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여행...3

from 단순한 삶!!! 2007/03/03 20:07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대충 씻고 나가려니까 객잔 주인 아줌마가 나와서 문을 열어 준다. 사람들은 대충 8시가 넘어서 움직이는 거 같은데, 우린 너무 일찍 나서고 있는 것인가? 아침은 길거리에서 파는 빈대떡 말이 같은 것을 사서 먹었다. 쌀가루 부침개에 간장 양념 같은 걸 묻혀서 말아 주는데, 생각보다 먹을만하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차우토우로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까 오후 1시 반에 버스가 있단다. 이게 무슨 소리야 어제 와서 분명 확인했을때 아침 8시부터 30-40분간격으로 계속 버스가 있었는데... 온갖 몸동작과 안되는 영어를 다  섞어서 확인한 바로는 오전 표는 매진이 되었다는 거였다. 아뿔싸, 어제 왔을때 표를 예매할 생각은 안하고, 당연히 표가 있을 거라고 믿은게 잘못이었다.



왠 아가씨가 와서 말을 붙인다. 당연히 손사래를 치면서 뭔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터미널 밖에 나와서 택시나 빵차(우리나라의 타우너 만한 차에 운전기사까지 8명이 타고 다니게 만든 차인데, 이게 딥따 많이 다녔다. 택시보다는 싼거 같고, 영업용인지 자가용인지도 잘 모르겠다.)를 탈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까 그 아가씨가 다시 와서는 뭐라고 한다. 근데, 가만 보니까 이 아가씨가 안되는 영어를 좀 하고 있다는 거였다. 이 친구는 남녀 한쌍이었는데, 이들도 버스가 없다는 걸 알고 함께 빵차를 빌려서 가자는 것이었다. 그거야 좋은 일이었다. 남자친구가 빵차 기사와 협상을 벌이고, 여자친구는 안되는 영어로 우리 둘에게 중계를 해 주고 있었고, 주위에 빵차 기사가 대여섯명 우루루 몰렸다.  한 기사가 와서는 머라고 떠들고 사라지고, 주위에서 한마디씩 붙여주고,.... 남자친구는 길 건너까지 가서 협상을 하고 돌아와서는 또 보고하고...

 

그 와중에 서로 안되는 영어를 하는 도중에 또 착각한게 하나 있었는데, 그 젊은 커플은 빵차를 전세내서 하루종일 호도협을 한바퀴 돌아오겠다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호도협 입구인 차우토우까지만 가면 되는 거였다.  어쨌거나 한 참을 협상을 한 끝에 타결을 봤는데, 220원에 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에 휴게소겸 전망대에 내려서 잠간 쉬었는데, 주위를 돌아 보면 온통 설산이 둘러서 있었다. 그리고 어떤 곳에서는 길거리에 이런저런 것들을 내다 놓은 간이 장이 섰는데, 여기서 곶감을 몇개 사 먹었는데, 별로 맛이 없었다. 이 장터 맞은편에 있는 화장실은...

 

두세시간을 달려서 드디어 차우토우에 도착했다. 젊은커플과 운전기사와 함께 점심을 먹고(이친구들 덕분에 뭘 선택할지 헤메지 않아도 좋았다. 사천성에서 왔다는 이 친구들은 사천요리를 시켰다.)

간만에 복돌아빠는 입맛에 맛는 음식이라고 좋아했다.

 

밥먹고 젊은 커플과 헤어져서 '타이거 카페'에 갔더니 나이든 서양 아줌마가 반갑게 맞아 준다. 이 아줌마는 이곳 호도협에 반해서 이곳 사람과 결혼해서 이곳에 눌러 앉아서 카페를 하면서 서양에서 오는 친구들의 길안내도 해 주고, 차와 음식도 파는 분이다.

간만에 느긋하게 커피 한잔 마시고, 도착할때부터 쫓아 다니던 말 몰이 아저씨와 협상을 해서 말 한마리에 100원씩 주기로 하고, 말을 타고 차마객잔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복돌아빠는 트레킹을 하고 싶어서 말 타는 것도 별로 내켜 하지 않았지만, 산오리는 이럴때 아니면 언제 말을 타보겠냐면서 말을 빌렸다.

 

말을 타고 조금 올라가니, 주위의 풍광이 사람을 잡는다. 말은 어떻게 가거나 말거나 연신 주위를 돌려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기에다 노비 몇명을 더 붙이면 김종서의 지리산유람기가 될거라고 했더니, 복돌아빠는 웃는다.

 

한 30분쯤 올라가는 건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왼쪽으로 굽이를 돌아나가자 갑자기 오른쪽은 깍아지른 절벽이 되었고, 그 좁은 길에서도 이놈의 말은 절벽쪽으로 바짝 붙어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구, 오금이 저려오고, 가슴은 꽉 막히고, 머리에서는  이말이 오른쪽으로 한발짝 헛디디면 말과 같이 저세상으로 가는 구나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아니나 다를까 5분도 더 못간거 같은데, 앞에 가던 복돌아빠가 말에서 내린다. 말로는 말이 너무 힘들어 하는 거 같아서라고 했지만, 실상은 너무 무서웠던 거다. 말에서 내려서 가능한 왼쪽으로 붙어서 걸어서 갔다.

이렇게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말타고 가는건 너무 무섭고 떨렸다.

 

맞은편의 다랭이논을 찍었는데 좀 멀었는지 감이 잘 안온다.

 

중간에 무슨 객잔에 들러서 차 한잔 얻어 마시고, 산오리는 다시 말에 올라 탔다.

차 한잔 얻어 마신 객잔의 모습이다.

 

이제 약간은 적응이 되기도 했다. 여기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 가는 길은 경사가 더 급해서 말은 서너발자국을 옮기더니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멈췄다. 이제는 말이 불쌍해서 내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곳에 다니는 말이니 한두번이겠냐 하면서 그냥 개겼다. 이렇게 세시간쯤 해서 가장 높은 곳에 도착했고, 이곳의 높이는 2600미터 정도란다. 말은 여기서 되돌아 갔다.

 

그이후에는 둘이서 터벅터벅 걸었다. 걷기 좋은 산길이었다. 오른쪽으로는 옥룡설산의 13개 봉우리가 계속 함께 걸었고, 지겨운지 모르고 걷기에 좋은 길이었다.

 

 

드디어 차마객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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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3 20:07 2007/03/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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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04 08: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시작은 다소 아리버리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ㅋ
    올핸 꼭 눌러붙어있으려했는데 이거보니 다시 발동걸리겠어요.
    와,,진짜 좋았겟당..무사귀환을 축하드려요.^^

  2. 산오리 2007/03/04 21:2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단...그동안 해 온대로 살아야지요, 갑자기 눌러붙으면 병나요..ㅎㅎ

  3. 복돌아빠 2007/03/05 14: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으음...무서버서 내린게 아니라 말이 불쌍해서 내렸다고 우기고 싶지만... 아직도 무서버유. 그리고 점심무렵 들른 위 객잔은 '나시객잔'일껄유

  4. 꿈꾸는 애벌레 2007/03/06 16: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호...넘 멋져요.... 야튼 중국넘들 화장실이란?? 지금도 생각하면 끔찍하디니까요....ㅋㅋㅋ

  5. 산오리 2007/03/07 09: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애벌레...그래도 저 화장실은 넘 깨끗한 거였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