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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xi Driver,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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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자료원에서 디지털 복원본을 두 번이나 상영해 준 덕에 요즘 나오는 영화같은 화질로 두 번이나 봤다. 씬났다~~ 첨에는 무연이랑 둘이, 두 번째는 자본론 읽기 모임 사람들... 중 2명밖에 안 왔지만 할튼이랑 봤음

 

처음에 너무 정줄 놓고 봐서 두 번째에는 빼곡히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벌써... 많이 잊었다. 빌어쳐먹을! imdb에서 trivia를 읽었는데 몇 개 생각나는 것만 적어보면

 

  1. 하비 카이틀이 연기한 포주랑 여관 주인 등 다 흑인이었는데, 이 영화에 이미 흑인 차별하는 당시 분위기가 나오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감독이 시나리오 작가에게 포주 등을 백인으로 바꾸자고 설득해서 작가가 끝내 동의해 줬다고 함. (근데 백인 소녀를 흑인 포주가 데리고 있는 게 당시에 가능하긴 했던 건가? 궁금)
  2. 하비 카이틀과 조디 포스터가 끌어안고 블루스 추는 씬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나오지 않는 유2한 씬 중 하나라고. 이거 너무 인상깊었는데 또하나가 뭔지 기억이 안 나서 매우 속상함 아휴.
  3. 조디 포스터도 연기한 역할도 12살이라서 몸뚱아리는 조디 포스터의 19살짜리 언니가 대역해 줬다고.
  4. 벳씨한테 전화거는 씬에 감독이 모든 걸 실었다고< 너무 인상적이었다.
  5. 부인이 흑인이랑 바람 피운다고 죽여버리겠다던 택시 승객 마틴 스코세지 감독 본인이었어 -ㅁ- 몰랐어 -ㅁ- 원래 자기 영화에 꼭 출연하기로 유명했떤 것 같긴 한데... ㅎㅎ
  6. 총 들고 "유 토킹 투 미? 하? 유 토킹 투 미?" 이러는 거 로버트님의 애드립이라 함. 와옴!
  7. 아 왠 미친 연쇄살인범 새끼가 자백의 대가로 애플파이랑 치즈 녹인 거 달랬다고 함. 극중 로버트 드니로가 벳씨 꼬셔서 커피숍 갔을 때 시켜먹은 메뉴임. 이거 읽고 현실이 더 초라하고 추잡하게 느껴졌다..

 

기타 여러 개 재밌었는데 영화 보자마자 읽은 거라 더는 생각이 안 나네.

 

십대 때는 로버트 드니로를 너무너무 좋아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정말 잘 생겼더라. 그런데 대본에도 잘 생겼다고 나오네. 대본을 좀 읽다가 관두었는데, 대본의 지문이 너무 중2병스러워서 도저히 못 읽겠다(중2병이란? 사춘기 시절에 겪을 법한 자의식 과잉=허세 쩔음을 표현하는 구래의 신조어... 일본에서 온 말인 듯? 몰러). 폴 슈레이더란 남자 무서울 정도이다... -_- (예를 들어 He seems to have wandered in from a land where it is always cold, a country where the inhabitants seldom speak.같은 문장) 각본을 쓸 때랬나? 폴 슈레이더도, 영화 속 드니로도 26살밖에 안 되었단다. 그래서 그렇겠지;

 

그래도 우리 Sage Francis 형님의 이혼남의 절규 노래 마지막에 나오는 게 로버트 드니로의 대사였다. 전혀 몰랐네. 너무너무 좋아서 적어보았다.

 

I realize now how much she is just like the others, so cold and distant. Many people are like that. Women for sure. They're like a union.

