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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스 탈덕기

본인 후죠시여도 나름 윤리적 오덕질을 한다고 기준이 있었는데 올해 드라마 [샹인]을 파면서 그게 깨졌었다. 알페스... 내가 알페스 종자가 되다니... 그니까 드라마에 출연한 두 주연 남남 배우를, 그냥 극중 인물로서만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둘이 사귀었으면< 하고 망상을 했던 것이다. 내가 알페스 종자가 되다니 ;ㅁ;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둘이 있는 것만 봐도 미소가 헤벌쭉 찢어져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페스는 알피에스로 리얼 퍼슨스 슬래쉬라고 왜 영어죠? 암튼 그거 머릿글자.. 진짜 사람으로 짝짓기-_-한다는 것. 그러면서 내 덕질에 대해 고민해야지 하고 책 사놓고 안 읽음<

 

그런데 우리 허죠죠의 연애가 파파라치에게 발각됐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랑 연애한다는 걸 알게 되자 알페스를 향한 정열이 완전 소멸했다. 실은 이미, 전부터, 현실 세계에서 둘이 사귀었으면...♥ 하는 -_- 나 같은 사람을 만날 수가 없어서 점점 열정이 식고 있긴 했다. 다른 사람들은 둘이 진짜 사귄다고 믿음-_-;; 게다가 둘다 연애하는 게 다 (안 좋은 방식으로지만) 밝혀졌는데 왜 둘이 사귄다고 믿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여튼 내가 어디 속해서 글쓰고 사람들한테 말걸고 그러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혼자 망상하려니 재미가 없었다. 덕메까진 아니어도 덕질을 유지하려면 비슷한 걸로 노는 사람들 최소 구경이라도 해야 되는구나 알게 됨. 나는 마이웨이 덕질하는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

 

이제 상대 배우는 예전처럼 좋진 않고 우리 허위주만 좋아하게 되었다. 얘는 뭘 먹고 이렇게 예쁘담.. 그런데 내가 알페스 탈덕했단 걸 깨닫고 예전에 쓰다만 두 사람이 이 연애 저 연애 해 본 뒤 8년 뒤에 ㅋㅋㅋㅋ 사귄다는 설정의 쓰다만 내 소설이 떠오름ㅋㅋㅋㅋ 미친듯이 뻐렁치던 올해 5월에 썼었넼ㅋㅋㅋ 8년 만에 만난다는 건, 중국에서 8이 행운의 숫자라서 -_- 근데 앞부분에

 

"블라인드 틈새로 저물녘 태양이 책상 위로 얇게 스며들고 있었다."

 

이런 문장이 있어 도랏ㅋㅋㅋㅋㅋ 존나 글 못 써 미촤 ㅠㅠㅠㅠ 어후 느끼해.. 글 읽고 지우려고 했는데 다 못 읽겠다 징그렄ㅋㅋㅋ 지우지 말아야지< 그리고 이제 알페스는 잊고 새 삶을 시작하련다. 하지만 알페스를 해보니까 다른 오덕들에 대한 이해도가 증진된 면은 있다. 뭐든 하면 경험치가 느는 건 뭐 인지상정이쟈나

 

적고 보니 탈덕기랄 것도 없네. 마지막으로 내 구망상을 적어놓는다. 나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잘 모른채로, 각자 서로에게 이끌림을 부정하고, 규제와 갑작스런 인기 등으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면서 서로 멀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두 사람의 마음이 소멸되고, 각자 이런저런 사랑을 해보며 20대를 보내고, 8년 뒤에 [샹인]의 인기를 조명하는 프로에 출연해서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며 회포를 풀고 과거의 오해도 풀고 정분나는 대단원의 엔딩을 원했다. 그런 소설을 쓰다가 나중에 써야지 하고 중단했는데 바쁘다고 결국 완성을 안 했다. ㅎㅎㅎ 그냥 이거는 지금도 생각만 해도 좋다< 둘이 아오... 조금 아쉽네; 와꾸가 넘나 잘 어울리잖아... 암튼 현실 세계의 남자들도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고 배웠다< 이제 다시는 현실에 눈을 돌리지 않으리... 알페스 훠이훠이 저리 가버려라 

 

+ 미친 글 다 쓰고 읽어보니까 재밌엌ㅋㅋㅋ 미완글을 보면 결말을 알 수 없어서 존빡치는데 내 글엔 결말 다 적어놓음ㅋㅋㅋㅋ 안 빡침ㅋㅋㅋㅋ 좋다 글을 읽고 깨달았는데 나는 황징위가 돼서 쥬쥬를 안아주고 싶었어ㅜㅜㅜ 그래서 화자도 황징위였다. 그랬었지 참.. 글 내비둬야지 개웃기고 개챙피한 나만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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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자랑] 이정애의 만화동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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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결코 그리스도를 침범하지 못한다' -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 중에서

