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알엠님의 [횡설수설 보충설명] 에 관련된 글입니다.

 

알엠님의 글을 읽고 여자들이 가진 불만을 어느 정도 이해 할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알엠님 처럼 밑줄을 그어가면서 일일이 반박할 마음도 없고, 또 그렇게 반박할만큼의 지적인 소양도 없기에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두어번 읽고 나서 또 결론을 간추려 보면,

1. 남자들의 바람.

2. 회사에서의 반항 또는 투쟁

3. 가정에서의 투쟁

이렇게 될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 세가지에 대해 제 맘대로 또 한번 정리해 볼게요.

 

1. 남자들의 바람.

 

저 결혼한지 올해로 17년째입니다. 그동안 아내는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두세번의 '바람'이 제게 왔지요. 그리고 그때마다 아내는 평소와 다르게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했어요, 집으로 전화가 와도(그 전에는 휴대폰이 없었으니까...) 자기가 받아야 된다고 했고, 밤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만나러 가도, '누굴 만나러 가냐?'고 물어 봤어요. 그즈음에는 제가 감정적으로 마음이 가는 여자친구들이 있었지요. 굳이 애인이라고 표현할수 있을런지, 아니면 바람이라고 표현할수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부부이기 때문에 관계를 정리하라 그러면, '감정적으로 마음이 가는 친구'가 생기면 당장 이혼해야 하나요? 그 관계를 정리해야 하나요?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좋아하기도 하고, 또 싫어지면 돌아서기도 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요? 이건 그야말로 국보법에서 얘기하는 양심의 자유일수도 있고, 사랑하는 감정은 자유롭게 표현될수도 있는 거죠.

그걸 어떻게 관계이기 때문에 정리해야 되요?

 

그리고, 설사 그 '감정적으로 마음이 가는 친구'와 육체적인 관계까지 맺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또 '부부'는 당장 정리해야 하는 건가요? 육체적인 관계도 몸이 원한다면 그대로 따라 가야 된다고 봐요. 다만 '서로가 원할때'라는 단서가 붙겠지요.

또 감정이 따라가지 않더라도 '육체적인 매력' 만 쫓아 가고 싶은 때도 있어요. 그럼 감정을 주지 않았으니까  '부부'관계는 유지해도 행복한 것인가요? 그도 잘 모르겠어요.

 

언젠가 서양(특히 유럽)에는 평생동안 섹스파트너가 평균 잡아서 남자는 30여명, 여자는 20여명이라는 보도를 봤어요, 미국도 별반 다르진 않더군요... 그럼 서양에서는 모두다 '관계'를 정리 못하고 있는 것인가요?

마음이 끌리는데로, 몸이 원하는 대로 왜 못간다는 것이죠?

'관계' 는 그저 관계일 뿐이죠. 평생동안 몸과 마음을 다바치는 '부부관계'도 있고, 몸만 가있는 부부관계도 있고, 몸도 마음도 못가는 부부관계도 있겠지만, 어느것도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간은 자유로와야 하거든요... 남자든, 여자든......

 

2. 회사에서의 반항 또는 투쟁

 

2년만에 회사에 다시 돌아왔어요. 지난주에 회사사람들 술자리에 갔지요. 지난 연말에 새로 채용되었다는 예쁘게 생긴 여직원이 술자리에 앉자 마자 한 일이 뭔지 아세요? 수저통 찾아서 모든 사람들에게 숟가락과 젓가락 챙겨서 다소곳하게 두손으로 받쳐서 전해 주는 거예요, 오늘도 회사 사람들과 술마셨는데 여전히 똑 같아요..

 

지난 번 첨 술마실때 그래서 뭐라 했는지 아세요?

"숟가락 젓가락 선배들 한테 챙겨줄 생각말고, 선배들 맘에 안드는거 들이 받아라!"

이렇게 얘기했어요, 근데 달라지지 않아요.

더구나 요즘에 들어서 젊은 사람들은 더 심해진거 같아요, 취직하기 어려운데, 저 높은 사람이, 힘 있는 사람이 '나를 뽑아 주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죠...

젊을수록, 패기있게 아닌건 아니다 라고 들이 받아야 한다는 거죠.

 

커피든, 담배든, 스스로 주위의 눈치를 보는 순간

그 '노예근성'을 벗어나지 못할거라 생각해요.

 

3. 가정에서의 투쟁.