- 그녀(벳씨)도 다른 사람들처럼 차갑고 멀다는 걸 이제 깨달았다. 뒤는 생략

대본이랑은 좀 달리 실제 대사는 말이 좀더 추가 되어있다. 실제 대사를 적은 거임. 벳씨를 생각하며 하는 말인데 처음 영화 볼 때 으악! 쌔거 형님 노래 마지막 대사 이거였어?! 하고 놀래서 번역을 잘 못 보았다. 그래서 두 번째 볼 때는 도대체 "union"같다는 게 무슨 뜻일까 궁금해하며 집중해서 봤는데 번역 안 해 줌 -_- 무슨 뜻일까?? 노동조합같다는 뜻은 아닐 것 같은데...; "여자들은 하나의 연합인 것 같다"이고, 과감히 의역하면 "여자들은 마치 그렇게 하기로 짠 것 같다""라는 구멍의 해석이 맞음을 확인함 오오오오

 

벳씨를 꼬실 때는 참 놀랐다. 저렇게 융통성 없고 적응 못 하는 사람이, 반한 여자에게 다이렉트로 다가가서 능수능란하게 꼬시는 모습이라니... 그래놓고 간신히 꼬셔서 커피숖에 갔는데 공통의 화제 없이 바보같은 소릴 지껄이는 것(벳씨의 직장 동료가 멍청이라는 둥의)을 보고는 조마조마하고 화가 났다. 능수능란함에 대해 구멍님은 TV에서 배운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게 타당해 보인다. 왜냐면 결국 트레비스(작중 드니로 이름; 빨리도 말하네;;)는 벳씨를 데리고 포르노 영화관에 데이트하러 가는데, 여자에게 그러면 안 된다는 일말의 상식도 없다는 게 금세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 포르노 극장 매표소 노동자에게 수작 걸 때는 능수능란하지도 않았다. 아무튼 알맹이는 없지만 번지르르하고 상투적이지만 벳씨 본인의 정곡을 찌르는 말과 그와 상반되는 거칠음에 벳씨를 매료됐던 것 같다. 그런데 첫데이트에서 포르노 영화관에 데려가다니 아오... 그런 상식도 없다니 고등학교 때도 연애도 못 해 본 거임? ㅜㅜ

 

일단 함 외치자 트레비스 이 멍충아!!!!!!

 

나는 다른 사람들이랑 영화 보는 걸 즐기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이 내 경험을 망치기 때문이다. 극장 안에서 다같이 웃고 즐기며 공동체적인 뭐시기 상호적인 뭔가를 한다는 그 컨셉은 영화를 골방 비디오에서 보기 시작한 나한테는 전혀 맞지 않는다. 극장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원하는 건 그냥 내 감상을 방해하지만 말아달라는 정도임.. 아 마지막에 드니로...

 

스포일러임;

 

마지막에 자기에게 총을 쏘는데 속 빈 소리만 들리고 총알이 나오지 않았을 때, 나는 온몸이 쪼그라들었다. 처음에 볼 때는 목에 구멍이 뚫린 걸로 오해하고 바로 죽지 못 한다는 것에 펑펑 울었고 두 번째 볼 때는 온몸이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두 번째 볼 때 나는 숨도 못 쉬고 있는데 뒤에 앉은 사람들이 쳐웃는 것임... -_- 아 짜증나

 

나는 결말을 여전히 이해 못 하는데. 분명 누군가 나중에 퍼즐 조각을 맞춰주면 이해하게 될 것 같지만 지금은 전혀 모르겠다. 이 결말이 무엇인지. 예전에 후루노 미노야의 <시가테라>를 읽고 주인공이 새로운 미녀를 만나고 일상이 전개되는 것에 대해 나는 해피엔딩이 아니고 아무 것도 변한 것 없이 해결된 것 없이 그 일상, 학교 다닐 때 두 페이지 중 한 페이지는 평온하고 곧이어 다른 한 페이지가 폭력이던 그 일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평한 일이 있다. 왜 자꾸 무연 코스프레해서 글쓰고 있는 느낌이지...; 할튼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게 안 읽힌다. 그냥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 필요하다... 어째서 히어로가 되고 거기서 끝인지?

