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여행...12

from 단순한 삶!!! 2007/03/04 21:52

이제 그만 써야 겠다....ㅎㅎ

 

샹그리라에서 따리로 가는 버스 야그는 써야겠다. 올라갈때는 비행기를 타고 갔으니까 내려오는 길에는 버스로 내려오기로 했고, 전날 김성수가 표까지 사주고 가서 담날 아침에 버스 터미널로 일찍 나가서는 아침을 터미널 옆 노점상에서 먹었다. 만두와 국수를 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버스는 15분쯤 늦게 출발했는데, 18인승 버스였다. 그래도 좌석을 배정해 주어서 산오리는 출입문 바로 뒤에 앉았다.

 

 



운전기사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계속 담배를 피웠다. 아마도 따리까지 가는 동안에 운전기사는 한갑반 정도의 담배를 피우지 않았나 싶다. 운전기사가 피우는 담배연기는 내자리 까지 오지 않으니까 그런대로 봐줄만 했는데, 내 뒤에 앉은 할아버지도 계속 담배를 물고있었다. 나도 담배를 피우지만 계속 담배연기가 내 얼굴로 날아 오는데 답답해서 혼났다.

그리고 젤 앞자리에 앉은 할아버지도 계속 담배, 가끔씩은 운전사 뒤에 앉은 젊은 친구 둘도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그날 아침에 상그릴라에는 눈도 약간 내렸는데, 제법 추웠는데, 당근 버스난방은 없었다. 발이 시릴 정도인데, 다들 아무 불평이 없었다.

 

너댓살 된 애를 데리고 탄 아주머니가 내 옆의 두자리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애는 첨에는 그런대로 생기가 있는 듯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무릎에 엎디어 있었다. 그 와중에 한자리가 비어서 다른 아줌마가 그만한 애를 데리고 또 탔는데,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그 아줌마와 함께 앉았다. 두자리에 엄마 둘, 애기 둘 이렇게 앉은 것이다. 그기다 나중에 탄 모자는 큰 바구니(이동네 여자들이 등에 메고 다니는..)에 가득 이것저것 넣어서 바닥에 올려 놔서 통로까지 가득 찼다. 그리고 강아지 한마리도 빈 종이 박스에 넣어서 탔는데, 그래도 강아지는 나부대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다행이었다.

차가 옆으로 돌자 그 바구니가 출입문 아래로 굴러 떨어져서 다 쏟아졌는데, 그걸 다시 주워 담았다.

 

한참을 가다 엄마 무릎에 엎디어있던 애가 오바이트를 했다. 아마도 차를 타지 않은 애라 멀미를 한 거 같았다. 강아지를 데리고 탄 모자는 뒤로 옮겨가고, 게워낸 것들을 휴지로 대충 닦았다. 이동네는 휴지도 귀한 동네라서 내가 가지고 있던 휴지 몇장을 줬더니 그걸로 닦았다.

 

그다음부터는 산오리가 멍해지기 시작했다. 그 시끄러운 음악에, 계속되는 담배연기에, 그리고 게워낸 것들에, 그리고 불편한 자리에 지치기 시작한 것이다.....  두세시간은 높은 산과 계곡을 계속 타고 내려왔기에 주변 구경이라도 할게 있었는데, 이후에 거의 평지를 달리는데, 길따라 이어지는 농가들과 시장, 그리고 길옆의 논바닥과 계곡물의 쓰레기와 지저분한 것들이 함께 보이면서 정말 빨리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긴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 누구하나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참 사람들은 느긋하기도 하고, 옆사람들을 생각해 주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사가 새로 타는 사람들에게 "어디까지 가?" (이렇게 물었을것이라고 생각한다)하고 묻는 게 퉁명스럽고 짜증나 보이기는 했지만,  참으로 사람들은 신기할 만큼 불평 한마디 없었다.

 

식당이나 가게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10대의 어린이들이었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나르고 주문을 받고, 주방에서 일하는 애들까지 활기차고 밝고 맑고 웃음을 달고 있었다. 그게 가식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일한다는데, 그들이 그렇게 밝게 웃으면서 일한다는 게 좋아 보였다.  한 식당에서는 피크 타임을 지난 듯해서 손님들이 뜸했는데, 너댓명의 십대들이 까르르 웃어가면서 이것저것 서빙을 하고 있었다.

 

상그리라에서 송찬림사까지 택시를 타고 갔는데, 택시기사는 30대 여성쯤으로 보였다. 말안통하는데도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고는 돌아 올때는 버스를 타라면서 얼마를 내면 된다면서 직접 돈까지 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예뻣다.

 

불만이라면, 차를 몰고 나서면 그 경적 좀 그만 울렸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물론 고속도로까지 '방목을 하지 말자'고 표어를 써붙일 정도로 개, 돼지,  소, 말, 염소 등 걸어 다니는 짐승은 다 풀어 놓았으니 가는 길에 불쑥 불쑥 동물들이 길을 건너가고 있으니 빵빵 소리가 필요하기는 하겠다. 그런데 동물들은 그 빵빵소리에 전혀 개의치 않고, 피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동물들을 향한 경적은 울리나 마나 였다.