 

남자들이 투쟁하지도 않고, 많은 권리를 누리고 있다는거 인정할수도 있어요. 현재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그런 거지요. 그렇지만 선사시대든 역사시대든 바르게 서술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고대에는 '모계사회'라고 하잖아요,(그런적 있었어요?)

당시에는 어머니가, 아내가 권력을 잡고 있었던 거잖아요.

 

그런데 왜 이즈음에 와서 남자들이 권력을 잡게 되었어요?

여성들이 너무 너그러워서 남자들에게 권력을 스스로 넘겨 준 것인가요?   
그건 아니죠, 그 동안에 남자들이 적과 싸우든, 내부의 동족과 싸우든, 아니면 옆에 있는 여자와 싸우든 하여튼 싸워서 지금까지는 이겨왔기 때문에 이런 불공평한 사회가 되었다고 산오리는 생각해요

산오리가 팔불출처럼 아내의 예를 잘 드는데....

우리 부부도 한때는 부모님 모시고 살았어요. 또 따로 나가서 살다가 먹고 살기 힘들어서 다시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서 살기도 했어요, 제가요, 6남매 중에 누님 한분 있고, 장남이에요, 그럼 아래로 동생 4명과 부모님과 동희 동명이와 한집에서 살았어요, 그럼 식구가 몇인가요? 기본이 10명은 되죠?

아내는 그 10명의 살림살이도 훌륭하게 해 냈어요. 얼마나 손이 크고 맏며느리 처럼 잘 했지요, 그래도 그렇게만 하고 있으면 부모든, 시누이와 시동생도 바라기만 하지, 형수나 올케언니에 대해 뭘 해줄까 고민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죠.

 

참다 못한 아내는 무조건 나가자고 개겼고, 산오리도 중간에서 불편하니까 돈 한 푼 없이 다시 나왔어요. 그리고 아내는 시댁에 대해서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어지간하면 가지도 않고, 명절에도 기본적으로 할일만 하고, 시댁에 무슨 일이 있어서 남편이 부모님한테 좀 가자 하면 '당신이나 갔다 오세요'하고 안갔어요. 그래서 정말이지 산오리는 이런 거 때문에 이혼하겠다고 했어요. 도대체 우리 부모님을 뭘로 보냐면서....

 

한데, 계속 아내가 개기니까(?) 결국은 아내의 뜻대로 대부분 정리되더라구요. 부모님도 아내를 인정하고, 산오리도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하고....

그래서 저는 여자도 '이혼할 각오로' 무엇이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신부님의 아내라고 신부님을 챙겨줄 필요는 없죠.

신부님은 신부님대로 일하시고, 영화를 만드시는 알엠님은 알엠님대로 살면 되죠...

신도들이 뭐라하든 그건 신경쓸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신도들은 신도일뿐이고(남편과 아는 사람들이고), 나는 나일뿐이죠.

 

그건 투쟁도 아니고, 내 맘의 자유일 뿐이죠.

내 맘의 자유는 누구도 침해하지 못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기 싫으면 그냥 남편과 자식들에게 뒷바라지 잘 하면서 살라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사는 동안에는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해야 일도 재밋고 본인도 스트레스 안받는 것이죠.

불만은 불만대로 있는데, 주위 눈치 땜에 속이 다 타는 것은 무조건 피하세요!!

 

 

아즈라엘 님이 제기하신 문제는 담에 또 얘기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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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31 22:29 2005/01/3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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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이렇게 솔직할데가...

    Tracked from 2005/02/01 00:44  delete

    * 이 글은 산오리님의 [바람... 그리고 투쟁!!!] 에 관련된 글입니다. 사실 이글의 포인트는 '솔직함'이라기 보다는 어떤 통쾌함이 더 어울릴만한 글이다. 머라고 한두마디 덧글을 다는것만으

  2. Subject: 뒷북- 산오리님의 글에 이의제기

    Tracked from 2005/02/13 09:55  delete

    * 이 글은 산오리님의 [바람... 그리고 투쟁!!!] 에 관련된 글입니다. 내가 진보넷 블로그 중에 자주 가는 곳은 알엠의 블로그밖에 없다. 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도 많지 않으며 나 또한 많은

