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

from 단순한 삶!!! 2008/05/13 16:22

한 친구가 백학저수지 부근에 땅을 4백평 샀다고,

그리고는 그 땅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같이 만나는 친구들에게 강요(?)를 했다.

그 멀리 가서 누가 농사를 짓는다구?

 

놀러삼아 지난해 가을엔가 갔더니,

참으로 가관이었다.

밭으로 들어가는 길도 없고,

밭은 나무와 풀이 우거진 풀밭이었고,

거기다 햇볕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북사면이라니..

- 여기다 농사를 짓겠다구?

= 그럼, 글구 컨테니너 박스나 흙집을 짓고 도도 닦아야지..

 

올봄에 밭 정리 해 놨다고 가자고 해서

셋이 모여서 고구마 순 600개를 사서 갔다.

포크레인인지 트렉터인지를 빌려서 나무와 풀 싹 뽑아 치우고.

없던 길도 만들어서 잔자갈 깔아서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 놓고 보니, 밭모양으로 생기긴 생겼다.

 

그 넓은 땅을 어쩌랴..

일단 고랑을 만드느라 삽질과 양괭이질로 두둑과 고랑을 만들고 있었는데.

너댓 이랑 만들고 땀 좀 흘릴만 한데,

양괭이로 푹 긁었더니, 뭔가 이상한게 툭 불거졌는데,

들여다 보니, 수류탄이다.

헉! 수류탄이닷!!

그리고는 동시에 뒤로 몇발짝씩 물러서서는 어쩔까 하다가,

밭주인이 112에 신고를 했다.

 

신고하고 잠간 있는 동안에, 이친구는

다시 수류탄에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고서는

'속이 비었네' 하고선 들고 나온다. 

신관이나 속의 화약은 어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하튼 빈 수류탄이다.

그럼 괜히 신고했잖아,,, 취소...

그리고 다시 경찰에 전화했는데 이건 취소되는게 아니란다.

 

그리고는 한 30분쯤  지나서 군인 한명이 나타나고,

또 30분 지나서 경찰 두명이 나타나고,

그리고 또 30분 지나서는 군인 6명이 나타났다.

그리고도 아직 폭탄처리반은 오지 않고..

 

껍데기만 있는 수류탄 처리할때까지 작업 못한단다.

그래서 점심먹으로 갔다 왔더니,

그제서야 폭탄처리반(?)인가 쓰인 지프를 타고

또 군인 몇명 더 오더니,

이리저리 살펴보고선

그냥 수류탄 들고서는 007 가방안에 넣고서는

유유히 사라졌다....

 

수류탄 하나 나타나서는 연천과 포천을 발칵 뒤집은 모양이다.

 

그러고 다시 고구마 심기.....

돌투성이에다가, 칡넝쿨 마구 올라오고..

그기다 600개 심었더니,

아이구 허리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5/13 16:22 2008/05/13 16:22
Tag //

 

  벗을 찾아 떠났건만...

 

견딜만 하다고*

살아갈 만 하다고

수백번을 되뇌이면서도

벗을 찾아

지리산으로 떠났다

 

바위사이를 더듬는 계곡물도

연둣빛 새 잎을 여는 봄바람도

낮은 땅바닥을 밝히는 얼레지부터

높은 봉우리 수줍은 진달래꽃망울까지

벗이고 친구였다

 

혼자 서있는 바위도

어울려 서있는 나무들도

사람들이 어설프게 만든

나무계단까지도

나를 환영해 준

벗이고 친구였다

 

산청 어느 골짜기에

집짓고 내려와 사는 도시친구도

새집 짓고 보일러까지 달아

번듯해진 연하천 산장도

언제나 초라해 보여도

초라할수 없는 산장지기도

숲속에서 불쑥 나타날지도 모를

지리산 반달곰 마저도

나를 환영해 준

벗이었고 친구였다

 

견딜만 하다고

살아 갈 만 하다고

다시 수백번을 되뇌이면서도

나타나지 않는 벗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

가슴 먹먹한 사랑 

    <2008. 4. 27. 지리산에서>

 

*시인 이원규는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라는 시에서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5/09 15:56 2008/05/09 15:56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