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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꼬박 46년을 살았네.... (18) 2005/08/07

한심한 스머프...님의 [오늘은 산오리의 생일 입니당..] 에 관련된 글.

 

스무살 시절.. 그때도 친구들은 생일이라고 손수건 한장씩이나 시집 한권씩이라도 선물로 주고, 그리고 생일맞은 친구집에 가서는 술을 마셨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새해가 되면 산오리는 친구들한테 열심히 엽서를 보냈다. 연하장 대신 50원인지 60원지 하는 우편엽서를 사서, 똑같은 문구를 써서 보냈다.

대충 생각나는대로 써보면...

 

"사람들은

그저 지나가는 세월을

일년으로 쪼개고,

한달로 쪼개고,

또 하루로 쪼개고,

한시간으로 쪼개고,

일분으로 쪼개고,

일초로 쪼개고...

 

그렇게 쪼갠 걸 시간이라 이름하고,

그 시간에 얽매여서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네.

 

어느 살아 있는 것들이

인간들처럼 이렇게

의미 없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아갈까?

 

새해에는

시간처럼 각박하게 살지 말고

자주 보면서 살자!"

 



대충 그랬던 거 같다.

 

어쨌거나, 생일이다, 오늘은...

머프님이 애써 챙겨주는 건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스무살까지 선물이라고 받아본적도 준 적도 없고,

생일이라고는 미역국 얻어 먹으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손수건한장, 시집 한권 받으면서 눈물이 나올 만큼 감동했었다.

(사실은 아내가 결혼하기 전에 티셔츠도 선물로 사주고, 손수건도 사줘서 감동받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생일이고, 기념일은 꽝이다. 그런거 왜 챙기고 사는냐고...

 

근데,먹고 살만해져서인지 모르지만, 언제부터인가는 주위 사람들과 생일빵도 한다.

그런거 핑계대고 술자리라도 만들어서 떠들고 노는 게 필요한 거라 생각했다.

 

 

40살이 가까워 질 즈음에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생일은 네가 생일 챙겨 먹으라고있는게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 무슨 생일을 챙겨 먹고 그러느냐? 부모님이나 어른들 모시고 밥 한끼 대접하는게 젊은 사람들이 챙겨야 할 생일이다."

"허-걱"

 

생일이면 가족들 모이라 해서 법썩을 떨며 밥 한끼 먹기도 했다.

 

 

어제 저녁에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 내일 스케줄이 어떤데?"

"왜?"

"부모님 오시라 해서 밥이라도 한끼 사드릴까 해서..."

"몰라... 당신 생일이라서 그러지?"

"어..."

"맘대로 해! 요즘 누가 생일이라고 부모님하고 밥먹고 그래? "

(이정도면 승낙한 거다.)

 

아침에 아내는 미역국을 끓여서 줬고, 맛있게 먹었다.

청소 좀 하고선 신정동에 전화를 했다.

"엄마, 저녁에 시간 어때요?"

"느그 아부지 친구가 보리밥 먹으러 오라 해서 수원 갈건데..."

"그래요?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까 했는데...
"아이구야, 그러고 보니까 니 생일이제? 며칠전까지 생각했는데, 깜박했네..."

"예, 근데, 약속 있으면 다녀오세요.."

 

동명이는 춤추러 가고(화정에서공연있다는데, 아빠가 구경갈까 햇더니 오지 말란다.),

동희는 학원가고 없는데, 아내와 집을 나섰다, 나가서 저녁이라도 먹자고...

학원 끝나고 들어오는 동희를 만나 셋이서 라페스타의 대구뽈찜 하는 집으로 갔다.

찜 하나 시켜서 아내와 나는 소주, 동희는 콜라 시켜서 잘 먹고 있었다.

 

"동명이 이 놈은 맨날 나돌아 다녀서 뭘 사주고 싶어도 못사준다니까..."(아내)

"돌아 다니면서 먹고 다니겠지뭐..."(산오리)

"전국대회에서  3등하면 대학 갈수 있대."(동희)

"그래? 이제 시대회 통과했는데, 도대회, 전국대회까지 가려면 한참 남았네...

  도대회 할때는 아빠도 한번 가봐야겠네.."(산오리)

"수원서 한다던데.."(동희)

"하루 휴가를 내서라도 가보지뭐."(산오리)

"당신 그렇게 한가해요?"(아내)

(갑자기 열이 확 오른다.)

"아니, 당신은 그렇게 여유가 없어서 부모님과 밥한끼 먹자는데도 짜증을 내면서..."(산오리)

"그거야 누구나 다 그렇잖아."(아내)

"그럼 사람들 만나서 운동하고, 놀러 다니는 건 그렇게 여유가 없어서 그런거야?"(산오리)

"관둬! 당신하고 어디 나오거나 얘기만 하면 싸우게 된다니까..."(아내)

"열 받잖아,,, 애새끼 수원까지 가서 공연한다는데, 그기 한번 가보겠다는게 꼭 그렇게 한가해서 그러는거야?"

"................"(아내)

"동희야! 엄마 아빠 보고 있으니까 짜증나지?"(산오리)

"몰라!!"(동희)

 

그러고는 음식점을 나와서는 라페스타 거리를 왕복하고선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생일 꼭 찾아 먹어야 할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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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7 00:09 2005/08/0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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