  1. 개울 2005/01/31 23: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음, 이 글을 읽고 나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네요. (제가 요즘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어 짧게 할께요.)
    남자든 여자든, 인간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현 상황에서 누가 자유로운 상태에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단순히 "여성이 억압받고 있다"는 말은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성의 성과 남성의 성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규정되어 왔다고 생각해요. 창녀의 반대말은 남창이 아니라 불능이라죠..
    하려던 말이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2. rmlist 2005/01/31 23: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 글 때문에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기분나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저는 그냥...또 남편은 출장중이고.. 내 팔자는 왜 그런가..하는 생각이 강한 상태에서 글을 써서리 좀 공격적이었던 것같아요. 산오리님을 공격하고 싶었던건 아니고.. 산오리님께서 써주신 글은 잘 읽었고..우리 오빠가 타이르는 말처럼 들었어요.(우리 오빠가 항상 그렇게 말씀해주시거든요) 기분나쁘셨다면 사과드릴께요. 이해해주세요. ^^

  3. rivermi 2005/02/01 00: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분의 글을 보면서...
    여튼 기혼자 대단한거 같은데..모~~두분다 홧팅!

  4. kuffs 2005/02/01 01: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이야기에 공감한다. 어이쿠 혹시 내가 정신적 남자아닌가? 자기검열시작-> 수년전 비슷한 이야기를 달딸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는데 네가 잘나서 가능한 이야기를 일반적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나쁘다 뭐 이런 답변을 들었던 것 같다. 하여간 산오리의 이번 글은 평소 내가 느끼는 것들을 잘 표현해주었다.

  5. kuffs 2005/02/01 01: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단, 산오리의 1번글은 적어도 기회균등이 전제되어야 할 것 같다. 2번, 3번의 내용은 말이지요, 내가 실천해보니 정말 미칠 것 같더군요. 혹시 오랜시간 노예근성을 내면화시킨 척 하지 않고서는 생존자체가 불가능한 사람들한텐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 아닐까요? 전 말이지요, 투쟁할 수 있는 나 자신이 선택받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아, 그리고 오늘 소포받았어요. 학교가 아니라 병원으로 왔더군요. 감사드려요.

  6. 바다소녀 2005/02/01 03: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님이 나의 애인 혹은 나의 남편이 아닌것이 참 다행이야.. ㅋㅋ

  7. underground 2005/02/01 04: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거 죄송하다고 해야될까...아니 조금 감정을 추스릴수가...산오리님의 글을 읽으면서 상당히 불편해졌군요...물론 제가 살아온 인생도 짧고 그만큼 겪어온 경험도 매우..아주 적지만 제가 보기에는 위에 쓰신 글들은 대부분이 제 생각 또는 제 경험과는 다릅니다...물론 이것은 '정치적 올바름'이란 것을 떠나서 제가 느끼는 바를 말하는 것이죠....조만간에 글을 올릴께요

  8. azrael 2005/02/01 07: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1,3번은...제가 결혼을 경험해보지 않았으니...뭐...그냥 넘어가기로 하구요^^ 2번에 대해서...제 주변에도 그런거 잘 챙기는 여성들이 있답니다. 저는 주로 해주면 해주는 대로 가만히 있는 편인데...주변 남자들이 '너도 좀 배워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조금은 화가 나기도 하지요...게다가 대부분이 남성인 사업장에서 일하다 보니..식당가서 손하나 까딱않는 남자들을 보기도 하는데..그런때는 첨에는 아무 생각없이 제가 물따르고,국을 뒤적이고 하다가... 언젠가는 그런 행태에 매우 화가나서..'네 손은 처먹기만 하는 손이냐'하고 버럭 화를 낸적이 있답니다..ㅠ.ㅠ 그 뒤로는 다들 대충은 알아서 하더군요

  9. gribeun 2005/02/01 10:4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2번만. 저는 회사에서 일부러 가만히 있는 편이에요. 수저 다소곳이 놓은 거, 저도 예전에는 그랬는데 직장을 다니면서는 안 그래요. 어떻게 들이 받아야 할까요..? 그런 것에 너무 익숙해들 있는 사람들 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차 심부름도 그렇고 내가 여직원이기 때문에 당연시되는 일들을 시킬 땐, 일부터 못 들은 척 하는 게 다에요. 몇 번 불러도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대답 안하는 거요. 그럼 그냥 자기들이 다 하고, 나중에 회식 같은데서나 보통이 아니라는 둥.. 그러더라구요. ^^

  10. sanori 2005/02/01 14: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개울 /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요..ㅠ.ㅠ
    알엠 / 님의 글이 기분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정도로 공격이 되리라 생각하지도 않구요. 그냥 제 스타일(?)대로 열심히 토론하고 있는데...
    리버미 / 어려운 거 한번 해 보세요..ㅋㅋ
    뻐꾸기 / 생존자체가 불가능한데 무슨말을 하겠어요? 동의해요.
    바다소녀 / 저도 다행으로 생각해요..ㅋ

