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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그들만의 세계를 엿보다

남성, 그들만의 세계를 엿보다

 

한가위 관련한 가사노동사례들을 보다 나도 모르게 얼굴에서 웃음이 빙그레…
나이들수록 남성은 여성호르몬이, 여성에겐 남성호르몬의 분비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사님두분과 상품기획팀장과 술한잔 걸치던 날..
술을 마시게 된 계기는 상기팀과 울팀의 불미스런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소프트웨어그룹장이신 이이사님이 나와 상기팀장을 위한 화해?의 장을 마련한거였다.(고마워요~이사님~)
이유가 어쨌건 그 술자리는 나에게 그들만의 세계를 탐색할 수 있었던 아주아주 잼나는 기회였다. 이사님중 한분은 대학교수님이신데 일년동안의 안식년을 울회사에서 보내고 계신 아주 능력좋은? 교수님이셨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혼이었고 어쩌다 자신들의 결혼생활에 대한 토로로 대화의 주제가 번져가고 있었다. 교수님이 그러셨다. “내 이상형은 절대 지금의 마누라가 아니야!” 나이가 들수록 사모님은 드세지고 자신은 점점 여성화되고 있다고…자기는 여자갔다고…싸움은 언제나 자신의 패배로 돌아오고 2년동안 섹스한번 안하셨다고 조용히 말씀하신다…허? 내가 있다는걸 까먹으신건가? 아님 내가 넘 편하셨던걸까? 난 모른척하면서 속으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수야 없지..귀를 쫑긋하며 술잔을 들고 술만 마시는 척하고 있었다. ㅎㅎ
후회하고 계시다구..젊은 시절 구미공단의 연구소에서 일했고 아주 좋은 기회를 놓친걸 후회하신다..그게 뭐냐면..구미공단 여공(이 단어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식의 표현으로 얘기가진행된지라..흐흠..)중에는 아주 예쁘고 참한 여자들이 많았고 그들과의 섬씽도 가끔 있어서 맘만 먹으면 결혼까지 골인할 좋은 기회가 있었다구. 그 좋은 기회를 놓친걸 후회한다구..그게 무슨 소리냐면 여공은 대부분 고등학교 갓 졸업하구 사회로 진출한 10대후반의 꽃다운 청춘이었으며 얼굴들도 예쁘기 그지 없었고 그렇다면 대학졸업자이며 연구소직원인 자신과의 결혼은 신분상승의 기회를 얻는 것이고 그런 여성들은 자신을 하늘과 같이 떠받들어 줄꺼라는 환상을 갖고 계신 거였다. 쉰이 다 되어가시는 교수님의 여성에 대한 환상은 자신의 말을 신처럼 떠받들어 주고 자신에게 무조건 순종하는 여성이었던 거였다. 그런 여성이 있을까마는…그래서 교수님이 더 측은하게 보였다. 아직도 그런 허황한? 꿈을 꾸고 계시다니…정신차리세요! 한마디 던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도 고마웠다. 교수님이. 그런 얘기를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다는 것에….^^

