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렸다

  • 등록일
    2004/09/01 16:59
  • 수정일
    2004/09/01 16:59
  • 분류
    마우스일기

아디다스 마라톤 참가 경위 - 참가비 5만원 싫어서 안 갈랬는데 나연이 시험 땡겨져

대신 갔다. 10만 오 천원 상당의 기념품 시계-_-만 나연이 주고 나머지 모다 내가 가짐

--> 노랑 티(급히 만들어 짝퉁같음) 완주메달 물 빵 바나나(대머리 줌)

 

작년에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6.15 마라톤 달렸었는데 그 땐 좀 힘들었다.

이번에 운동 2주 쉬었는데도 뛸 만 하더라. 특히 5km 정도는 가벼웠다.

겨우 10km 뛴 거지만. 그것도 마지막엔 꽤나 버거웠고, 나의 게으름과 병적인 하기싫음의

복합 우루사가 중간중간 걷게 만들었다. 느리더라도 지속적으로 뛰는 게 중요한데..

그래도 목표한 1시간 10분 내에 들어왔으니 그걸로 일단 위안을 삼고..

615를 다시 뛰어볼까, 언니하구, 생각 중이다. 물론 십 킬로. 이번엔 쉬지 않고, 1시간 내로.

 

비오는 줄 알고 썬크림도 안 바르고 세수도 안 하고 모자도 안 갖고 잠바만 갖고 갔다. 낭패였다.

그러나 나래 언니가 갖고 오셔서 잘 바르고 뛰었다.

 

더웠다. 목이 마르지 않았다. 임진강은 보지도 못 했다,라고 말하지만 설마 그게 임진강?? 모른다으.

나의 게으름을 생각했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나.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나가 싫다. 너무 싫다.

갑갑하다. 요새 들어 옹졸하단 것까지 알게 됐다. 또 뭐가 남았나? 또? 또?

자기비판, 자기반성만은 끝내준다. 이런 것들이 가식이 아니란 것이 더 열받는다. 나는 변하지 않는다. 그 깊은 곳에 게으름이 도사리고 있다. 내가 말하는 그 모든 가치들보다 내 게으름이 중요하다고? 어떻게 몸소 증명하며 살아가냐. 어떻게. 게으름으로 내 모든 진심을 뒤엎을 수가 있냐.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멈췄다. 참을 수 없을 지경이 아니었다. 계속 힘든 상태가 너무 싫었다. 아휴. 힘든 걸 너무 싫어해서.

 

어찌어찌 달리다보니 골인점이 보이더라. 나는 미친듯이 달렸다. 그 때까진 마음도 몸도 쉬면서

달려서 평정을 유지했는데 골인점 보인 뒤로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다리에 힘이 빠져서 그리

빠르지도 않았건만 나는 모든 힘을 다해 뛰었다. 앞에 있는 몇 몇 사람을 제꼈다. 그들은 막판에 목숨걸고 달리지 않았다. 내가 사는 방식이 이따위다.

 

이런 생각들을 달리는 동안 했고 결론은 난 게 없다. 앞으로 살면서 두고 봐야지. 이런 생각들을 내가 정말로 했는가를.

 

달린 멤버 : 상미 언니, 노갱, 재곤 오빠, 경영이.(나래 언니 찬조 응원 출연)

 

이 멤버로 다시 뛸 일은 영원히 없다. 안타깝지만 할 수 없지.

그냥저냥 즐거웠다. 다들 웃기니까. 개인적으로 경영이가 제일 웃김(경영이는 숭당이 웃은 이야기에 일 회 출연한 바 있다.) 경영이 표사러 지갑 열고 빠르게 걷는 모습 보고... 기절할 뻔 했다. 나만-_-

 

나는 달린다!

 

 

기록조회


일시 : 2004년 5월16일
평균기온 : 15.2 C
평균습도 : 79%
풍 속 : 1.6 m/s
날 씨 : 맑음

배번호 이름 성별 종목 개인기록 종목순위 성별순위 연대구분 연대순위
 2569  윤나연(이라지만 나)  여자  10km  01:08:37.85  1702 / 2050  203 / 349  일반부  197 /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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