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합동 분향소에 다녀왔다

  • 등록일
    2014/05/02 21:35
  • 수정일
    2014/05/02 21:36
  • 분류
    마우스일기
언니는 출발하면서 어떤 기레기(기자 쓰레기)가 분향소 방문객이 줄고 있다면 0시에서 7시 사이 몇 백 명인가밖에 안 왔다고 적었다고 밤사인데 뭐가 적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단지 게으름 때문에 분향소에 갈까 말까 망설였었는데 나서길 잘 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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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 없이 안산역에서 표끊고 내리자마자 똭 마주친 셔틀 안내. 내리기 전에 알려달란 말이다, 안산역에 내리지 말고 고잔역에 내리라는 거슬...

 

암튼 이미 내렸기에 버스를 탔다. 버스는 101번밖에 없다고 나와서 좀 기다렸는데, 자세히 보니 대부분의 버스가 초지 시장앞을 거쳐 단원구청으로 가던데, 화랑유원지는 초지시장앞 다음 정거장이었으므로 그냥 아무거나 타도 되는 거였다.

 

동네방네 분향소가 차려지는데 왜 굳이 안산에 가고 싶었을까. 가고 싶다기보다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갔는데 왜 그런진 모르겠다.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안산 시내는 추모하고 기원하는 현수막으로 가득했다. 그 와중에 건물 하나 건너 하나 꼴로 인력 파견 업체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랬다.

 

버스에서 내려 광할한 유원지를 걸어 분향소에 들어갔다. 뉴스에서 봤던 것보다 광활했다. 아침에 가서 사람은 많이 없었다. 

 

분향소에 들어서자 색색의 국화로 장식된 제단의 규모에 압도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났다. 그 수많은 영정사진 속 얼굴들이 너무 앳되어서 감히 다 바라볼 수가 없었다. 헌화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노인들이 있고 어린이들이 있고 아저씨들이 있었다.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다들 슬퍼하니까 더 슬펐다. 친지를 잃었을 때와도 다르고, 무력하게 팔레스타인에서 살해당하는 사람들 숫자를 세야했을 때 느꼈던 기분과도 달랐다. 다르다기보다 전에 느껴보지 못했다는 게 맞겠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영정이라니. 그 넓고 높은 공간이 뭔가로 가득 차 있는 듯 압도당했다.

 

들어가자마자 방명록이 똭 있어서 미안합니다.라고 적었지만 리본이나 포스트잇에 메세지는 적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또 말해도 모자르지만.

 

끝나고 셔틀을 타고 고잔역으로 갔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가려는데 뭐라고 검색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고잔역 맛집이라고 검색했다. 맛있는 게 먹고 싶은 게 아니고 뭐라고 검색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슬픈 기분으로 맛집을 검색하는 게 낯설고 거슬렸다. 그러면서도 다른 말을 못 찾아서 그냥 검색하는 게 참 우스웠다. 어쨌든 맛집은 커녕 식당이 없어서 서울 와서 냉면 사먹고 출근했다. 오늘도 작업에 큰 진척은 없다. 내일도 못 하면 정말 안 되는데.. 일요일에 안산에서 진도에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버스가 간다는데 가고 싶지만 스케쥴상 어떻게 될지 고민이다. 가고 싶다기보다 한 번 다녀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느낌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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