사실 난 그 자리에서 몇마디도 못하고 듣기만 하는 처지였다.
왜냐…남성들은 얘기의 주제를 자신이 잡지 못하면 상대방에 뒤쳐진다는 이상한 대화의 권력욕?에 대한 강박이 존재하는지 사적인 자리에서도 어떻게든 상대방보다 더 많이 떠든다. 그렇지 않으면 팽당한다. 물론 모든 남성이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가끔은 여성 또한 비슷한 경우가 있지만 30년이상 남성과의 관계에서 느끼며 얻은 결론 하나가 있다면 바로 이거였다. 그래서 더더욱 남성들과의 자리에서는 의식적으로 대화의 주제를 이끌어가려 노력하거나 아님 어떻게든 대화에서 제외되지 않으려는 내 모습이 익숙하지 않을 떄가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상기팀장 왈 대뜸 “마르크스 이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오호라…회사동료들과의 마르크스론이라…혹시나 해서 질문 “지지정당은 어딤까?” “열우당이었는데 지금은 열우당보다 민주노동당이란다. 그래서 또 질문했지 “ 진성당원이시겠네요?” “아뇨! 당원은 아직…” 모 그러고는 또 떠든다. 남의 말은 별로 귀기울이지 않는다. 그가 하고자하는 핵심이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모 이런 식이다. 마르크스이론과 지지정당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져 그를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그에게 마르크스이론은 자신도 한때는 이런 공부했고 내가 이런 사람이다…과시하는 거다..그런 식으로 느껴졌다…그에게 사회과학 이론은 과시용이지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할 만한 이론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그런 인간 젤 싫어한다. 그냥 후까시잡느라 화려한 배경처럼 남들이 하는 거 다 해보고 싶은 모 그런 심보. 먹물들의 자기과시용 지식일 뿐 사회구조적 모순을 조금이나마 바꾸려는 의지는 별로 엄따. 나혼자 잘먹고 잘살면 되니까… 넘 부정적으로 그를 바라보는건지 몰라도 잠깐동안이나마 느껴지는 그의 모습은 그런거같다. 그런 인간 정말 싫어한다…지금은 회사에서 팀장에서 그룹장으로 승급했는데 목의 기부스가 장난아니라고 한다..크흐흐 어디가겠어…
여튼 그날은 최고였다. 교수님과 상기팀장은 주거니 받거니 둘만 떠든다. 가끔 그룹장이신 이이사님은 맞장구 쳐주고 대충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난 할말이 없다. 끼어들 분위기도 들수도 엄따. 왜? 내 얘긴 안들으니까..또 공감갈만한 주제가 별로 없어서였다. 그러니 그들의 주제에 끼어들지도 못하겠다. 그래서 소리쳤지. 그건 남성들의 역사임돠! 여성들에게는 기회도 없었어요~ 술취했었나보다…그 자리가 넘 갑갑하니까..나두 듣고만 있기에는 그 인간들이 정말 미웠으니까…지들이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자신들의 지식을 과시, 치장하냔 말야! 그게 잼있었던지 교수님이 꺼내든 주제가 여성들의 놀이문화와 소통방식에 대한 거였다.
여자들은 남편 회사 보내놓고 자신들만의 수다문화 또는 끼리문화가 있으니 나이들어서도 친구들과 만나 외롭지 않게 산단다. 그런데 중년의 남성은 회사나 경제활동을 그만두게 되면 그때부터 할일이 없어진단다. 하물며 친구들과 만나 산행을 해도 대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산을 오르기 전에서부터 내려오기까지 했던 대화내용이 딱 한마디란다. 아무말도 안하고 산을 다 내려와서는 “잘가라~” 허걱!
충격이었다. 사적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남성들의 비극이었다.
술자리에서 그렇게 많이 떠들어도 자신의 개인적 주제를 가지고 얘기는 거의 하지 못한다고…주로 역사나 사회, 정치, 경제가 주제다. 그건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과시용이다.
나누기 보다는 주로 자신의 견해만 얘기한다. 대화를 하고 있지만 나누기보다는 일방적 떠들기 이상 아니다…넘 심한가?…
40대이상의 중년남성들을 생각해보면 측은함이 보인다.
소외된건 여성이라는 생각만 하다 그들이 보이기 시작한건 최근 다닌 회사의 이이사님을 보면서 느낀거였다.
사오정이라는 사회현상이 보여주듯 그들은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사적관계에서도 팽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회사에서 팽당하지 않기 위해 엉덩이 붙이기도 힘들만큼 많은 일들을 소화해내는 그들에게 일없는 자신은 앙코없는 찐빵이 되는거다.
아침9시에 출근해서 밤12시이전에 가면 다행이고 새벽2시3시에 집으로 들어가는 그들은 일요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거의 회사에서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 스트레스는 약간의 취미생활에(경비행기 운전이 취미셨다..바쁘지 않을땐 한달에 두번정도는 비행하러 가신다고..), 술에, 노래방에, 가끔 단란주점에서 해결하고 아주아주 가끔 2차도 나간다고(요건 여자개발자들에게 살짝 들은 얘기)..
여튼 가족과의 관계라곤 있을 수가 없다. 제발 자식들과 일주일에 한시간만이라도 보내셔야 나이들어서 자식들에게 왕따당하지 않으십니다~라고 해봐야 방법을 모르셔서 못하시겠단다. 그럴맘이 별로 없다…그러다 나이들어 마누라에 자식에 퇴직금 던져주고 나면 힘없고 외로운 중년이 되어있을꺼라는 미래의 자신모습이 보이면서도…그들은 한국산업의 중추역할을 해왔지만 앞만 보고 달리다 어느날 달리기를 멈춤과 동시에 모~~든걸 멈추게 되는 외로운 runner처럼 보였다. 측은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작년 내내 해왔지만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모..좀 다른 얘기지만…화성남자 금성여자에는 잼나는 내용이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남녀 반응에 대한거다.
남성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간다. 여성이 왜 그러느냐 재촉하거나 들추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켜 더더욱 자신만의 동굴 깊숙이 빠져 든단다. 반면 여성은 나누기를 원한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나누고 공유하면서 차츰차츰 해결의 방향을 찾고 마음을 다독인단다.
재밌다.

아쉬운 건 남성들이 자신만의 세계에만 빠지지 말고 타인과 나누는걸 배워 좀더 풍성한 노후에 대비하는건 어떨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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