 

내가 아는 한 이정애 쌤이 절필한 뒤 낸 만화 동인지는 이게 유일하다. 아쉽게도 한 권 짜리는 아니고 단편 하나가 실린 합동지지만, 당시 상업지에서 그릴 수 없었던 성행위 장면을 담아 이후 소설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사료<다. 그걸 내가 갖고 있다 캬캬캬캬

 

나는 이정애 쌤의 마지막 상업지 작품 [소델리니 교수의 사고수첩]을 잡지 연재로 봤었다. 당시 잡지에 멀쩡히 게재됐던 남성간 키스씬이 단행본으로 나올 때는 화이트칠돼 있어서 깜짝 놀랐었다. 화이트칠도 깔끔하게 된 게 아니고 분노에 넘쳐 엉망으로 그림을 훼손하고 있다. 아쉽게도 그 때 잡지는 전부 버려서 원본을 갖고 있지 않다ㅜㅜㅜㅜ 서울로 학교를 다니며 연애를 하고 문학작품들을 읽으며 만화에 대한 열의가 희미해졌을 때 아빰이 이사했다고 버리라고버리라고버리라고 난리난리 구박을 해대서 ㅜㅜ 아아 오케이하자마자 거실 한켠에 산처럼 쌓여있던 잡지를 아빠가 1만 오천원에 고물상에 넘겼던 것이다. 아오 말해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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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랄한 화이트칠 ㅜㅜ

 

이정애 쌤의 만화들은 지금 동인녀들이 읽는 판타지인 BL이나 좋아하는 작가라 밝히신 바 있는 하기오 모토식 소년애와도 거리가 있었다. 성별과 무관한 벌거벗은 채로의 인간 대 인간의 사랑, 아니 인간이라는 탈까지도 벗은 존재 대 존재 간의 사랑을 그리기 위해 동성간, 남매간 사랑을 그리고 동물, 외계인, 유령, 시간 패러독스에 빠진 다른 시대의 인간, 인간의 천적인 새로운 지성체와의 사랑을 그린다. 또 이성 연애더라도 여성을 부러 남자처럼 그리거나 성별이 모호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동성애에 대한 메타포로 읽힐 경우에도 지금의 장르화된 BL과는 좌표축이 달랐다 (퀴어 쪽도 아니다). 하지만 이후 소설들이 만화와 단절적인 건 아니다. 존재와 존재의 사랑이란 테마는 소설에서 더욱 극단까지 밀어붙여져 사이비 종교 같다는-ㅁ- 평가마저 있었다. 또 육신을 초월한 인간 대 인간의 사랑이란 주제는 "난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널 좋아할 뿐인데 근데 니가 남자다"라는 비엘 장르의 주요 판타지와도 맥이 닿아 소설 쪽에도 매우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요소도 많다).

 

나는 다른 여자 고딩들과 달리 일본 만화를 거의 보지 않았었고 때문에 비엘의 존재조차 몰랐다. 나 고딩 때 이미 팬픽이 융성했는데 그런 것도 몰랐다. 한국 만화책도 읽을 게 넘나 많아서 다른 데에 관심이 미치지 않았다. 이정애 쌤 절필 소식을 들은 뒤 미친듯이 소식을 찾아헤매다 옥션에서 절필 후 작품을 구할 수 있단 얘길 들었고, 그렇게 해서 이 동인지를 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프리미엄으로 구했다 썩을) 그 다음 수순은 자연스레 성인동 입tothe성으로 이어졌다. 물론 그 전에, 그니까 동인지를 본 후에, 이런 신세계가 있었어...라며 다양한 일본 비엘 만화를 섭렵했고 그러다 몇 년 뒤 흘러들어간 거지만 여튼.

 

이 단편을 아끼고 가끔 펴본다. 소설로라도 창작 활동을 이어주셔서 팬으로서 고마운 마음이지만 아무리 봐도 만화가 훨씬 좋다. 만화에서 간결하게 연출한 장면들이 소설에서는 구구절절 묘사되기 일쑤다. 혹시 잡지 연재라는 지면의 제약이 없다는 그런 문제도 있을라나. 여튼 자야 되니까 쌤이 다시 만화 그려주시면 좋겠다고 급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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