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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디어져 가는 인간성 - 자극에 대한 면역 (3) 2004/11/18

새로운, 접근할수 있는 안을 가져 오라 했는데, 사측은 움직임이 없다.

그러니 예정된대로 파업투쟁 출정식과 삭발식을 거행했다.

위원장과 지부장 두 사람이 삭발을 했다.

두 동지의 삭발을 바라보면서,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았다.

원래 무감각한 산오리의 감성이라지만,

그래도 요즘 들어서는 유행가 가사를 들으면서도 눈물이 날 것같고,

시덥잖은 가족이나 친구얘기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코끝이 찡했는데...

 



오래전에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앞두고 지부장(위원장)이 삭발을 하면

흰 천에 '파업투쟁 승리' '결사투쟁' 등이라 쓰인 밑글에다

그 잘라낸 머리카락을 한올, 한줌씩 테이프로 붙이면서 눈물을 흘렸다.

정말 눈물이 나왔고, 여성 조합원들은 엉엉 소리내어 울면서 잘라낸

머리카락을 한줌씩 들고 나가서 붙였다.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단식하는 동지가 있으면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

그 단식농성장에 가서 정말 가슴메이게 숙연하기도 하고,

뭔가 할말이 없어서 그저 묵묵히 앉아 있다 돌아 오기도 했다.

요즘에 열흘 단식하면 경찰들도 그런단다.

"40일 단식한 사람도 많은데,,,,그거 가지고...."

경찰 뿐만 아니라, 나도 우리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파업을 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1백일 파업한 것은 어디가서 말도 꺼내지 말고,

1년 동안 파업한 것 가지고는 명함도 내밀지 말라는 말을

우리 스스로 너무 자연스럽게 한다. 그리고 수긍한다.

그러니 어떻게 감동을 느낄 수 있으랴...

오늘 집회에서 잠간 발언을 한 동지는 140여일 파업한 와중에

열흘(보름?)동안 단식한 노조위원장을 수갑을 채워서 끌고 다니다 유치장에 가두었단다.

열흘동안 굶은 강아지가 있다면 그 강아지 발 다 묶어서 질질 끌고 다니지는 않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도, 우리도, 우리의 적들도 자극에 대해 무디어져 가고 있다.

엄청 무디어져 버렸다.

적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기본적인 인간성마저 잃어 가면서

나는 정말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 가만 생각해 보니 오늘이 11월 18일이다.

      이제 한달 후면 이 고민도 사라질까?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처럼

      보이지 않음으로 해서 나는 좀 더 인간적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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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8 21:40 2004/11/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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