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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동 낙동강가에서.. (30) 2009/12/29

삼주째 주중에 안동으로 내려와서

헤메이다가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잠 잘곳도, 먹을 곳도, 앉아서 근무할 사무공간도

제대로 확보안된 상태에서 무조건 내려가라 하니까 내려왔다.

처음 여관방에서 잤더니, 이건 무슨 독방 찜질방도 아니고.

여관방에서 잠잘일은 아니다 싶었다.

날씨는 춥고 강바람은 매섭게 몰아치는데,

사무실에 책상하나 없으니까, 공사현장사무실 난로옆에서

갈곳없는 강아지 마냥 헤메이고 있다.

하루종일 파카 껴입고 있으니까 밖에 있는 것인지,

안에 있는 것인지 모를 노릇이다.

 

전화와 인터넷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것도 초기공사비가 모자라서 기반조성을 하지 않은 탓에

아직도 못하고 있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를일이다.

(공사현장 사무실의 남의 컴 잠시 빌려서 메일정도만 확인한다)

 

오늘 사무실에 책상만 덩그러니 가져다 놓았다.

 

잠은 공사현장 소장이 쓰던 오피스텔을

빌려 쓰기로했다. 이분들은 공사가 끝나고 마무리 단계라 철수하고,

아직까지 계약기간은 남아 있어서 쓰기에 불편함은 없는 상태.

완전 유흥가 꼭대기층에 있는 터라

밤에 불끄고 누우면 아래층에서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아파트를 전세 얻으라고 예산은 만들어 졌는데,

이동네 아파트 전세 구하기도 쉽지 않다.

 

밥은 현장에 남아있는 현장공사관계자와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먹고 있다.

햇반을 사서 아침밥은 해결하고 있다.

 

11월 연구본부로 발령나고, 그리고 12월 중순이 넘어서 안동으로 내려가라고 했다.

이건 부당전보구제신청이라도 내겠다고 했더니,

주위에서는 그것도 하지 말라고 말리는 동료들도 있다.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당신들이 내 처지가 되었으면 어떻게 했을거 같냐고 물어보고 싶다.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살벌한 연구원에 있느니 안보고, 안들리는 먼곳에서 

좋은 공기 마시고, 책이나 읽고, 책이나 한권 쓰고 오라고...ㅎㅎ

 

그래 나도 머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가한 곳에서 텃밭 농사나 지어가면서

세월 보내고 있으면 또 다른 세월이 찾아 오기도 하겠지,

그리고 열받는 일 안보고 있으면 마음도 편하지 않겠느냐고...

 

근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나 혼자 덜렁 안동으로 와서, 이래 저래 적응하고 살면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도, 보고픈 사람 못보고 사는 것도 그런대로 견디고 살수는 있겠지.

그런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깨를 움츠리게 되고, 항상 손에 힘을 주고 있고,

그러다 보니 어깨가 아프다.

 안동에 갈사람 없냐고, 한 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이렇게 당장 할 일도, 앉을 곳도, 잠잘 곳도 없는 곳으로 가라고 하는게

그들에게는 정당하고 적절한 방법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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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9 17:59 2009/12/2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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