 

참 대본을 앞에만 읽고 필요한 부분 띄엄띄엄 봤는데 마지막에 벳씨 내리는 장면도 대본이랑 다르다. 대본에서는 트레비스가 돈 내지 말라고 내가 낸다고 막 그러는 지저분한 대사가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없음. 그냥 바이. 그리고 이어지는 택시 차창과 백미러에 겹쳐 비친 거리 풍경. 이게 그냥 수미쌍관이란 말인갸

 

대사 중에 아이리스(조디 포스터;)가 버몬트로 가서 히피가 되고 싶다고 하는 것, 트래비스에게 같이 가자니까 자기는 그런 사람들이랑 못 어울린다고 한 게 기억에 남는다. 음악도 좋았고.. 아 벳씨가 좋아한다는 음악을 찾아 들었는데 아무리 들어도 그냥 그래서 링크 안 건다...-_- Kris Kristofferson의 The Silver Tongued Devil And I라는 노래임. 더 할 말이 마아아않은데 생략. 모히칸 머리라든가.. 참 벳씨 너무 예뻤다 달콤하다 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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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 등록일
    2012/06/03 01:05
  • 수정일
    2012/06/03 01:05
  • 분류

한강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으며 나도 무엇인가 쓰고싶어서 쓰고싶어서 쓰고싶어서 끙끙댔다. 우울하지만 아름다운 한강의 글을 흉내내어 괴로운 이야기를 아름답게 쓰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 갑자기 냉정해지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체가 이 사람이 거리두기가 가능하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가도 다자이 오사무를 떠올리면 또 꼭 그런 것만도 아니고... 몰라

 

글을 쓰고 다른 사람에게 이해 받고 소통하고.. 가끔은 그런 전과정이 낯설다. 말을 많이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글을 쓰고 글을 읽고 만나고 술마시고 떠들고 하지만, 소설을 읽는 것은 특히 한강의 소설을 읽는 것은 좀 다르다. 최근 기형도를 가끔씩 다시 보기 시작했다. 20대를 복습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일단 한강부터. 나의 경험과 전혀 다르면서도 기억을 끄집어내고 파헤치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가도 싫어지고. 뭐 여튼 그랬다. 심각해지니까 시르다

 

초반 반 정도는 아름다운 문장을 허겁지겁 삼키면서도 스무살 무렵에 그랬듯이 전신을 잃고 빠져들 수 없어서 내가 변했구나 슬펐다. 그리고 바빠서 계속 못 읽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도 역시 내가 변했구나 더 슬펐다. 그러다 집에 일찍 들어온 날 거의 다 읽고 기절->잠->출근길에 거의 다 읽고->출근해서 몇 페이지 다 읽음

 

그래서 마지막은 좀 부실하게 읽었지만 옛날에 손에서 놓지 않고 기절해서 잤다가 일어나서 다시 읽던 걸 재현해서 좋았는데 근데 딱히 변하기 시르다 이런 것도 아닌데 말야

 

그나저나 이런 이야기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을 부실하게 읽었으니 자격이 없다...; 조만간 여수의 눈물을 다시 읽고 여수 밤바다에 불지르러 가야지. 그냥 하는 말이다 -_-;; 여수 안 갈 것 같으네 으잉... 애인이랑 휴가를 여수로...<

 

이번에 진보메일에 외국 스패머를 차단하기 위해 한글로 이미지를 만들어서 한글 문장을 따라쳐야만 이메일을 쓸 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 (진보메일에 계정을 만들고 대량으로 스팸 메일을 발송해서 진보메일은 많은 곳에서 스팸 주소 처리되며 서버도 고통받고 있다.) 그러면서 한강의 문장들을 넣었는데, 이 책 제목이 뭐였냐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 너무 기뻤다. 물론 나랑 친하신 분이지만...-_- 그래도 기뻤다. 마르크스의 문장을 넣을까, 좌빨스러운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름다운 문장을 한 번 따라 쳐 보시라는 의미에서 넣어보았다. 진보메일 유저 누군가 일 명 더 이 책을 읽는다면 나란 여자 햄볶이 극상승할 것이야!!!

 

글을 쓰고 싶을 때... 썼다면 아름답고 고통스러운, 한강의 문장을 따라한 걸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길 잘 했다. 지금은 쓰라 그래도 못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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