다만 차나 오토바이 자전거를 추월 하기 위해서, 그래서 그들에게 뒤에 차가 따라 간다는 것을 알리기위해서 경적은 좀 있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심했다. 고속도로에서도 잠시도 넋을 놓고앉아 있기가 어려울 만큼 빵빵 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김성수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김성수는 담에 성도에서 랏싸까지 지프투어를 한번 해 보라고 적극 추천했는데 한번 고려해 봐야겠다. 같이 간 복돌아빠도 준비없이 떠난 여행에 고생많았다.

 

으... 지겨워... 이것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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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4 21:52 2007/03/0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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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eus 2007/03/04 22: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진짜끝... 아 참 지겨웠심다~~ ㅎㅎㅎ 잘 읽었어여^^

  2. tomoon 2007/03/05 08: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기분이 막 나빠질려고 합니다.
    넘 부러버서...
    복돌 아빠가 누군가 했어요.
    그리고 오랫만입니다.
    영국 아줌마도 자~알 살고 있다는....
    영국은 함 안 날아 오나요?

  3. 산오리 2007/03/05 08:5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리우스...감사.
    tomoon...잘 지낸다니 다행이군요. 전화했었는데, 첨에 왠 남자가 영어로 받더니 그담부터는 연결도 안되더군여. 그것도 엉터리 번호였나 봐요, 아님 딴살림을 차렸던지...ㅎㅎ
    목소리 듣게 전화라도 함 하시든지,아님 번호라도 제대로 알려주시든지, 어디 연락이 되야 가든지 말든지 해 보지요.

  4. seaeum 2007/03/05 12: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행문 잘 읽었습니다.
    복돌아빠가 샹그릴라를 다녀왔다는 얘기에 얼마나 부러웠던지...
    그리고,우리 텐밧클럽 멤버인 복돌아빠 사진이 떳다는게
    넘 재미있네요^^*
    보이차를 보내주신다고 했는데 기다려 봐야겠네요.
    좋은 사진,글 잘 읽었습니다. 산오리님.

  5. 복돌아빠 2007/03/05 12: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함량미달 가이드 땜에 나들이에서 고생많았슈. 지는 '어땠슈?'라는 물음에 '좋았슈'라고 말았는디... 역시 산오리님이야말로 진정한 People Pleasure! 동네친구가 종이사진으로 좀 봤으면 하던디 가능할까유? 특히 나의 이상형과 찍은 그 사진은 꼭 부탁해유.

  6. 산오리 2007/03/05 14: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seaeum...그동네는 참 어려운 동네이군요..텐밧클럽에다 PP족에다.. 하튼 반갑습니다.
    복돌아빠...'좋았슈'가 가장 단순명쾌하군여..ㅎㅎ 종이사진으로 몇장 뽑아 볼까요?

  7. 2007/03/05 22: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심히 펌프질을 하셨어요.
    안 따라간 게 넘넘 아쉬워요. 그나저나 그 동네엔 복돌아빠 이상형만 있나여? 공주 두근두근하게 할 총각들은 없었는지...
    다음 여행의 후기도 기대해볼랍니다. ㅋ

  8. 행인 2007/03/06 05: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흐미... 밤새우다가 들러보며 부럽부럽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끝나는군요.
    언젠가 직접 이야기를 들었으면 합니다. ㅎㅎ

  9. 산오리 2007/03/06 08: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단....둘의 여행은 좀 단촐해요, 최적인원은 4명정도가 좋을듯. 이쁜 총각들도 많던데, 담에 공주들끼리 함 가시든지..ㅎㅎ
    행인...밤새우며 일하시는 행인 부럽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음..

  10. azrael 2007/03/06 10: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길고 재밌는 여행기였슴다..ㅎㅎ

  11. 산오리 2007/03/06 10: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azrael...한달동안의 사라짐에 대한 여행기도 좀 올려 주시죠.ㅎㅎ

  12. 2007/03/06 11: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담에 성도에서 라싸까지 같이 가요. 우리 80년대 비오는 날 버스타면 아저씨들 피워대는 담배연기에 정말 힘들었어. 그래도 느긋하게 뛰어오는 승객 기다리는 여유도 있었지. 발전이라거나 문명이라거나 등등의 것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난 그 사람들이 부러울까 안 부러울까...

  13. 산오리 2007/03/06 13: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그래도 고속버스에서는 담배 안피우데..ㅎㅎ 하긴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시내버스에서 담배 다 피우고 그랬지요. 지하철 승강장에서 담배 못피게 된것도 몇년 안될걸요.. 성도에서 라싸까지...가을에 계획함 잡아봐요, 놀자고 사는 인생인데.ㅎㅎ

  14. 꿈꾸는 애벌레 2007/03/07 17: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길고도 긴 여행기 잘 봤어요...
    언젠가 가방싸들고 가고 싶긴한데
    흠....역시 냄새가 문제인지라....
    갈수있으려나??


    복돌아빠의 이상형??
    ㅋㅋㅋ



  15. 산오리 2007/03/08 08: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애벌레...냄새 없는 곳에 갈 곳도 많은데, 냄새걱정까지 하면서 갈 필요야 있을라나...복돌아빠의 이상형은 이뻤는데, 사진은 그걸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