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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년 노동자 대회... (6) 2004/11/14
  2. 불쌍한 이끼청소 물고기들... 2004/11/14

* 이 글은 현근님의 [도장찍고 왔습니다...]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5.1절과 노동자 대회는 전야제와 본대회를 꼭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붙잡혀서

참가하다 보니, '도장찍고' 온다는게 적절한 표현인 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인지 토요일과 일요일은 별다른 일도 생기지 않고 또 무슨 약속이나 일이

생긴다 해도 당연히 안가거나 취소하는 것으로 정리해 왔다.

이번 토요일도 별일(?) 없어서 5시에 민중대회에 가고 그리고는 동국대에 전야제,

그다음날 사전대회와 본대회,,, 이렇게 참석하는 계획을 세웠다.



대구에 사는 박성옥이 토요일 서울에 오니까 얼굴이나 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산오리뿐만 아니라 같이 만나왔던 친구들 몇이 보자는 것이었고, 다들 전야제 간다니까 동국대 앞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시간은 4시쯤... 그러자고 했다. 다만 민중대회 갔다가 가면 좀 늦을 수 있으니까 다른 친구들 만나고 있으면 7시쯤 가겠노라고 했다.

 

그러고 나니 또 전화가 왔다. 김승호가 전화를 했는데, 오창근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아산병원에 계시는데, 토욜 저녁 7시에 친구들 같이 만나서 문상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알았다고 했다. 친한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어찌 노동자대회 땜에 못간다고 할 것인가? 그러자고했다.

 

그리고 토욜에 어떻게 했나? 오후 2시에 집을 나서서 4시가 넘어 병원에 들러 문상을 하고, 6시에 동국대 앞에서 대구에서온 친구와 다른 몇명의 친구들이 만나서 저녁을 먹고, 9시가 넘어서 동국대로 올라갔다. 그러니 민중대회는 못갔다. 그러니 좀 자유롭게 움직인 편인가?

 

전야제에 우리 노조는 거의 전멸...지부장 두명, 조합원 너댓명, 그걸로 끝이었다. 술라와 바다소녀와 마돈나와 최종두와  11시가 되서 주점에 가서 소주를 몇 잔 마셨다. 그리고1시가 넘어서 학교를 나와 술라네서 잠들었다.

 

본대회는 느지막히 종로로 나와서 공공연맹 사전결의대회, 그리고 본대회.... 2시부터 6시까지 꼼짝 못하고 그놈의 종로통에 앉아서 연설듣고, 노래 듣고, 연설듣고, 노래 듣고...로보트처럼 앉아 있었다. 그판에 소주 까서 마시지 않는 조합원들이 어쩌면 바보이고 멍청한 것이지. 조합간부들이, 조합원들이 얼마나 착한 로보트들이라고, 그렇게 너댓시간을 같은 자리에 앉혀 놓고 설교하고, 또 노래 들려주고... 그렇게 하는지.. 산오리도 몸 상태가 좀 좋았으면 아예 2시부터 술이나 먹고 앉아 있던지 했을텐데.. 몸도 별로 따라 주지 않는다.

그리고 왜 행진도 없는 것인지... 정권이 그 종로통에 우리를 가두었는지, 우리가 스스로 그 좁은 도로에 갇히기를 원했는지... 모를일이다. 그렇게 6시가 다되어 갈즈음에 대회는 끝났다. 공무원들이 어디로 가서 파업투쟁을 벌인다는데, 그곳에라도 따라가서 파업분위기라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서라, 말어라 하는 소리가 내몸뚱아리에서 들려온다.

 

그렇게 2004년 노대도 지나갔다.

 

나는 민주노총 위원장의 '파업명령'을 얼마나 이행할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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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4 22:03 2004/11/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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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에 시퍼렇게 또는 거멓게 이끼가 달라 붙어서 보기 흉했다.

두어달 전에 물고기 가게에 들른 참에 이끼 먹는 놈 두마리를 사왔다.

유리에 빨판 하나 붙이고서는 딱 달라 붙어있는, 메기처럼 생긴 놈이다.

한 놈은 제법 크고, 다른 놈은 좀 적은데, 어항에 들어가자 마자

이끼청소를 얼마나 잘 했는지 어항이 깨끗해 졌다.



이끼 먹이가 모자랄 거 같아서 한 놈을 빨리 다른 곳에 옮기든지

누굴 주던지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주에 집에 오니 이끼청소 물고기 두 놈이 다 사라졌다.

'그렇게 큰 놈들이 어디로 갔지?'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데, 한쪽 구석에 껍질이랑 지느러미와 뼈가 약간 남았다.

다른 놈들이 이끼청소 물고기 두 놈을 다 먹어 치운 것이 분명하다.

내가 집에 없어서 물고기 밥을 정기적으로 주지 않아서 배고픈 버들치들이

먹어치운 것일까? 아니면 몸통이 투명한 열대어 두 놈이 먹어 치운 것일까?

이놈들 공통의 소행일까?

배가 고파서 잡아 먹은 것일까? 이끼가 없어서 굶어죽은 놈을 뜯어 먹은 것일까?

 

그 동안 열대어 10여 마리를 어항에 넣어 두었는데, 한마리씩 한마리씩 사라졌다.

물론 약간의 흔적은 남기기도 하고, 때로는 흔적조차 없기도 하고...

그러면 또 사넣기도 했는데, 이제는 버들치 세마리와 열대어 두마리만 남았다.

버들치는 올 여름 북한산 계곡에서 네마리 잡아서 넣었는데,

이 놈들은 열대어처럼 적응도 잘해서 잘 산다. 얼마전에 한마리는 죽었다.

 

배고프면 무엇이라도 잡아 먹어야 하고, 그래서 살아 남아야 하는건

살아 있는 것들이면 다 마찬가지겠지만,

순식간에 두놈의 이끼청소 물고기를 잃어 버리고 나니 허탈하다.

 

먹이를 제대로 주면 다른 놈을 먹어치우지 않을까?

(제대로 신경써 주지 못하면 식물이고, 동물이고 살아 있는 것들을 집에서 키우지 말아야 하는데...)

아니면 다른 놈을 잡아 먹는 놈들을 색출해서 건져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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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4 21:42 2004/11/1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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