 방법을 깨우치고-_- 재기에 성공한다는 약간 흔한 스토리이다. <토레볼리노스>가 어둡고 역설적인 유머를 구사한다면, <피트 통>은 보다 미국적인 유머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신나는 테크노 리듬과 함께 레이브파티의 흥겨운 장면들을 매우 잘 편집했다. 그 날 관객들의 호응을 봤을 때 대단히 성공적이었는데, 결국 관객 투표에 의해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불행하게도 나와 달군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투표를 하진 못했지만, 폐막작으로 선정된 덕분에 덜 미안해졌다.ㅋ)

 

<오존 호텔에서의 8월말>은 "동구권 SF 영화 특별전" 프로그램의 하나로 상영된 영화이다. 얀 슈미트라는 체코 감독에 의해 1966년에 제작된 영화이다. 핵전쟁 이후 황폐해진 지구에서 여성들로만 구성된 그룹이 떠돌다가 한 남자가 살고 있는 오존호텔에 도착하며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섬뜩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며 영화에 나오는 여성들은 상당히 무섭다=_= SF 영화인 것은 분명한데, 전혀 미래스럽지가 않고 오히려 원시스러운 느낌이 강한 영화...라고 같이 간 사람은 논평했다.ㅎㅎ

 

 

 

영화제 마지막 날에는 의례 그렇듯이 행사 기념품을 싸게 팔길래, 기념으로 버튼과 스티커를 샀다. 날은 너무 더워 녹아버릴 것 같았지만 그래도 찾아간 보람이 있었던 것 같은.ㅋ 내년을 기약해 봐야겠당^_^;;;

 

관련링크

얼음곤냥이님, http://blog.jinbo.net/icecat/?pid=57

lunamoth님, http://lunamoth.biz/index.php?pl=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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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판타스틱영화제

 

리얼판타스틱영화제가 진행 중이다. 원래는 휴가라도 내어 부천영화제를 갈까 했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어서 마침 거리도 가깝고 리얼판타의 취지도 맘에 들어 이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6천원이란 가격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찾아가 볼 생각이다.

 

금요일에는 알엠님이 언급했던(#1, #2느린남자를 봤다. 일본 감독인 시바타 고의 작품으로 장애인 배우인 스미다 씨의 연기가 눈에 띄는 영화다.  하지만 연출이나 스토리 전개 방식 자체는 크게 뛰어나다고 하기 힘들고, 영화 중반부가 늘어진다는 느낌이어서 약간 지루했다. 영화가 조금 짧았더라면 보다 박진감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MTV 스타일의 편집이나 뒤틀리게 하고 왜곡시킨 음향은 좋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World's End Girlfriend"가 맡은 음악인데, 엔딩부의 독창적인 연출과 함께 상당히 좋았었다. "World's End Girlfriend"는 일본 그룹으로 생각되는데, 기계적인 느낌의 샘플링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테크노풍의 음악을 영화에서 들려준다. 음악 때문에 5점 만점에 4점을 주고 나왔다.^_^;;;

이 영화에서는 장애인으로 태어난 스미다씨가 도우미라는 존재를 통해 비장애인들에게 느끼게 되는 극단적인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자칫 잘못 독해하면 장애인들에 대한 또다른 편견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감정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영화제에 오게 되면 일반적인 상업영화를 볼 때에 비해 보다 능동적인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영화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면서, 그리고 그것이 전혀 방해로 느껴지지 않고 같이 즐기게 되는 관객들과의 만남은 매우 즐겁다. 이런 재미가 있기에 영화제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볼 영화들도 매우 기대가 된다. :)

 

ps. 리얼판타도 그렇고 pifan도 그렇고, 영화제 홈피를 너무 잘 만들었다. 영상매체의 창조성이 이런 데에도 영향을 주는 것인지. 흠~

 

Offspring 스타일의 신나는 편곡~
♪ The Offspring - Video KIlled The Radio St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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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과 <뉴 엘도라도>

★ Dan Olman/Sarah Price/Chris Smith, 예스맨(The Yes Men), 2003

 

 

반세계화 운동가들의 활약상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다.

영화는 gatt.org라는 도메인을 가진 WTO 사이트와 똑같이 생긴 패러디 사이트부터 시작된다. (WTO 웹사이트와 비교해보면 정말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이 페이지 같은 내용이 들어있거나 다른 캠페인 사이트로의 링크들이 곳곳에 있다.) 이 사이트를 진짜 WTO 웹사이트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이들로부터 강연 등에 초청하는 메일을 받고 예스맨들은 WTO 관계자로 행세하며 WTO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 보이려 한다.

핀란드에서 열린 섬유산업관련 세미나에서 예스맨은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양복 아래 입고가서 세미나 도중에 이를 청중에게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한다.(바로 위 사진 오른쪽의 복장이다) 그 복장은 남성 성기 모양을 한 노동자 감시 기구가 달린 것인데, 사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지만 친절하게도 이들은 마초적인 폭력성을 자본의 폭력성에 비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단 설명을 장황하게 곁들여준다.

예스맨들이 미국의 한 대학, 호주 등 전세계를 돌면서 WTO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계속 하다가 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 과정 자체는 상당히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려져서 나오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 마지막에 찍혀 나오는 United Artists에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긴 했지만.ㅎㅎㅎ

반세계화 운동이 그 자체로 자발적인 연대와 자유로운 상상력을 기반하고 있어서 이런 활동이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로운 운동들은 대부분 제1세계 활동가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실제로 풍자 이상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역시 잘 모르겠다. 제3세계에서 저런 방식의 운동이 펼져지기 힘든 것은 그것이 자신의 현실이기 때문인 것인지.

 

인권영화제 홈피의 소개글

영화에서 한 번 들어와 보라고 소개한 theyesman.org

이 영화의 공식사이트인 것 같은데, 역시 MGM-UA다-_- 배급이란 문제에 있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 Tibor Kocsis, 뉴 엘도라도(New Eldorado), 2004

 

역사적으로 금광을 끼고 발전한 루마니아의 로지아 몬타나라는 마을의 이야기이다. "골드"라는 이름(이름도 참...)의 캐나다 회사의 대규모 개발이 시작되려 하면서, 마을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골드"에 맞서 싸우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개발에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모두의 인터뷰로 영화가 구성되는데,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의 이야기와 이제와서 어디로 가야겠냐고 말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재개발 지역에서 벌어지는 철거민들의 싸움과 (그만큼 처절하지는 않지만) 비슷하다. 자본의 물량 공세와 함께 공동체는 깨어지고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이해관계가 드러나고 외부에서 이들을 지원해주는 이들도 있다. 영화의 말미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이 프로젝트가 결국은 "골드"사의 뜻대로 진행되고 만 것이 아닌가 싶었다.

 

여기는 이웃 지역의 금광이다.
로지아 몬타나에 세워질 금광은 이것의 4배 규모라고 한다.

 

사실 혜리씨의 추천 중에 "아름다운 미장센"이란 말에 혹해서-_- 이 영화를 보러 간 것이었는데, 스크린에 나온 로지아 몬타나의 모습만 봐도 너무나 아름다운 곳임을 알 수 있다. 서양의 숲 하면 뾰족뾰족한 나무와 거친 산이 생각나는데, 이 곳은 그런 이미지와 다른 모습이었다. 음악도 상당히 맘에 들었는데, 루마니아 전통 악기를 사용한 전통 음악인지, 마치 아일랜드의 전통 노래처럼 애절한 느낌이 드는 음악이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던 듯.ㅎㅎ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정말이지 동유럽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사실만을 재확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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