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게 영화 찍을 기금을 받는다는 것

  • 등록일
    2006/05/14 23:08
  • 수정일
    2006/05/14 23:08
  • 분류
    마우스일기

얼마 전에 푸른 영상에서 했던 얘기다. 그 전에도 무위님과 로리랑 잠깐 얘기했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자본에게 돈을 받아 독립영화를 찍으면 한국적 풍토에서 자본이 영화 내용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을지라도, 자본이 앞으로 독립영화 시장에서 기반을 닦는데에 도움이 된다는 점, 자본의 이미지 광고에도 이용된다는 점, 아무리 내용불간섭주의의 스폰서라도 스폰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점, 자본이 자본에 대항하는 영화에마저 돈을 대주는 것은 독립영화의 파급력이 미미하며, 그 미미한 파급력이나마 자본대항적 영화를 지원해주는 아름다운(!) 모습에서 오히려 자본의 관대한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을 이미 하고 있다는 점, 자본의 기금이 착취의 산물을 세탁한 것이라는 점 기타 등등을 이유로 자본에게 돈받아 영화 찍는 것은 반대다.

 

기타 등등에는 한 번 큰 돈으로 찍으면 다음에는 그 돈 없으면 영화 못 찍는다같은 현실성과, 큰 돈으로 때깔나게 찍는 것보다, 빈곤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 돈 없어도 되는 상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가 들어간다.

 

얼마 전 푸른 영상에서 했던 얘기와 다른 분들이 했던 얘기와 후에 또 생각한 것까지 지금 동의하는 건 다 적었다. 더 있는데 생각 안 난다.

 

자본에게 돈을 받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이유로는 한국적 상황으로는 다른 곳과 달리 자본이 내용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 현재 한국독립영화가 상업영화와 대비되어 비상업영화만 존재할 뿐으로 완충지대인 상업적 독립영화의 필요성때문에 자본이 유의미하다는 점, 자본에 돈을 받아도 자본에 대항하는 영화를 찍고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다면 돈을 받아도 상관없다는 점이 있다. 다른 이유가 더 있을텐데, 내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기억 안 남-_-;;;;;;;

 

 

 

이런 얘기를 신승원한테 했더니 신승원은 자본의 계산력이 그렇게까지 치밀하지 못하다는 점, 자본에 대항하는 상상력에 자본의 상상력이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점, 자본이 뭐 대수냐? 자본의 돈으로 자본에 대항하는 영화를 찍어서 그 파급효가 미미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자본의 이미지를 붕괴시킬 수 있는 이미지의 범람이 필요하다는 점, 돈이 안 드는 아이디어라는 말은 추상적이고 돈이 필요한지는 각각의 아이디어를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영화를 찍을 때에 돈이 필요하다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받아서 좋은 영화 찍으면 된다고 말했다.

 

신승원의 말씀에 자본의 상상력은 미약하지만, 자본의 기금들, 문예기금 영화기금 기타 예술진흥기금으로 결여된 상상력을 보충하고 있다는 점과 광고도 재미있는 게 많고 실제로 자본의 상징인 삼성의 이미지는 존나 좋다는 점을 반박하였다. 그러자

 

자본의 기금으로 예술가는 자본의 이미지를 파괴하는 이미지를 마구 생산해내면 된다는 점, 자본이 대수냐는 점, 광고는 이미지의 지속력이 짧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였다. 또한 자신의 사후 어느 시점까지를 짧은 기간이라며 자본은 금세 붕괴할 거라고 예언(!)하셨다. 우리가 죽고나서가 짧은 기간이야;ㅁ;???

 

 

 

여기까지 대화해도 나는 돈이 싫어-_-;;; 얼마전 다다사마의 말씀대로 나는 아마츄어를 사랑하나봐,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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