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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st, the Present, the Future_오노레 도미에


The Past, the Present, the Future

Daumier, Honore
Plate 349, La Caricature, no. 166, 9 January 1834
Lithograph on heavy white paper; first state of two
21.4 x 19.6 cm
Musee d'Art et d'Histoire, Saint-Denis

 

도미에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생긴건 몇년전 태권이를 통해서였다.

미학과 출신의 그친구는 지금 <십자군 이야기_김태 작>라는 역사풍자만화로

유명해진 놈이다.

한때는 둘이서 가을이면 왠만하다는 전시는 같이 나들이하여 그림에 대한 서로의

평을 나눠가며 즐길만큼 문화적 코드가 잘 맞는 친구중의 하나였다. 

여튼 시사만화에 뜻을 둔 그친구가 좋아하는 작가가 도미에였고 그 친구의 영향으로

소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오노레 도미에>를 통해 그의 풍자만화, 풍자화, 캐리커쳐,

판화 등을 좀더 심도있게 접하는 기회가 되었다.

시사만화하면 아직도 박재동이다.

박재동의 만화를 보기위해 한겨레를 구독한다던 친구도 있었을만큼 한때 박재동의

시사만화는 그 시대를 읽어내는 하나의 잣대가 될만큼 영향력이 대단했었지.

애니메이션으로 외도한 이후 여전히 날카로운 사회적 풍자와 비판의식은 남아있지만

매일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건 아쉬움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시가 압축된 언어의 예술이라고 한다면 시사만화는 만화의 시로 비견된다.

한컷의 이미지와 상징,은유로 함축된 텍스트는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읽어내는 잣대가 될 수 있다.

도미에는 판화로 유명하지만 19세기 정치와 생활풍자만화로도 유명한 작가이다.

위의 그림은 1834년에 제작된 석판화로 <과거-현재-미래>라는 제목으로

배모양 왕의 얼굴로 모든 변화를 표현한 것이었다.

탐욕스럽고 오만해보이는 왕의 캐리커쳐는 과거에는 부드러웠으나

현재는 권위주의적이고 미래는 더욱 굳어질 것이다라는 중의적 의미로

풍자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하다.

기회되면 좀 더 많은 캐리커쳐와 풍자화를 올려보겠다~

 

YES24 리뷰

오노레 도미에 : 만화의 아버지가 그린 근대의 풍경/박홍규/소나무출판사

 

이상구 flypaper@yes24.com

시사 만화가이자 사실주의 화가로도 유명한 오노레 도미에의 평전이 미술을 향한 저자의 세 번째 출구. 다소 낯설긴 하지만 사각의 컷에서 날카로운 필봉을 휘둘렀던 인간 도미에와 그가 만들어 냈던 근대 프랑스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오노레 도미에는 1808년 프랑스 남부의 마르세이유에서 태어나 1816년 파리로 온 후 1879년에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파리에서의 생활을 계속한다. 7월 혁명, 제2공화정, 파리꼬뮨 등 프랑스 근대사를 뒤흔들었던 격동의 세기를 한 몸으로 관통해 온 그에게 파리 부르조아의 흥청거림과 퇴폐적인 방탕함은 신문만평을 통한 날카로운 비수의 탄생을 짊어지게 한다.

19세기의 프랑스 작가 샹플뢰리는 "만화란 평소에는 고양이처럼 잠들었다가 아무리 작은 정치적 동요에도 반응하여 그 푸른 눈을 번쩍 뜬다"고 말했다. 일본 현대만화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데츠카 오사무는 "만화는 어디까지나 아이러니와 풍자, 경고, 비판이 없으면 안된다. 그것이 없는 것은 그냥 그림이지 만화가 아니다"라고 같은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도미에의 작품은 만화다운 만화, 만화의 본질에 충실한 본격 만화의 중심축에 위치한다. 19세기의 격동 속에 움츠린 수많은 고양이 중에서도 가장 멀리 튀고 예민하게 반응한 고양이였으며, 그림이 어떻게 만화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오자무의 견해와 일치한 활동성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도미에의 만화는 단순한 권력비판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주체. 도미에의 사각의 흰 종이에서 제 목소리를 냈던 주체는 지식인도, 현자도, 초인도 아닌 산업혁명과 더불어 시작된 자본주의의 온갖 모순을 몸으로 느끼며 고통받아야만 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서민들이 우리가 이 시대의 중심임을 외칠 수 있도록 프레임을 빌려 주었던 것이다.

'만화의 아버지가 그린 근대의 풍경'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오노레 도미에』는 도미에의 탄생에서부터 성장기인 10대를 제외하고 6개장으로 분할해, 20대부터 60대까지를 10년의 단위로 기술한다. 저자는 그 시대를 20대의 정치 풍자 만화, 30대의 풍속 풍자 만화, 40대의 혁명화, 50대의 민중화, 60대의 전쟁 풍자 만화로 구분한다. 시대적인 격변과 함께 반응하는 개인의 적나라한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저자는 책의 말미를 빌어 도미에 이전과 이후의 만화와 풍자화의 역사를 함께 살핀다. 도미에 이전은 <만화, 그 반역의 역사>라는 부제를 할당하고, 도미에 이후는 <위대한 만화가이자 공화주의자인 오노레도미에 잠들다>라는 다소 제의적인 경건함을 동원해 시사 풍자 만화의 아버지 오노레 도미에와 함께 한 역사를 서술한다.

"여러분이 보고 계신 이 책은 소위 전문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전문가를 위해 쓰지도 않았으며, 도미에가 자신의 만화를 민중을 위해 그렸듯이 나도 민중을 위해 이 책을 썼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도미에나 그 만화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은 일체 생략하고 아주 알기 쉽게 쓰고자 노력했다."

책을 엮는 이들의 대부분이 통과의례처럼 사용하는 눈높이 작업에 대한 발언이 거슬리지 않는 이유는 도미에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애정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즘을 배제하고 만화가로서 한 시대를 살아온 예술사의 증인으로서, 도미에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시도하고 있는 책. 제 눈으로 삶을 보지 못하는 수많은 보수와 진부한 권위를 향한 작지만 힘찬 발언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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