  11. sanori 2005/02/01 14: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언더 / 경험이, 느낌이, 생각이 다른게 정상이지요.. 기대할게요.
    아즈라엘 / 마음 내키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얼굴붉혀야 겠죠.
    그리븐/ 마저요, 이게 뭡니까? 남자들 나빠요^.^(블랑카)
    '보통이 아니라'구요... 그말이 더 웃기네요..ㅋㅋ

  12. 개울 2005/02/01 16: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에헤헤. ^^; 제 말은, 그냥 현상황에서 단순히 "우리 다 자유롭자"고 하면 기회 불균등이라는 결과가 오기 쉽다는 말이었어요.
    글구요, 어쨌든 "바람"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유지하려면 먼저 당사자간(부부, 애인 등)의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네요. 어느 한쪽의 인내가 아니라, 합의요~ 합의는 물론 기회균등과 상호 용인이 바탕이 되어야겠고요. 근데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그 "기회균등"이 어렵다는 게 문제죠.
    으, 아직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지... (나는 글을 왜 이렇게 쓰는 거야?!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고 있슴다. -_-;)

  13. 바다소녀 2005/02/01 17: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우~ 인기 짱 블로그!
    내가 몸짱에 앤 선물 사줄 돈도 좀 있고 그러면 바람핀다. 진짜.
    버뜨 능력은 아니되고..
    그저 좋아라하는 사람이 바람피는거나 봐야하는 신세. --;;;
    다른 글은 보이지도 않네.. ㅋㅋ

  14. sanori 2005/02/01 17: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개울님! '부부간에 합의하는 바람'(?)-진짜 재밋을 거 같은데요..ㅋㅋ

  15. sanori 2005/02/01 17: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다소녀 / 아가씨! 바람은 둘째고 애인 제대로 만들어서 결혼이라도 하고 바람좀 피우시죠..ㅎㅎ

  16. 나그네 2005/02/01 22: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진보네 블로그 들어왔다가 좀 생뚱맞게 늘어놓겠습니다^^ 수저놓는 것, 그거보고 정말 느낀거 많~~죠. 아줌마로서 산오리님 글에 많이 공감 가기도 하지만...
    '노예근성' 딱지에 이의있습니다. 태어날때부터 노예가 어디있겠어요. 그렇게 '길러지는 것'이죠. 일단 사회 나오기 전에 20년간 집에서 길러지죠... 밥 풀때는 자동으로 수저통으로 손이 가도록 말이죠. 하면 칭찬받거나 안하면 욕먹거나^^ 심리적 강화 기제로 조건반사... (정말예요. 의식하기 전에 수저통으로 손이 간다니까요.)
    물론 저는 반항하죠. 대놓고 "네 손은 처먹기만 하는 손이냐"고 말하진 못하지만 밥 나올때까지 (무지하게 신경쓰이지만) 수저통을 일부러 모르쇠하고, 회식 가면 '반드시' 내 앞에 놓여지는 고기접시를 모르쇠하죠. 그러나 10년 직장 다니면서 큰틀에서 길들여진 것 같아요. 말하려면 길겠지만 내 안에는 이정도면 넘어가자는 것의 목록이 수백가지 있지요.
    결혼하고 시댁하고 관계도 그렇고... 제가 그 사이에 짱구 안 굴렸겠습니까? 어느날 미친년처럼 억울하고 분해서 잠이 안오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는 여우처럼 웃으면서 지내죠.

  17. 나그네 2005/02/01 22: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러다 크게 터지면 고집스럽게 싸우죠. 그러니까 내 안엔 넘어가자는 항목의 1% 정도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거죠. 근데 그게 남자들 방식의 문제설정은 아닌것 같습디다.
    남편들이 부부싸움하다 황당해지는 건 이래서죠. 멀쩡히 밥먹다 갑자기 일년전, 오년전, 자기는 기억도 못하는 일들에 대한 원성이 꾸역꾸역 쏟아지거나 아니면 사소(해 보이는) 일에 이 여편네가 목숨거는거죠. 그러나 그녀에겐 그 사소한 일이 자기 삶과 자기 노동의 상징일 수 있거든요. 남자들이 이해하건 못하건...
    근데 이거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건가요? 자기 생산수단 없이 임노동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의 착취에 대해... 폭발하기 전까지는 대개 여우이지요. 그게 '노예근성'처럼 보이기도 하대요. 저는 노동자에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어요. "병신같이" "차라리 때려쳐라 때려쳐" "그 앞에서 아무말도 못했단 말야?"

