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간다고 말도 없이 가서 앙금이 남았는데,
어제 저녁에 '나 갔다 왔어 ㅋㅋ'하고 문자가 왔다.
아마도 이 문자는 아내가 시켜서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이박삼일간 집을 나가면서 보고도 없이 가는건 싸가지 없는 거라고 했더니,
그동안에도 별로 보고한적 없는데, 뭘 그러냐고 되묻는다.
어쨌거나 동명이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 어제 돌아 왔는데,
오자 마자 또 놀러 나간다고 나가서는 밤 늦게 돌아왔다.
산오리는 몰랐는데, 아내는 '너 술마셨냐? 냄새가 나는데...'하고 물었더니,
그렀단다.
아침 밥상에 앉았는데,
아내 - "머리 아프지 않냐? 술깨게 된장국이라도 좀 줄까?"
동명 - "나 술마시고 나서 머리아프거나 속 쓰리지는 않아..."
아내 - "나도 술마시고 나서 아직까지 속쓰린건 없더라, ..."
산오리 - " 잘 논다.."
모전자전이라구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 데려다 주면서 제주도에서 잘 놀았냐고 물었더니,
완전히 사육당했단다.
콘도 편의점이나 주변의 가게에 다 얘기해서 학생들에게 술이나 담배 팔지 말라고 했고,
어디 가면 그 주변의 가게에도 선생님들이 지키거나 심지어 경비(?)를 붙였다나..
그래서 밤새 술도 못마시고, 섰다만 쳤다나.
- 그럼 미리 술 좀 사가지?
= 두번이나 소지품 검사해서 담배마져 다 뺏겨서 담배도 못피웠단 말이야.
- 그럴줄 알았으면 물병에다 소주 한병씩 담아갔어야 하는 건데..
= 우린 그기 가서 사려고 했는데, 완전 사육당하면서 망했어.. 이게 뭐냐고,
-그래서 못마신 술 마시려고 수학여행 돌아오자 마자 마셨냐?
= 응..ㅎㅎ
수학여행 갔는데, 술 좀 마시게 해 줄 것이지..
제가 얘기한 적 있는 거 같은데..^^ 중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남해쪽으로 갔는데 충무(지금 통영)의 한 여관에서 어느 녀석이 술 잔뜩 취했걸랑요. 그 때 마침 담샘이 들어오셔서 우르르 모여 얘기듣고 나름 진지한 시간이었어요. 갑자기 이 녀석이 여관 방 한가운데 선생님 계신 자리 바로 앞에다가 콸콸콸콸 누렇고 허연 것들을 마구 게워내는 거 아니겠어요. 그 장면이 32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그려. 동명이의 수학여행은 참 불쌍도 했구만요..21세긴데.ㅋㅋ
전 술 마시고 나면 다음날 막 배가 너무너무 고파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게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속이 쓰린 거라고 하더군요-ㅅ-;; 요즘에서야 알았어요-ㅅ-;;;
감비 / 그런 추억이라도 만드는게 수학여행인데, 사육이나 당하고 있었으니.. 불쌍하죠..
당고 / 산오리도 술마신 다음날 배가 엄청 고파서, 평소의 두배는 먹어치우은데..ㅎㅎ 배 고프기도 하고 쓰리기도 하니..이건도체 어케 해석??
전 수학여행 때 어머님 속여서 맥주 캔으로 세 병 사가지고 친구들하고 처음으로 술 마시려고 했는데... 수학 여행지인 경주 여관에 도착한 첫 날, 같은 방으로 배정된 반 친구 녀석이 가방 뒤져서 다 먹어 버렸지요. 이 녀석 내 가방뿐만 아니라 친구들 가방 다 뒤져서 있는 술 다 퍼먹고 혼자 뻗어서 헬렐레거리면서 히죽대고 있더라고요, 참내... 그렇게 고등학교 때 술 뗄라고 했는데... 친구 녀석 땜에 망했지요^^... 그래서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술 못 마신 건 동명이 잘못도 있네요^^. 미리미리 준비해 가야 하는데...^^... 안 들키고 안 뺏기고 먹는 술이 기가 막히게 맛있고, 엄청나게 맛있는 추억을 만들었을 텐데^^...
선생들이 부모들을 의식해서 과도(?)하게 단속(?)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예전에야 수학여행 가서 눈 앞에서 술 먹고 담배 피지 않으면 다 넘어가 주곤 했지만 지금은 아이가 수학여행 가서 술 먹었다고 하면 분명 지랄(!)하는 부모가 있을 거라... 학교를 둘러싼 역학관계가 변해 버린 게지요...
어쨌거나 불쌍한 동명이와 그 친구들...
곰탱이 / 좋은 추억이 있었군요..
말걸기 / 선생님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요... 사고라도 나면 책임 다 뒤집어 써야 할테니까요..
수학여행 때 우리 담임은 반애들에게 모두 양주(아마 캡틴큐) 한잔씩 돌렸는데^^
아빠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으면 방법이 있었을텐데 너무 방심하고 준비가 소홀했던 것 같네요. 선생님들도 장사 한두번 하는 거 아닌데 ㅋㅋ
수학여행서 술 마시는게 뭐 그리 재미있었을까?
하긴...지금도 술 마시는게 재밌긴 해요.
가을인데 경주가 그리워서 애들만 델고 다녀왔지요. 남편 없으니까 싸울 일도 없고 좋대요. ㅎㅎ 수학 여행때는 뭘 봤었는지 하나도 기억 안 나던데, 혼자 놀러가거나 아이들과 가니까 좋은 추억이 많이 생깁니다.
무위 /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군요..
김수경 / 애들과 함께 다니시는 정성이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