  18. 나그네 2005/02/01 22: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 노예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싸워라"라는 말... 은 20% 부족하죠. 노동자 의식이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듯이 여성이 자신의 억압을 깨닫는 것에는 개인적/사회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산오리님은 그녀의 억압이 정말 무엇인지 정말로 알고 계신가요? 경제적/정치적/사회적/심리적 억압이 무엇인지 진정 알아야 싸움의 각이 나오는 거죠. 무조건 들이박을수도 있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죠.
    ... 이 글의 시작이 '예민함'에 대한 것으로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자기 권리를 '예민하게' 주장하는 요즘 여성들 보면 기가 막히기도 하지만 대개는 부럽더라구요. 그 권리 주장이 제가 보기에도 '오바'라 하더라도 대개 역사는 피를 보면서 전진하지 않았던가요? 억압받아온 이들에게 합리적으로 문제제기하기만을 바라는 건... 큰틀에서는 가진자의 오만이죠. 아니면 방어이거나. 저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그녀들의 문제제기에 방어적이 되던데... 가끔 반성해요. 그들의 입장에서 멈추기란 불가능이 아닐까요.

  19. 개울 2005/02/02 01: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합의 하의 바람"이라니깐 좀 생뚱맞죠? 하지만 어쨌든 저는 "합의 없는 바람"은 상대방에 대한 기만이라고 생각해요. ^^;

  20. sanori 2005/02/02 08:3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그네 / 억압받는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여전히 남성이 대부분의 권력을 가지고 있고, 여성들은 억눌릴수 밖에 없는 상황....또 노동자들도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약자로, 피해자로 남아서 큰소리 한번 내 보지 못하는 상황,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무조건 들이받아라고 강변하는 것은 아니죠. 노동자라면 노동조합을 통해서, 여성들은 다양한 참여와 운동을 함께 해 가면서 사회적인 분위기를 바꿔가야 하죠.

  21. sanori 2005/02/02 08: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그네 / 그건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구요. 그런 것들이 당연히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지, 약자 한사람 한사람의 개인적인 노력이나 투쟁으로 가능해지리라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개인적인 노력이나 투쟁도 중요한 요소이기에 제가 글을 이렇게 짧게 단순하게 쓰면서 그 부분을 주 대상으로 썼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길...
    개울 / ^.^

  22. 나그네 2005/02/02 21: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불쑥 늘어놓아서 죄송해요. 저도 고민중인 주제라... 주책맞게...답글 달아주셔서 고마와요.
    근데 제가 요점없이 늘어놓았나봐요. 저도 '개인적' 투쟁에 대해 쓴건데... 제가 보기엔, 예민한 그녀들은 나름대로 싸우고 있다고 저는 믿는단 거죠. "싸우지 않은 예민은 한낱 푸념에 불과"하다는 산오리님 진단에 이의가 있다는 거죠.
    저 역시 투덜대기만 하는 어떤 그녀들에게 때로 짜증이 나요. 그래도 그녀들의 '의식화'는 투덜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고 있어요. '예민함'은 일종의 '문제의식'인거죠.

  23. 나그네 2005/02/02 21: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녀들은 곧 싸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될 거에요. 산오리님 부인처럼 말이죠. 대한민국에서 여성은 20대 후반부터 투사가 되죠. 결혼제도에 들어가서 착취당하던지(때로 난 착취당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님 결혼제도 밖에서 저항하던지 간에요.
    수저놓는 그녀에게 속이 터지신다면 예민한 그녀의 싸움은 지지해주세요. 문제는 싸우는 방법이지 '싸우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 글고 사족... 가부장제의 기원은 '사유재산'이라고 엥겔스는 보았죠. 논란이 있지만... 암튼 남자들이 싸워서 얻어냈다기 보다요^^

  24. sanori 2005/02/03 08: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그네 / 님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 막상 속으로만 삭히면서 병들어 가는 사람들(특히 여성)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런 속병을 갖지 말고 가능하면 밖으로 내보이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25. rmlist 2005/02/03 12: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그네님 말에 깊이 공감.며칠동안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가장 안좋은 상태는 무기력하게 투덜거리는 것보다 아예 익숙해지는 상태인것같아요. 문제를 건강하게 풀지못한다하더라도 그렇게 시작할 수도 있음을. 물론 모든 개인들이 다 그렇게 순차적으로 발전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반갑습니다.나그네님. 그리고..산오리님께 감사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